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합병증이 없는 폐색전증의 경우 비교적 치료가 간단합니다. 그러나 중환자의 경우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폐색전증의 치료 목표는 사망을 방지하고 재발과 폐색전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과 같은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것입니다. 폐색전증이 진단이 되면 먼저 혈전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안정을 취하게 하고 저산소증이 있는 경우 산소를 공급하고 진통제를 투여하는 등의 기본적인 처치를 합니다.
1. 헤파린
헤파린은 폐색전증 치료에 가장 기본적인 약물이며 사망을 줄이고 재발을 막는데 효과적입니다. 헤파린은 혈액응고 인자를 비활성화시키는 물질인 항트롬빈 III에 결합, 변화시킵니다. 헤파린은 이미 형성된 혈전을 용해시킬 수는 없지만 혈전의 응집을 막고 체내 섬유소 용해능을 증진 시킵니다.
헤파린은 금기가 아닌 환자에서 폐색전이 의심되면 즉시 투여해야 하는데, 정맥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투여하며 혈액 검사를 통하여 용량을 조절합니다. 헤파린 투여를 못하는 경우는 심한 출혈이 있거나 출혈 경향이 있는 경우,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등입니다. 장기적인 항응고제의 투여가 필요한 경우 4~5일에 걸쳐 와파린으로 변경합니다. 급히 항응고제를 중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반감기가 짧은 헤파린을 계속 투여해야 합니다.
헤파린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출혈입니다. 심하지 않은 출혈의 경우는 헤파린을 끊는 것만으로 조절이 되나 5% 이하의 환자에서는 심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한 출혈이 있을 경우 헤파린의 해독제인 프로타민을 투여합니다.
헤파린에 의해 유발된 저혈소판증은 헤파린을 고용량으로 투여하는 환자 중 3% 정도에서 발생합니다. 투여 후 4~5일 후에 발생하는데 투여 후 바로 발생하는 경우는 이전에 헤파린에 노출된 환자들에서 발생합니다. 저혈소판증이 발생하면 출혈 경향이 생기고 이 경우 헤파린의 투여를 중단하고 헤파린 유사체를 투여합니다. 다양한 헤파린 유사체가 있고 이는 레피루딘, 아가트로반 등이 포함됩니다. 과다로 투여시 해독할 수 없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여 조심스럽게 투여해야 합니다.
2. 저분자량 헤파린
저분자량 헤파린이 소개된 이후 점차 그 사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분자량 헤파린은 일반 헤파린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하루에 한번 내지 두 번 간단한 피하 주사를 통해 투여할 수 있고 농도 측정을 위한 혈액 검사가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저분자량 헤파린은 심부정맥 혈전증의 치료에 일반 헤파린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헤파린에 비해 훨씬 강력하여 출혈성 경향이 있는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3. 와파린
와파린은 장기간의 항응고제가 필요할 경우 투여되는 약제입니다. 그러나 와파린의 긴 반감기 때문에 중환자들에게 투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약물의 용량을 조절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실시합니다. 와파린은 첫 복용 후 약물 농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려면 약 5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헤파린을 먼저 투여한 후에 점차 와파린으로 전환합니다.
투여 기간은 혈전의 정도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별한 위험인자가 없는 환자의 경우, 3 개월 정도의 치료를 하지만 재발되는 폐색전의 경우 더 장기간의 투여가 필요합니다. 출혈이 가장 흔한 합병증인데 출혈이 있는 경우, 와파린 투여를 중지하고 해독제인 비타민 K나 신선냉동 혈장이라는 혈액 성분을 수혈하기도 합니다. 임신부에는 투여가 금지되어 있으며 수술 전에는 헤파린으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아가 사망하거나 기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 혈전 용해 요법
헤파린이나 와파린은 이미 생성된 혈전을 분해시킬 수 없지만 혈전 용해제는 이미 생성된 혈전을 녹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급성 폐색전의 경우에 혈전 용해는 혈역학적으로 더욱 크고 빠른 효과를 나타내며, 생존율도 향상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전 용해제에는 스트렙토키나제, 유로키나제 등이 쓰이며 동맥혈관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과 말초 혈관을 통해 주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두 방법에 효과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혈전 용해제의 가장 큰 합병증은 뇌출혈입니다. 발생률은 약 1%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 발생 시 즉각 약제의 사용을 중지하고 뇌출혈의 정도를 파악하여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 외 다른 부위의 대량 출혈 가능성은 10% 정도입니다. 혈전 용해제 사용의 금기는 출혈이 있거나 출혈 경향이 있는 경우, 최근 수술이나 외상을 입은 경우, 심한 고혈압이 있는 경우 등입니다. 심근 경색 환자에서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는 경우는 진단 후 가능한 빨리 투여해야 하지만 폐색전증의 경우 증상 발생 후 약 2주 이내에만 투여해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5. 하대정맥 필터
하대정맥 필터는 하지에 생긴 혈전이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하게 될 때 걸러주는 거름망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치료는 폐색전증에 가장 우선시 되는 치료는 아니고 항응고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나 항응고제가 효과가 없이 항응폐색전증이 반복될 때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많은 종류의 필터가 임상에 사용되고 있고 방사선 영상을 보면서 피부를 통하여 삽입합니다. 필터 삽입에도 불구하고 약 4%의 환자에서 폐색전증이 재발하지만 치명적인 색전증은 드뭅니다. 합병증으로는 심부정맥 혈전의 재발, 하대정맥의 폐쇄, 필터의 이동, 정맥 파열 등이 있습니다.
6. 혈전제거 수술
예방이나 위에 설명한 내과적인 치료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수술을 시행합니다. 수술은 심한 폐색전증이 진단되었지만 통상적인 치료에 실패하거나 항응고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시행됩니다.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직접 폐혈관에서 혈전을 꺼내거나 카테터라는 가는 관을 혈관 내 삽입하여 제거하는 방법이 있는데 두 방법 모두 위험해서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서는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술적인 방법을 통한 혈전 제거는 최근에 다른 치료법들이 발전하면서그 시행 횟수가 많이 감소하였습니다. 보통 가슴뼈를 세로로 절개하여 심낭을 연 뒤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여 수술을 하는데, 수술 중 제거된 혈전의 양상에 따라 어느 정도 예후를 알 수 있습니다. 말초 폐혈관까지 심하게 진행된 경우는 수술의 효과가 크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수술 후 사망률은 20~50%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카테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방사선 영상을 보면서 피부를 통하여 삽입하고 혈전을 끄집어 내는데 이 치료법도 약 30%의 사망률을 보입니다. 아래 그림은 수술 후 제거된 색전의 소견을 분류한 것입니다.
제1형은 전체 환자의 10%정도에 보이고 주폐동맥을 침범하는 경우로 수술 후 좋은 경과를 보이게 됩니다. 이 경우는 재발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2형은 70%의 환자에서 발견되고 주폐동맥을 제외한 기관 혹은 말초 기관에 자리하는 폐동맥을 침범하는 경우입니다. 1형보다는 못하지만 임상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또한 수술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3형은 20%의 환자에서 보이고 2형보다 말초 혈관에 병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제거해도 임상 호전은 미미하고 또한 재발이 잦아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4형은 말초 혈관은 이미 막혀있는 상태에서 기관지 쪽 폐동맥에 색전이 있는 경우로 만성적이고 또한 오래되어 수술적으로 많은 색전을 제거하여 예후가 좋을 것으로 보이나, 임상적인 호전은 거의 없고 또한 술 후 합병증이 많아 절반이상에서 사망를 보이는 소견입니다. 수술 전 검사 시 이런 경우는 예측이 가능하여 수술의 금기가 되는 소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