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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id] :elite-_-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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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 VS 일진회 (부제:위험한 녀석들) ※
- 03
터덜터덜. 잔디위를 힘없이 걷고있는 나.
내 주머니 속에선 노랑머리의 핸드폰이 숨쉬고 있다.
아까 그 거지같은 말을 끝으로. 녀석은 내 주머니에 핸드폰을 쏙 넣었고,
전화는 하나도 빼놓지말고 다 받으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한 뒤,
조끼를 옆에있던 나무에 걸치고 푸른 잔디위로 털썩 주저앉았더랬다.
덤으로 친절한 말 한마디까지 잊지 않았다.
' 뭘봐. 올려다보는거 싫으니까 가. '
제기랄. 빨아준댔는데애.!!!!!!!!!!!!!!!!!!!!!
녀석은 자신의 옷이 남의손에 들어가 있는게 싫다며 화를 냈다.
후우. 진짜 인간같지도 않은놈 같으니.
그래도 조선왕조의 후손인 이씨집안 아녀자를 노예따위로 전락시키다니.
멍하니 걷던 나는 답답한 맘에 나뭇잎 한개를 똑 따서 손안에 넣었다.
" 나뭇잎을 따는건 학교 기물파손이야. "
제길. 어디선가 내가 죄를 지었다고 일르는듯한 말이 들려오고.
전학 첫날부터 지지리 재수가 없는 난.
정말 뭐스럽게도 또 누군가에게 걸려버리고 말았다.
누군진 몰라도 진짜 갈아마셔버리겠어.!!!!!!!!!!!!!!!!!!!!!!
" 아 누구......... "
홱 고개를 쳐드는 내 눈안에 박혀버린 천사.
으와. 으와.
까만 머리칼에 단정한 옷차림.
노란 셔츠가 묘하게 잘어울리는 2학년.
정말 딱 내 이상형이다.
흥미로운듯 반짝이는 눈매며, 천연 그대로인것 같은 까만 머리칼.
내가 동경해오던 모범생 미소년의 모습.
팔랑팔랑. 굳어버린 내 손아귀에서 흘러내린 나뭇잎이 가볍게 추락하고.
나는 몸을 굽혀 나뭇잎을 줍는 천사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몸을 일으킨 천사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내게 나뭇잎을 쥐어주었다.
" 전학생같으니까 한번만 봐줄게. 학교 기물파손은 학생과에서 반성문 두장이야. "
싱긋 웃으며 날 지나쳐 건물안으로 발을 들이는 천사.
이 나뭇잎은 죽을때까지 간직하겠어요.!!!
어쩌면 천사는.
오늘 재수없는일만 가득했던 나에게, 어쩜 하느님이 미안해서 보내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앞으론 학교생활이 조금이나마 즐거워질것 같은 예감이 마구마구 들고.
조금. 조금이나마.
***
" 들어갈게. 내일보자구. 문자할게~ "
" 그래. 나중에 놀러와. 짐정리가 안돼서. 흐흐. "
흐흐 웃는 날 손바닥으로 가볍게 치더니 등을 돌리는 라영이.
라영이가 대문을 열고 들어갈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놀러오고 싶다며 수줍게 말을 꺼낸 라영이에게
짐정리가 안됐다며 다음을 약속해주고 집으로 향했다.
시내 근처에 위치한 내 집과 학교 근처에 위치한 라영이네 집.
언제한번 라영이네 어머님도 뵈어야 하는데. 프흐.
집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짐정리를 끝내고. 해봤자 얼마 없건만 힘든건 사실이다.
하나뿐인 딸 서울간다고, 동생 용돈도 끊고 부모님이 마련해준 집.
혼자 살기에 조금 큰걸 봐선 이제 곧 동생놈도 올라올것 같다.
짐정리후 뿌듯한 맘으로 청신고등학교 학생수첩을 펼쳐보았다.
고이 들어있는 내 학생증.
1학년 칸은 비어있다. 으으 안타깝기도 하지.
이것저것 학생수첩을 뒤져보는데 사립학교라 돈은 많이 들어도 꽤 좋은것 같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건 학생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존중한다는거.
야간 자율학습은 신청자만 하고. 야자를 신청하지 않은 학생에겐 도서실 이용권을 준다니.
역시 모범을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였던거야.
이외에도 흥미로운 사항들을 몇개 더 흝어보고 있는데,
드르르르륵 울리는 핸드폰.
꺄오, 엄마다.
" 엄마아.!!! "
[ 딸이냐.? ]
" 응.! 웬일이야.? "
[ 웬일은. 너 잘 올라갔나 하고 전화했지. 안무서워.? ]
" 내가 뭐가무서워. 애도 아니고. "
[ 얼씨구. 그건 그렇고, 학교는 좋니.? ]
" 응. 되게 좋아. "
전학 첫날부터 찍혀서 죽어나게 생겼어요.
라고는 절대로 말못할일.
즐거웁게 통화를 이어나가는데. 문득 사근사근한 목소리를 내는 엄마.
[ 그래서말인데. 사실 정민이도 공부하러 서울가야하지 않겠니.
한달만 학교 어떤지 좀 봐줘. 좋으면 올려보내마. ]
결국 날 서울로 보낸 목적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서울가기전에
서울이 어떤지 실험하려는 목적이셨군요.
" 끊어. 전화하지마 안놀아.!!!!! "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확 닫어버렸다.
제길. 난 실험용으로만 쓸모있는 딸이였던거야.
털석 이불에 누운 나는 이후로 울려대는 전화를 모두 씹고 곤히 자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도착한 나는 어제완 다르게 성실한 자세로 수업에 임하였고.
선생님들은 어제의 내모습을 까마득히 잊은듯 보였다. 히히.
점심시간. 오늘은 시내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는 라영이를 진정시키고.
밥먹은 만큼 말뚝박기에 열의를 쏟아붇고 있었다.
" 나빈아아. 뛰어어.!!!!!!!!!!! "
지혜의 말에 다다다 뛰어 펄쩍 올라탔다.
원래 사교성이 활발한 나는 우리반 온갖 애들과 다 조금씩 친해져 버렸다.
라영이가 체육복 바지를 추켜올리고 날라 내 뒤에 착지하자.
남자애들이 경악하는 소리가 군데군데 튀어나왔다.
" 이나빈. 누가 찾는다. "
신나게 다시 뛸 준비를 하고있는데. 어떤 남자애의 목소리.
난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 옆에 앉아 구경하고 있는 여자 반장애를 손가락으로 쿡 찍었다.
" 잠깐 내 대타로 반장이 뛴대~ 잘하고 있어. 흐흐. "
전학온지 이제 이틀째인 날 누가 찾는지 심하게 궁금해서 한달음에 달려나간
교실 앞엔 낯선 남자애가 우물쭈물 서 있었다.
하늘색 남방. 일학년이네.
" 나 찾았어.? "
" 저기............... 강민우 선배님이 부르십니다.
뒤뜰로 오라는데요...... "
잊고 있었다.
일학년의 말에 뒷머리를 쇠망치로 쿵 맞은거같은 느낌이 엄습해오고.
입으로 살짝 웃어주자 뒤돌아 쌩 도망치는 일학년.
그래. 무서웠겠지.
한숨을 후우 내쉬고 그대로 뒤뜰로 향했다.
뒤뜰로 향하는 내내 군데군데 집중되는 아이들의 시선.
그중에는 푸풉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뒤뜰에 다다랐는데.
" 우스운 복장은 처벌 대상인데. "
이 익숙한 목소리는.
" 이제 그만 치마를 빼는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안그래 전학생.? "
어제의 그 천사다.!!!!!!!!!!!
입을 헤 벌리고 천사의 멋진 목소리에 넋을 놓고 있는데,
내 치마를 손으로 가리키는 천사.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런 꼬라지로 학교를 돌아다녔다니.!!!!!!
체육복 안에 넣어진 치마가 내 엉덩이를 마치 59인치는 되는것처럼 만들어놓았으니.
으으. 이래서는 천사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잖아.
후다닥 치마를 빼고. 어색하게 씨익 웃어보이는데.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얼굴.
" 전학생이니까 한번만 더 봐줄게. 앞으론 안봐준다~ "
다시 스쳐 지나가려는 천사를 잡았다.
이.. 이건 무의식중에 본능적으로 잡아버린거야..으윽.
자신의 옷깃을 잡은 내 손을 내려다보던 천사는 내 손을 떼어내버린다.
제길 이렇게 매정하다니.
무안해진 내 손을 쭈욱 펴더니 찡그려진 내 눈썹을 보기나 했는지.
그 고운 손으로 뭔가를 올려주곤 다시 멀어져버린다.
' 은 규원 '
멋지게 새김된 명찰이 내 손 위에 놓여있고.
흐흐. 나는 자꾸만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꾹 막으며 뒤뜰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사를 만나기 위해선. 앞으로 더 많이 사고를 쳐야지.
라는 생각과 더불어.
" 존나느려. 아 씨발 왜 어제 전화 안받는데. "
헤실헤실 웃는 날 보고 재수없게 말하는 노란머리.
니가 나한테 전화를 언제했다구 그러니.!!!!!!!
" 전화, 안왔는데. "
" 구라쟁이 꺼져버려. "
정말 날 죽여버릴것 같은 노랑머리의 눈초리에.
잔뜩 쫄아버린 난 주머니에서 슥 노랑머리의 폰을 끄냈고.
믿기지 않게도 부재중전화 세통이 와있다.
" 전화 세번했다. "
" 그래. 미안하구나. "
" 존댓말써라 천한 노예. "
" 예. "
죽일놈.
어쨌든 난 노랑머리의 노예니까, 발자국이 없어지기 전까진.
놀랍게도 노란머리는 내 발자국이 찍힌 조끼를 입고있었고,
발자국이 그대로 선명한걸 본 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나저나. 여긴 변한거 없이 파란머리는 자고있고, 빨간머리는... 핸드폰 게임중이구나.
" 나 7반인건 어떻게 알았어.? "
" 어, 너 7반이었냐.? "
" 아까 그 남자앤......... "
" 2학년 이나빈 찾아와라 했지. "
상식이란건 눈꼽만큼도 없는 놈.
그 불쌍한 일학년은 이학년교실을 일반부터 뒤지며.
끝반인 7반까지 와서야 날 찾을수 있었을껀데. 쯔쯧.
노랑머리는 열심히 게임중인 빨간머리한테 말한다.
" 이율아, 얘도 7반이래. 너랑 같은반이다.? "
" 응.? 진짜.? 반가워. "
전혀 반갑지 않다는 너의 태도는 무엇이냐.
그럼 항상 비어있던 자리 한개는 너의 것이겠구나 빨간머리.
게임하다 죽었는지 성질을 버럭 내며 폰을 집어던지려는 빨간머리를 뜯어말리는 파란머리.
언제 일어난거니.
빨간머리가 싱긋 웃으며 뭔가 이야기하려는 듯 입을 떼다가 다시 날 보고 무표정으로 변한다.
빨간머리의 무표정은. 정말........... 무섭다.
" 나빈전학생. 여기서 뭐해.? "
내 어께에 올려지는 따뜻한 손과 익숙한 목소리에 뒤로 고개를 홱 돌리면.
천사가 웬 두명의 남학생과 서서 웃고있다.
으으. 저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눈꼬리. 여자 많이 울렸겠네.
두 남학생은 천사처럼 학생회인듯. 딱 보기에도 반듯한 인상을 마구 풍기고 있다.
" 은 규원.? "
" 아하. 아까 그게 효과가 있었나봐~ 잠깐. "
놀란 얼굴로 자기를 쳐다보는 내게 갑자기 고개를 들이미는 규원.
허억. 그렇담 난 새빨개진 얼굴로 딱딱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잖아.
내 조끼에 달린 명찰을 쓰윽 뽑아 자신의 손에 꼭 쥔다.
" 이러면 쌤쌤이야. "
흐흐. 웬지 흡족하다.
머리 한구석에서 은규원을 꼬셔보아 라는 악마의 유혹이 스멀스멀.
그리고 우리의 다정한 분위기를 깨는 저 싸가지 없는 말투.
천사 규원이의 얼굴도 싸늘하게 굳어버린다.
" 뭐야. 말할거 있어서 온거 아니었어.? 영화를 찍어라. "
노랑머리의 말인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빨간머리의 입에서 튀어나온 저 말.
역시 일진회 대표는 꽁으로 먹는게 아니였던거야.
뭔가 팽팽한 대립이 흐르는 이 묘한 분위기.
" 너. 끝나고 뒤뜰로 와라. "
그리고 노랑머리의 말을 끝으로.
난 후다닥 뒤뜰을 벗어나 교실로 향했다.
웬지 뭔가 많이 다른 분위기.
역시 알수없는 일진회. 그리고 학생회.
첫댓글 재밌어요!!+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