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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1. 흙날.
[작은 학교 생일잔치]
작은 규모로 생일잔치를 채비하느라 일꾼들이 아주 애를 많이 쓰셨다. 잘 진행되었다고 본다. 같은 의견으로는 교사들도 학교의 큰 잔치에 참여할 때 어떤 마음과 품을 내서 참여할 건지 뜻을 모아서 참여하면 좋겠다. 내년 20주년은 특별한 잔치라 자연스럽게 학교 모든 교육 주체들이 일을 많이 하고 채비하게 될 듯하다. 지금까지야 학부모들이 주도해서 생일잔치를 채비하고 교사들은 특별한 기획보다는 학년 여행비 마련과 학교 수익을 위한 장터 열기 정도 했고, 때에 따라서는 졸업생과 졸업부모들을 챙기는 몫을 맡아왔다. 20주년에는 교사들은 어린이들과 어떻게 참여할지 잘 살펴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하는 잔치를 만들면 좋겠다. 경매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아는 자본주의 경매에 대한 접근과 공동체에서 접근하는 경매는 다르다고 본다. 돈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 중심으로 살지 않고 사람과 가치 중심으로 산다 하더라도 돈은 아주 중요한 물적 기반이다. 학교와 공동체를 위해서 더 마음을 내는 도구로서 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린이들과 충분히 공부를 하는 것도 앞으로 챙기면 좋겠다. 자본주의의 많은 제도들이 사람과 공동체 중심보다 돈 중심 탐욕과 투기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경매제도 또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공동체와 학교, 모두를 이롭게 하는 용도로 잘 쓰이지만, 돈 중심의 가치와 태도만 보여질까 걱정하는 마음을 살펴 진행하면 좋겠다는 건 같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때마다 결정하는 것이니 경매제도를 바라볼 때 우리는 어떤 뜻과 가치에 방점을 찍을 건가를 잘 살피자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경매 진행 앞서 충분히 경매를 하는 까닭과 마음가짐을 짚어주기로 한 이야기를 빠뜨려서 아쉽다. 다음에는 잘 챙기면 좋겠다.
[열아홉 번째 생일잔치]
20주년을 앞두고 있어 바깥 손님들을 모시지 않고 학교 식구들끼리 오붓하게 축하잔치를 하는 열아홉 번째 생일잔치네요.
해마다 생일잔치를 할 때마다 교육공동체 학교의 역사와 현재, 앞날을 생각하는 기회가 됩니다. 맑은샘교육공동체는 2005년 물이랑작은학교로 시작해 2007년 맑은샘학교로 다시 개교해 2024년까지 19년을 이어가는 교육현장입니다. 2007년 12명으로 재개교해서 초기 빼고 10년 넘게 30명대 후반에서 40명 대 학생들이 다니는 작은 학교로 살아왔습니다. 어린이 삶을 가꾸며 교사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맑은샘교육공동체는 으뜸 구호처럼 주인으로 더불어 앞날을 열어왔습니다.
역사는 지금을 위해, 앞날을 위해 추억과 교훈, 정신으로 되살아옵니다. 잃지 말아야 할 대안교육의 철학과 가치, 교육공동체의 문화, 헌신과 열정의 역사를 새기며 교육으로 맺은 귀한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행복한 삶을 가꾸는 앞날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이 중요합니다. 변함없이 아이들과 소중한 교육공동체를 가꾸는 열정으로 행복한 교육으로 어린이 삶을 가꾸기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내고 헌신을 자부심으로 쌓아가는 수많은 별들이 있어 지금의 맑은샘학교가 있습니다.
20주년을 앞둔 19년째 맑은샘교육공동체가 이룬 성과는 무엇일까요. 앞날을 위해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성과는 맑은샘학교 어린이들과 식구들, 맑은샘을 가꿔온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교육공동체를 가꾸며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려는 품과 열정이 그대로 우리 역사의 자랑이자 자부심입니다.
맑은샘이 지켜온 삶을 가꾸는 교육,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워가는 교육을 위한 실천이 있었습니다. 어린이 삶을 가꾸는 일놀이와 글쓰기, 마을을 살찌우는 책읽기, 생태전환과 마을교육공동체는 맑은샘의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이 큰 성과입니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교육이념과 세계 보편의 교육사상과 민주교육을 삶으로 실천해온 곳이 맑은샘입니다.
민주스러운 교육자치의 전형을 만들어왔습니다. 교육공동체를 가꾸는 활동은 서로를 안아주는 포용의 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맑은샘교육공동체의 품이 만들어낸 뛰어난 숨어있는 교육과정은 그대로 산 교육이었다 자부합니다. 민간의 힘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힘은 말로만이 아닌 현실입니다.
생태전환교육을 학교와 마을에서 실천하고 마을교육공동체를 가꾸는 활동을 교육과정에 담고 교육의 본뜻을 살려왔습니다. 기후위기와 다양한 생태계를 교과서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일과 놀이 교육활동으로 학생들의 자연 감성을 기르며 교과통합으로 생태전환교육을 담아온 과정이 그대로 맑은샘의 역사였습니다. 세상 눈높이로 보면 도시 속 작은 학교에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교과통합과 삶으로 연결하는 건 참 쉽지 않은 교육입니다. 학교 터전을 지으며 더욱 더 안정되게 마을이 학교임을 실천한 역사가 마을신문과 마을 장터처럼 맑은샘이 열어온 많은 마을 속 교육과정과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에 담겨있습니다.
어린이 삶을 가꾸고 교사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오래된 미래교육 현장이 바로 맑은샘학교입니다.
이제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등록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란 이름으로 한국의 공식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아갑니다.
2014년 우리는 터전을 짓고 10주년을 맞이하며 앞으로 10년을 그려보며 “마을 속 교육과정”과 “마을교육공동체”를 본격으로 실천하려는 꿈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9년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생태전환을 실천하는 마을 속 작은 학교를 위한 다양한 실천과 성과를 쌓고 있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가꾸는 다양한 교육 활동이 그대로 마을 속 교육과정이었고 마을을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로 가꾸는 힘이 되었습니다. 초기의 강력한 추진과 왕성한 활동들이 10년이 가까워지며 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부로는 교장제와 교사대표 순환제라는 교사회 짜임새를 새로 도입했고, 교육과정으로는 생태전환교육과정과 마을 속 교육과정을 전면화하며 도시 속 작은 학교의 본보기가 되어 왔습니다. 일놀이와 글쓰기, 마을과 생태를 교육 속에서 굳게 실천해온 작은 학교와 교육공동체에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밖으로는 마을교육공동체를 가꾸는 활동으로 9년 동안 경기도교육청꿈의학교와 이룸학교같은 주말학교을 열어왔고, 2차례의 국제교육포럼, 마을교육공동체 신문 발간과 양지마을신문 발간, 마을자율방범대, 마을밥상, 마을장터, 마을잔치, 마을음악회, 마을자치회, 마을여행계모임, 마을적정기술, 마을동아리... 수많은 마을 가꾸기가 교육에서 살아나며 어린이과 어른이 함께 마을을 가꾸어왔습니다.
또한 공익법인을 세우고, 예비사회적기업에 진입해 사회적경제를 교육 속에 담아오기도 했습니다. 학교 안으로는 급식과 행정 영역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학교 운영의 새로운 방향을 세워내고 있습니다.
20주년을 맞이하는 19주년 생일잔치의 뜻은 말 그대로 우리를 더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한 교육공동체살이로 20년 성인의 길을 가려는 의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열아홉을 넘어 스무살의 세상에서 우리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맑은샘학교 교육철학과 교육과정, 대안교육운동을 실천하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우리나라의 공식교육기관으로 교육공동체학교의 교육자치를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한 교육을 약속할 수 있을까요?
언제나 그렇듯 지금이 중요하고 현재가 행복해야 합니다. 맑은샘교육공동체가 가꿔온 눈부신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며, 학교 으뜸말처럼 주인으로 더불어 앞날을 열어가려는 열아홉 번째 생일잔치 약속을 새깁니다.
2024. 6. 3. 달날. 날씨: 날이 좋다.
[대체 선생]
3학년 하루 대체 선생 노릇하는 날이다. 교사들이 하루 쉬는 날에 교장이 모둠을 맡는데, 모둠마다 돌아가며 공부도 살피고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낮에는 모두 몸놀이로 우면산 약수터를 갔다. 가는 길에 어린이들과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다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다 방구 놀이를 한 뒤에 자유롭게 몸놀이를 한다. 배드민턴을 치고, 줄넘기를 하고, 약수터 운동기구에서 운동을 하고, 여기저기 약수터 둘레를 다니며 벌레를 찾는 어린이들과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다.
2024. 6. 4. 흙날.
[잘못된 행동과 교육]
8시까지 나오는 아침 당번 차례다. 그릇을 정리하고 수건을 갈아놓고 물을 끓여 놓으면 교사 아침열기가 금세 된다.
아침나절 10시쯤에는 경기문화재단에서 현장실사를 나왔다. 대안교육기관 아동문화예술교육 1차 전형을 통과한 학교에 오는 현장실사 면접이다. 공모사업이라 준비 서류에 애를 썼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또 다음 기회를 볼 수 밖에 없다. 가을 겨울에 집행하는 거라 사실 부담이 되었지만, 더 풍요로운 수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원을 한 터다. 선정되면 애쓴 보람이 있어 좋지만 집행과 결과보고서 지출증빙 부담이 되고, 선정되지 못하면 아쉽고 그런 게 공모사업이다. 부족한 재정을 끌어오려는 노력은 언제나 양면이 있다.
아침 당번이 점심 때 숲 속 놀이터 당번을 맡는지라 점심 먹고 숲속 놀이터에 가서 이곳 저곳 정리를 했다. 숲속놀이터는 늘 아이들 흔적이 많다. 흐트러진 나뭇가지도 줍고, 텃밭 물을 주고 풀을 뽑으며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호박구덩이에 거름을 넣고, 또 한참 땀을 흘렸다.
저녁에는 넓힌운영모임에 참여해서 교육공동체학교의 운영과 할 일을 점검해보았다. 달마다 한 번씩 회의라지만 자주 있는 학교 행사에서 늘 뵙는 분들이고 회의할 때마다 뵈니 정들어간다. 일꾼들과 생일잔치 날 교실에 생긴 낙서와 모둠 물건에 손댄 이야기를 길게 살폈다.
학교 행사 때 어린이들이 교실에 들어가 낙서를 하거나 교실 물건에 손을 댄 일이 처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때마다 떠올릴 수 있게 이야기를 나눈다. 경각심을 주고 다시 잘못된 일을 하지 않도록 돕는 게 교육이다. 실수로부터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 반복되는 게 곤혹스러운 부분이지만 다 함께 생활하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누가 그랬는지 찾아내는 과정은 사실 어린이들을 잡게 되고 관련 없는 친구들이 괴로울 수 있기에, 전체로 알리고 그러지 말자는 이야기를 꾸준히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정교육에서도 챙길 부분이다. 물론 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잘 풀어내야 한다. 어린이들의 욕, 낙서, 다른 교실 물건과 학교 물건 함부로 쓰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곳이 학교이다. 학교에서 중요하게 배우는 것들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그걸 계기 삼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환기시키고 경각심을 심어주며 애를 쓰는 곳이 학교다. 나쁜 행동을 한 어린이를 찾아 벌을 주는 게 능사가 아니라서 모든 어린이와 교사, 교육공동체가 함께 꾸준히 풀어야 하는 교육이다. 어린이와 교사가 주마다 하는 맑은샘회의에서 늘 학교 규칙을 살피고, 함께 정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자치 제도와 다 함께 살피는 교육공동체가 있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교실에서 남의 편지를 찢거나 물건을 헤집어 놓는 것이 알맞지 않다는 것을 날마다 가르치고 익히는 게 학교다. 교사들이 마음먹으면 누가 그랬는지 찾아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날마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 환기시키며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 알맞지 않은 행동이 있었을 때 어린이 발달과정과 특성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고, 함께 살기 위해 저마다 애쓸 과제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전체 모임과 어린이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고, 모둠마다 아침열기와 마침회에서도 살피는 게 교육이다.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교육활동 속에 배치해서 살피는 게 모두 가야 한다. '사이좋게 지내라, 남의 물건 손대면 안 된다' 같은 사회 규범들을 날마다 가르치는 게 학교다. 그런데 이걸 지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그 교육을 더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한 가치니까 더 환기시켜 교육하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 가운데 이런 일도 있다. 학교에서 식물을 함부로 꺾지 않도록 가르치고, 벌레와 수많은 생명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텃밭을 가꾸면서 산과 들을 다니며 가르치고, 공생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게 우리 학교다. 그런데 얼마 전에 어떤 아이들은 나무를 꺾고 꽃을 꺾기도 하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했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 고치도록 돕는 게 교육이자 훈육이다. 따끔하게 혼내거나 책을 읽히거나 글을 쓰게 할 수 도 있다. 중요한 건 한 번에 고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른도 어려운 일이다. 어쩌다 거친 말도 아이들은 쓴다. 요즘은 청소년 형님이 있으면 더 그런 경우도 있다. 부모는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 '이런 걸 배워오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교육이 어떤 계기로 단번에 되지는 않는다. 성장하면서 한다는 도둑질, 부모 몰래 컴퓨터 게임하기처럼 어린이들이 순간 잘못 저지르는 모든 일들을 부모가 다 알 수도 없고 알았다 하더라도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바로 교정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어린이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위인지 들려주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하더라도 교사가 하는 말과 부모가 하는 말은 아이들에게 닿을 때 다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주 양육자인 부모가 아이들에게 교사들과 같은 진심을 전하는 방식은 도움이 된다.
2024. 6. 5. 물날
[땀 흘리는 즐거움]
이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면 땀이 주루루 흐르는 계절이다. 그런데 여전히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운도 느껴진다. 낮에는 덥고, 아침과 밤에는 조금 서늘한 날씨다. 우엉차를 끓였다. 끓는 동안 먼저 계피차를 한 잔 마셨다. 교사 아침열기를 마치고 숲속 놀이터에 가서 어제 다 못한 텃밭 일을 했다. 호박구덩이에 거름을 넣고, 비좁게 심어진 호박을 옮겨 심었다. 물 주기를 하는데 숲속놀이터에서 놀던 아오가 도와주었다. 토종 콩을 심은 이랑인데 토종 콩은 올라오지 않고 그 뒤에 넣은 열무가 눈에 띄게 올라왔다. 기다리는 녀석은 나오지 않고 천천히 와도 괜찮은 녀석은 쑥 나왔다. 모둠마다 텃밭은 모둠마다 물을 주는데, 얼마전 비어있는 이랑에 내가 콩과 열무김치를 심은 터라 싹이 나올 때까지 물을 줄곧 주고 있다.
숲속놀이터에 눈에 보이는 비닐을 주워서 치우고, 호박 구덩이쪽 텃밭 풀을 잡고 웃거름을 넣어주는데 땀이 비오듯 흐른다. 호박이 심긴 곳을 둘러보니 역시 햇볕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 메타쉐콰이어 그늘에 있는 호박은 성장이 더디고, 햇볕이 잘 드는 쪽은 더 크게 자라있다. 교육에서 성장과 비슷하다. 교육환경, 교육공동체, 교사, 교육철학과 교육과정 모두 햇볕 아니던가.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얻는 식물처럼 사랑으로 충만한 교육은 사람이 자라는 자양분이다. 옆집 앞 텃밭을 보니 마음이 그렇다. 그동안 애써 꽃밭으로 만들어놓은 곳인데 말도 없이 개나리와 머루 나무를 모두 베어버려서 속상했는데 나중에 그분을 만나보니 텃밭으로 만들려고 그랬단다. 누구에게는 텃밭이 더 중요해 꽃밭을 뒤엎듯이 누구에게는 텃밭과 꽃밭이 함께 공존하는 퍼머컬쳐 유형의 밭을 꿈꾼다. 텃밭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경험치와 의지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을 알지만, 학교 교육에서 텃밭농사가 차지하는 비중과 노릇을 생각하면 여전히 텃밭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귀한 땅이자 배움터이자 놀이터다. 교육농을 하는 교사들과 농부들이 퍼머컬쳐 형태의 워크숍을 열며 텃밭을 가꾸는 걸 만날 때면 무척 반갑다.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지속가능한 문화라는 Permanent 와 agriculture를 합친 말이다. 인류가 최초로 만든 문화(culture)가 농업(agriculture)라는 점에서 보면, 퍼머컬처는 지속가능한 농업, 혹은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퍼머컬처는 단순히 농업생산성만이 아니라 생태원칙들에 기반을 둔 설계체계다. 무엇보다도 의존하는 소비자에서 책임감 있는 생산자를 꿈꾼다. 빌 몰리슨(Bill Morison)과 데이드 홀그램(David Holmgren)이 퍼머컬처라는 방법을 제안한 1970년대 중반은 오일쇼크와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만든 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회의가 두드러진 때다.
어쨌든 숲속놀이터 한 쪽을 일부러 길게 꽃밭으로 만들어 꽃과 나무를 심고 기회가 될 때마다 꽃을 심었다. 그늘 쪽이라 꽃밭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탓에 잘 가꾼 꽃밭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도 옮겨심은 개나리나무와 댕강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한 평 땅이 아쉬운 도시 속 작은 학교 처지에서 더 많은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땅을 둘레에서 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환경의 날에 옹달샘의 쓰레기 줍는 교육활동을 도우러 온 해솔어머니가 오셨다. 숲속놀이터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얼굴이 땀범벅이 된 나를 보고 뭐 도울게 없냐고 물으신다. 언제나 반갑게 도울 게 없냐고 물어봐주는 고마운 분이다. 맑은샘 부모님들이 모두 그렇다. 뭐 도울 게 없냐며 언제나 묻는다. 교육공동체는 서로 마음과 품을 내어 가꾸는 곳이다. 학교 교육활동에 보조교사로 참여하고, 학교 살림살이를 위해 수익사업을 벌여내고, 자연속학교에 참여해 부엌살림을 돌보고, 학교 시설을 살펴 고치고 바꾸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학교를 알려내며 바깥 여러 교육기관과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 일상인 이곳은 행복한 교육공동체학교다. 어린이 삶을 가꾸는 교육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자라는 곳, 교육으로 맺은 인연으로 세상을 더 이롭게 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교육 자치를 일궈가기 위해 서로를 북돋우며 살아가는 곳, 맑은샘교육공동체가 자랑스러운 까닭이다. 늘 함께 할 수 있음이 고맙고 미안하고 영광인 삶, 땀 흘려 일하는 즐거움 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2학년이 환경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과천역까지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고, 오아르 매장에서 커피박으로 키링을 만들고,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해서 팔찌를 만들었다. 입학설명회와 일놀이수학체험마당 채비를 본격으로 한다.
2024. 6. 6. 나무날.
[모내기]
모내기 하기 좋은 날이다. 과천 논에서, 대야미 논에서 논농사 공부를 14년째 이어간다. 올해는 심는 곳이 조금 작다. 해마다 다르지만 해마다 특별한 공부가 모내기다.
모내기 뒤 함께 먹는 비빔밥은 언제나 정말 맛있다.
2024. 6. 8(토)-10(월).
[매실 일놀이 자연속학교]
지리산과 섬진강 자락에서 매실을 따며 농부님을 돕고 스스로 더불어 사는 힘을 기르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지난 주말에 부모자원교사 매실원정대가 함께 내려왔다. 토요일에 내려와 이틀 밤 사흘 낮으로 지냈다. 일요일에는 아침 6시 매실 딸 채비를 마쳤는데 토요일 밤까지 내린 비로 따기 어렵다는 농부님 말씀 따라 매실 따기 대신 다 함께 남해 나들이를 다녀왔다. 재미난 하루 들살이를 마치고 드디어 매실을 따기 시작했다. 6학년 청소년들은 돌아오는 날까지 아침저녁으로 매실을 따고 낮에는 자율 공부도 하고, 지역 탐방도 계획한다.
교장 노릇으로 빠지지 않고 일놀이 자연속학교 일부 활동에 참여한다. 2020년 첫 6학년 일놀이자연속학교 때 먼저 올라오는 나를 보고 어린이들이 어색해 한게 기억난다. 늘 함께 했는데 먼저 올라가는게 낮선 거다. 6학년 수가 작으니 오붓하다.
비가 와서 첫 날은 마을 둘러보고, 부모님들이 구워준 고기를 먹었다. 나는 얼른 대나무숲에서 딴 죽순을 삶았다. 이맘때 맛보는 죽순은 정말 맛있다. 죽순을 모르는 분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두 농부님의 품이 있어 6학년 청소년이 하동에서 매실 따는 일놀이자연속학교가 살아난다.
2024. 6. 11.
[죽순과 대야논]
하동에서 딴 죽순을 전교생이 먹을 수 있도록 쌀뜨물에 푹 삶았다. 하동에서 형님들이 딴 매실을 동생들이 매실효소로 담았다.
3학년과 모내기 뒤 가져온 모를 대야논에 심었다. 논이 멀리 있으니 해마다 대야논을 만들어 날마다 관찰한다.
수학의 날 공부를 같이 했다. 공간 지각 능력을 기르는 활동수학으로 재미나게 수학을 만났다.
2024. 6. 12
[읽고 쓰고 걸어야 하는 까닭]
귀한 책이 왔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가꾸는 김태정 선생님이 보내준 책이다. 읽고 쓰고 걸어야 하는 까닭을 정말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비고츠키, 진화학, 뇌과학, 마을교육공동체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저작이다. 김태정 선생님은 마을교육자치회 전도사, 활동가, 이론가, 실천가로 불릴만큼 전국의 마을교육공동체를 가꾸는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고, 인천지역 마을교육자치회 조직 활동은 수많은 교육 주체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고 있다.
아이들과 읽고 쓰고 걷기를 하는 처지에서 정말 반갑고, 교육 현장에서 함께 읽고 실천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아이들과 사니 늘 읽을 게 많고, 쓸 게 많고, 걷는 일이 많아 좋다. 그런데 담임을 맡은 교사들보다는 어린이 책을 덜 읽고, 걷는 활동도 적다. 다행히 자연속학교와 대체선생 노릇할 때 푹 빠져 사는 재미가 있어 그나마 많이 걷고 뛴다. 어린이 책보다는 많은 보고서와 토론 자료를 읽을 때가 더 늘고, 교육 관계 서적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으니 동화책이 그리울 때가 있다. 버릇이 되어 날마다 일지 같은 일기를 쓰지만, 토론 발제문과 축사와 행정서류에 파묻혀 누리집에 올리는 것도 몰아서 올릴 때가 많다. 그나마 자꾸 틈을 내서 학교 교육활동을 정리하고 책으로 펴내는 일을 하겠다 마음 먹은지라 두 권의 책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더 읽고 쓰고 걸어야 할 때다.
2024. 6. 13-14
[아이들이 없는 세상, 맑은샘교육공동체가 자랑스러운 까닭]
전라북도 완주 고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국 대안학교 교장단 리더쉽워크숍에 1박 2일로 다녀왔다. 인가대안학교, 등록대안교육기관의 교장들이 모여 교육부와 교육청, 지자체 교육정책에 제안할 사항들과 학교 운영과 학생모집에 관한 이야기들을 두루 나눴다.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우리나라 인구감소에 따른 학생 정원 미달, 법률과 조례 이야기였다. 어느 교육 현장이나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 한국사회의 대전환이 필요한 까닭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들을 많이 만나는데 이번에도 다시 절감했다. 지난주에는 하동에서 기후 위기, 인구 감소의 심각함을 보고, 이번 주는 고산에서 인구감소의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아이들이 없는 세상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지만 이미 현실이다. 시골 지역에 가면 이미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다. 시골은 청년도 없다.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현실이 되어간다. 아이들이 없는 세상은 학교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시골 공립학교에 신입생이 없는 것처럼 신입생이 없는 대안교육기관이 생겨나고 있다. 주체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학교에 돌아오는 기차 속에서 여러 갈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런데 이 어려운 현실이 코앞에 다가온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끼면서 다시 현재의 삶이 얼마나 귀한지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맑은샘교육공동체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귀하고 뜻있는 교육 현장인지 고마움이 왈칵 밀려왔다. 우리 맑은샘 학부모님들은 만날 때마다 언제나 반갑게 인사하시며 도울 게 없냐고 물어본다. 교육공동체는 서로 마음과 품을 내어 가꾸는 곳이기에 학교 교육활동에 보조교사로 참여하고, 학교 살림살이를 위해 수익사업을 벌여내고, 자연속학교에 참여해 부엌살림을 돌보고, 학교 시설을 살펴 고치고 바꾸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학교를 알려내며 바깥 여러 교육기관과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 일상이다. 어린이 삶을 가꾸는 교육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자라는 곳, 교육으로 맺은 인연으로 세상을 더 이롭게 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일궈가기 위해 서로를 북돋우며 살아가는 곳, 맑은샘교육공동체가 자랑스러운 까닭이다. 늘 함께 할 수 있음이 고맙고 미안하고 영광인 삶이다. 회사 일 하랴, 학교 일하랴, 학교 교육활동 도우랴, 아이들 돌보랴 정말 많은 노릇을 하시는 우리 맑은샘 부모님들이 계셔서 맑은샘학교의 지금이 있다. 부모로서 아이들 양육하며 정말 행복한 순간을 누리지만 또 가장 힘든 시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또 함께 환하게 웃으며 재미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