그런 날
임 애 월
문득
나무들의 체온이 그리워지는 날 있다
지은 죄도 없이 깊은 골에 유배되어
선 채로 형벌을 사는 나무들의 창백한 이마가
늦은 봄날 오후 햇살에 견고하게 빛날 때
한번쯤 그 푸른 동맥에 손을 얹어
우주의 핏줄을 관통하는 심박수
그 뜨거운 순환을 느끼고 싶은 날 있다
아득한 천공에 매달려
한발도 내딛지 못하는 붙박이별처럼
벼랑 끝에 온전하게 발목 잡혀버린 날
그의 처절한 자유의지가
하늘로 밀어올린 무수한 잎사귀들
미세한 잎맥을 타고 흐르는
어둠 속 뿌리의 절규
간절하게 듣고 싶은
그런 날 있다
<문학과 창작> 2021년 봄호
첫댓글 오늘 선생님의 귀한 시 읽으며
나무들의 체온과 빛나는 잎새들의 틈으로 산보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