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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17. 달날.
[책이 곧 나온다]
어린이들이 자치기로 신나는 몸놀이를 한다. 마당놀이 전래놀이는 어린이 몸놀이에서 중요하다. 놀이 문화로 자리잡도록 선생들이 늘 꺼내야 할 몫이 있다. 텃밭 오이를 따서 피클 담는 2학년은 바쁘다.
맑은샘학교의 생태전환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 실천을 담은 책(학교와 마을이 가꾸는 삶을 위한 교육)이 곧 나온다. 지난주에 내지 편집 디자인 작업과 교정교열 중이라는 소식을 받았다. 부족하지만 대안교육의 실천을 나누고 널리 알려 함께 한국 교육을 고민해보자는 뜻으로 책을 썼다. 그동안 맑은샘학교 교육 성과를 담아 어린이시집<벼룩처럼 통통>, 교사 일기 <일과 놀이로 자란다>, 일놀이와 글쓰기교육을 담은 <일과 놀이로 여는 국어 수업>이 나올 수 있었다. 교육을 귀하게 여긴 고마운 출판사들 덕분이다. 곧 제목이 확정되고 표지 디자인이 나올 예정이다. 학교 알리는데 잘 쓰이겠다.
2024. 6. 18. 불날.
[시화전 채비]
어린이는 시인이다. 시화전 채비하는 어린이 시인들 손이 야무지다. 그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 담았다.
2024. 6. 20-21.
[시와 그림 내보이기]
올해도 어김없이 경기과천교육도서관 옆 중앙공원에서 시와 그림을 내보였다. 날은 덥지만 적당히 바람도 불고 시화전 하기에 좋은 날씨다. 나는 6학년과 먼저 학교차로 짐을 싣고 가서 모두 펼치는 일을 했다. 차에서 내리고 짐을 나르는 6학년의 척척 호흡 덕분에 금세 시를 펼쳤다. 동생들이 버스를 타고 와서 다 함께 낮 공부 열기를 한 뒤 전교생이 쓴 어린이시를 모두 읽고 저마다 추천하는 시를 고르기로 했다. 시를 보고 고르는 눈은 어른과 어린이가 비슷하다. 재미있는 시와 뜻이 담긴 시를 골라는 내는 눈 말이다.
시화전을 할 때면 평화로운 풍경에 잠시 눈을 감고 뜨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시를 읽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는 여유를 누린다. 어린이 시 가운데 마음에 드는 시들을 많이 골라서 사진을 찍었다.
2024. 6. 22. 흙날. 날씨: 비가 와서 습하다.
[장터와 마을 발효교실]
4,5학년이 마을장터를 열었는데 비가 와서 안타깝다. 4월 마을장터 날도 비가 오더니 어린이들이 담임교사랑 장터 채비한 게 많은데 아쉽다. 다행히 급하게 학교 마당으로 옮겨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잡은 장터는 아니지만 어린이들이 제안하고 채비해서 마을사람들과 학교 식구들을 초대하는 장터라 어린이들을 응원하는 어른들이 한 걸음에 달려와 어린이들을 격려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고 고맙다.
학교 1층에서는 과천시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으로 열리는 마을 발효교실에서 비오는 날 맛있는 발효 수업으로 오이지와 채소초절임을 담았다. 도란도란 하하호호 제철 채소와 밥상의 귀함을 함께 배웠다. 마을의 다섯 가정이 만들어 집마다 가져가고 남은 양은 맑은샘학교에 기부했다. 덕분에 어린이들이 제철 채소 발효음식을 먹겠다. 마을 속 작은 학교의 장점이다. 마을에서 교육활동으로 마을 장터를 채비해 마을 어른들을 초대하고, 마을공동체 가꾸는 사업을 열어 학교에서 마을 사람들이 발효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학교는 마을 속 작은 학교이다.
2024. 6. 24. 달날. 날씨: 덥고 햇살이 따갑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1학년 담임교사가 하루 쉬는 날이라 1학년과 같이 사는 날이다. 우리 외계인들은 여전하지만 또 쑥 자라있다. 함께 책을 읽고, 연극을 해보았다. 모두가 도깨비를 하겠다고 해서 내가 황소를 할 수밖에 없다. 황소 뱃 속으로 모두 들어온 세 도깨비들과 왁자지껄 노는 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웃기고 재미나다.
낮 모두 몸놀이는 관문체육공원으로 갔다. 그런데 햇볕이 너무 따가워 농구장에서 줄곧 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소나무 숲에서 놀이 세 판을 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다방구, 전깃줄 놀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할 때 어린이들 표정은 언제나 재미있다. 순간 멈춤의 동작과 얼굴 표정은 보기만 해서 웃음이 난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컴퓨터와 손전화 없이도 온 몸을 쓰며 땀을 흘리며 노는 어린이 세상을 지켜가는 교육 현장은 정말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 자연 속에서 어울려 노는 감성이 자연스럽게 쌓이도록 하는 곳이 학교라 믿는다. 미래교육에서 중요한 역량이라는 창의력과 생태 감수성, 의사소통 능력과 협력, 포용성과 다양성, 비판적 사고력, 자기 주도성은 자연 속에서 온 몸을 쓰며 함께 어울려 놀며 자랄 깨 습득되는 것이다.
다 함께 놀이 뒤에는 자유 놀이 시간, 농구를 하는 어린이, 줄넘기를 하는 어린이, 뛰고 달리는 어린이, 그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린이, 저마다 하고 싶은 대로 충분한 자유를 누린다. 줄넘기 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한참 줄을 돌렸더니 땀이 난다.
2024. 6. 25. 불날. 날씨: 예년보다 덥다.
[학교와 마을의 경계]
아침에 학교 식구들이 소통하는 텔레그램방에 학교와 마을을 위해 일하는 관점과 태도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마을 속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마을 속 작은 학교로 마을을 가꿔온 맑은샘교육공동체 식구들에게는 중요한 이야기다. 함께 실천하며 마을을 가꿔온 과거의 역사는 현재와 미래에도 교육공동체가 마을교육공동체로 나아가는 데 귀한 경험이자 교훈들로 가득하다. 안타깝게도 마을주민들 사이에 대립하는 일이 생길 경우 마을을 가꾸는 학교 처지에서는 사안에 따라 접근할 수밖에 없다. 학교만 생각한 채 이기스럽게 마을에서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비춰질만한 소지가 있었다만 말과 행동을 잘못한 것일 거다. 쓰레기 버리던 곳을 예쁜 꽃 정원(행복한 뜰)으로 가꿔 마을의 명소처럼 가꿔가는 마을 주민과 그것 때문에 그쪽으로 마을 골목길이 개통되는 게 늦는다며 철거를 원하는 마을 주민이 있다. 감정으로는 학생들에게 예쁜 꽃 정원을 선물해준 평소에도 마을에서 자주 뵙고 인사를 나누는 분 편에서 서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시에서 측량을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시 담당공무원들에게 이곳이 얼마나 마을에 큰 선물인지를 이야기하며 지켜주기를 부탁하는 피켓시위를 할 때 나도 지나며 이야기를 거들었다.
사실 마을에 아름다운 꽃 정원을 보여준 분에게는 일부러 부탁드려서 마을신문에 <마을 사람을 만나다> 글로 활동 소식을 마을에 알리기도 했다. 오갈 때마다 인사를 나누고 그 뜻에 동의하기에 애써 가꾼 꽃 정원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서명에도 참여하고, 지난주에는 홀로 따로 과천시담당공무원을 만난 적도 있다. 그런데 시공무원들에게는 참 쉽지 않은 민원 사안으로 들어가 있고, 어느 쪽도 따지고 보면 주장하는 뜻이 있다. 마을의 길이 될 공유지에 개인이 꽃 정원을 만들었는데, 마을 길이 빨리 나기를 바라는 주민의 처지에서는 아름다운 꽃 정원이 예쁘게 보일 리 없다. 쓰레기터였던 곳을 예쁜 꽃정원으로 가꿔 여러 마을 주민에게 좋은 공간을 선물한 주민 처지에서 보면 당장 길이 날 것도 아니고 많은 마을 분들에게 좋은 곳이 되고 있기에 철거까지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조화롭게 풀어내려면 시 행정 쪽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서로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존중하며 서로에게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줄곧 되어야겠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전혀 들어보려고 하지 않고 자기 의견만 내세우며 오직 관련 규정, 지침만을 내세우는 건 갈등으로 발전한다.
2020년과 2021년 학교 앞 숲속놀이터(도시계획상 주차장부지)를 과천시에서 주차장을 만들려고 해서 학교와 어린이집이 함께 숲속놀이터를 지킨 역사도 비슷하다. 당시 주차장을 요구하는 민원과 주차장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어달라는 두 민원을 마주한 과천시 시장과 공무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나는 서명지를 만들어 서명을 받고, 어린집 식구들과 같이 시장 면담까지 진행했었다. 그런 애씀 더분에 현재 숲속놀이터는 주차장이 되지 않았지만, 이 사안은 공원화가 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학교 교육활동과 학교를 향한 민원은 학교 처지에서는 마을에서 살아가기 위해 더 낮추고 조심하며 살아가며 풀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 늘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달고 산다. 당연히 학교 교육활동과 학교를 향한 민원이 아닌 마을의 사안에 관심을 갖고 마을을 위해 어떤 것이 더 나은 건지를 찾고 함께 해결하려는 것은 학교 식구 모두가 애쓸 몫이다. 학교 이름을 내걸고 학교가 앞장서서 풀어야 할 사안도 있고, 앞장서 나서지 않고 여러 노력으로 참여하는 사안도 있다. 앞장서지 않는 걸 보고 뭐라 말할 수 는 있어도, 학교와 마을을 함께 가꾸어가는 처지에서 직접 당사자가 되어 풀 수 없는 사안들은 경계에서 풀어가려는 것 뿐이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안을 모르쇠할 수 없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속 작은 학교 처지에서는 마을에서 일어난 사안에 모두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함께 나서시는 마을 분들과 학교 식구들이 계셔서 많은 민원 속에서도 마을 속 작은학교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어 늘 고맙고 든든하다.
마을을 위해 교육공동체 식구들이 더 애쓰려는 기회로 삼고 학교가 있는 마을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4. 6. 26. 물날. 날씨: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나고 무척 덥다.
[지역사회에 배움을 나눌 때 배움은 커진다는 평범한 진리-노인복지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른다. 교사 아침열기 마치고 대야논에 물을 넣고, 숲속놀이터 꽃밭에 머위를 심었다. 응달에 잘 자라는 식물로 고른 녀석이다. 숲속놀이터 꽃밭 개나리와 댕강나무가 자리잡은 곳 둘레 풀을 잡았다. 볼 때마다 아쉽지만 숲속놀이터 한쪽은 애써 가꾼 머루나무와 개나리를 모두 파내고 텃밭을 만든 분이 채소를 잘 가꾸고 있다. 땀 흘려 일하고 나면 개운하다.
급하게 확인하고 처리할 일은 날마다 쏟아진다. 가을 자연속학교 잠집으로 쓸 하동학생야영수련원에 전화를 해서 사용 가능한 날을 확인하고 예약했다. 본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사용할 수 없고, 하루 당겨서 일요일에 떠나 토요일에 돌아오는 계획은 사용가능한 탓이다. 학교 학사일정에 반영하고, 입학설명회 자료 PPT를 만들었다. 자료를 만들 때마다 입학설명회 오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이들이 궁금해 할 정보를 꼽아보고 그려본다. 학교에 관한 기본 정보도 담겨야 하지만, 대안교육과 학교 철학을 궁금해하는 분들과 나눌 교육의 화두를 뽑았다. 신청하신 분들이 가장 궁금하다고 꼽은 학교 교육철학과 교육과정, 졸업 뒤 진로진학, 다른 교육기관과의 차이들을 중심으로 구성을 하고, 더 강조할 교육 이야기를 가다듬었다. 내일 모레까지 다듬으면 얼추 마음 채비, 자료 채비가 되겠다.
낮에는 노인복지관에 가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어린이들이 공연을 했다. 2시에 시작하기로 했는데 노인복지관 소방훈련이 늦어져서 30분 뒤에 시작했다. 어린이 수가 많으니 노인복지관에 온 차 두 대와 학교차로는 한 번에 가기 힘들어 김진영 선생님 차도 같이 갔다. 공연 때 쓸 장구는 노인복지관에서 미리 실어다놓아서 일을 덜었다. 노인복지관에 가서 만나뵙는 어른들은 주간보호센터에 계신 분들이다. 알츠하이머가 있으신 분도 계시고 돌봄이 많이 필요한 분들도 계시지만 아이들 왔다고 반겨주며 손뼉치고 노래하고 춤추는 분들이 많다. 해마다 텃밭에서 캔 감자로 음식을 해서 가져다드리곤 했는데 올해는 감자 양이 적어서 그러지를 못하고 공연만 하고 어깨만 주물러드리고 왔다. 4,5학년이 리코더와 노래, 1,2학년이 노래와 리코더, 3학년이 설장구를 쳤다. 장구를 칠 때 할머니가 일어나서 춤을 춰서 신이 났다. 다 함께 어깨를 주물러드리고 인사를 드리는데 이번에도 어린이에게 용돈을 건네려는 어르신이 계시다. 해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린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어주시는 마음이다. 어린이들 공연 잘한다고 하시고, 선생님들이 고생했겠다 하신다. 어린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과정을 아시는 말씀이다.
맑은샘학교 어린이들은 해마다 두 차례 노인복지관에 가서 음식을 나누고 배움(공연)을 나눈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경험이다. 지역사회 노인복지관을 가는 까닭이 무엇일까? 왜 해마다 텃밭에서 나는 음식을 나누고 공연을 하며 배움을 나누는가? 여기에 마을 속 교육과정과 마을 속 작은 학교를 꿈꾸는 철학이 담겨있고, 배움을 나눌 때 커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들어있다.
교사 마침회 마치고는 대만아이덱에서 발표할 PPT자료를 또 만들었다. 역시 가기 전까지 줄곧 가다듬고 영어로 정리를 해야 한다. 저녁 때가 되니 아이들이 밥 먹자 불러준다. 옹달샘 2학년이 학교살이를 하는 덕분에 저녁을 잘 먹었다. 학교에서 자는 학교살이를 좋아하는 까닭을 어린이들에게 물었더니 첫 번째 대답이 “재밌어서”다. 그다음은 맛있는 거 먹기 때문이고, 저녁 내내 동무들과 재미난 놀이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자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들도 자기 전까지 함께 하는 활동은 아주 좋아한다. 잠만 집에서 자면 좋겠다는 아이도 학교살이를 즐기는 까닭은 같다. 그 마음을 알기에 학교살이를 채비하는 교사는 외박하는 피곤함을 누르고 아이들과 재미난 추억 쌓기에 마음과 시간을 내는 것이다. 다들 행복한 추억 가득 쌓기를.
2024. 6. 27. 나무날. 날씨: 무척 더워 조금 온 몸을 쓰면 땀이 줄줄 흐른다.
[영어도서관과 입학설명회 채비]
학교에서 하루 잔 옹달샘 2학년 어린이들이 교실에서 모여 놀이를 하고 있어요. 참 보기 좋은 풍경입니다.
“ 어제 밤에 운 사람 있나요?”
“ 내가 울었어요.” 신윤우가 말하자, 아이들이 아니라고 했다.
“ 사실은 안 울었어요.”
씩씩한 옹달샘 2학년은 날마다 쑥쑥 자라는 듯 말과 행동이 조금씩 다르다.
입학설명회 참가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너무 많은 분들이 신청하셔서 공간이 비좁을까봐 걱정 일 정도다. 이번 주 줄곧 입학설명회 채비로 공간 정리들을 하고 있다. 학교 곳곳을 둘러보다 별빛샘에 접이식침대를 가져다놓았다. 졸업작품 전시 공간 정리를 하다보니 접이식 침대를 놓을 자리를 찾아야 했다. 어린이들이 아플 때나 교사들이 쉴 때 쓰려고 가져다 놓았는데 몇 번 쓰지 않고 있는 상태라 별빛샘에 아예 펼쳐놓았다. 어린이들이 쓰면 금세 고장날수 있겠지만 사용도로는 괜찮다. 보기에도 좋고 금세 접을 수도 있어서 공간에도 적당하다.
별빛샘 영어도서관에 새 영어책 20권을 꽂았다. 영서도서관에 관심두는 사람은 아마도 영어교사일텐데 꿈은 영어를 배우는 어린이들이 영어동화책을 읽기를 바라는 뜻에서 애써 만든 공간이다. 책장 두 개지만 영어도서관을 위해 많은 영어책을 구해오는 수고로움이 들어갔다. 우리 6학년이 다 읽고 가면 참 좋겠다 싶다.
강당쪽에서는 1층 강당 맨 뒤쪽 졸업작품 전시공간 정리했다. 여러 물건도 치우고, 졸업작품도 다시 예쁘게 놓았다. 마당으로 내려가서 숲속놀이터 꽃밭을 돌봤다. 학교 층계 쪽 응달에서 잘 자라는 머위를 집에서 옮겨와 심었다. 숲속놀이터 꽃밭을 보면 그동안 애써 가꿔온 세월이 묻어있는 곳이다. 개나리와 댕강나무가 자리를 잡았고, 국화는 거의 다 죽었지만 일부가 남아있다. 왕수선화는 해마다 나오긴 하는데 응달이라 꽃을 피우지는 못한다. 그래도 내가 틈날 때마다 풀을 잡는 곳이다. 사실 나 말고는 이곳 꽃밭 풀을 매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머위를 심어놓았으니 식구들이 오갈 때 생각나시면 물을 주시면 좋겠다고 알렸다.
토요일에 다 함께 한바탕 시설을 돌보고, 교실은 교사들이 또 잘 꾸미면 입학설명회 채비는 잘 될 것이다. 이제 오시는 분들이 궁금해 하는 대안교육과 맑은샘학교 이야기를 어떻게 잘 나눌지 생각하고 함께 맑은샘교육공동체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는 노릇이 남았다. 이번주 줄곧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을 설명하는 ppt를 작성하며 말한 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오래된 미래교육을 실천하는 맑은샘학교라는 자부심은 단순히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우리 교육에 대한 확신과 열정, 실천의지, 교육공동체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자부심의 말과 눈빛으로 드러난다.
저녁에는 부모교사공부모임에서 비폭력대화 강사를 모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3시간이라 교사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정이지만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교육공동체는 언제나 아름답다.
2024. 6. 29. 흙날.
[자랑스러운 졸업생들-입학설명회]
마을 속 작은학교 일놀이수학체험마당과 입학설명회에 정말 많은 분이 왔다. 정성을 다해 말씀드렸으나 늘 부족함을 느낀다. 맑은샘학교와 대안교육 현장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PPT를 몇 번이고 다시 살펴서 넣고 빼면서 확인하고, 수학과 대안교육에 관한 글을 따로 소책자로 만들어 채비했지만, 시간제한 상 맑은샘교육공동체를 다 보여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공동체가 살아있고,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리며 미래교육 역량을 가꾸는 맑은샘학교는 행복한 학교임을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 걸로 대신할 수밖에. 정성을 다했으니 이제 귀한 인연을 기다리며 지금 행복한 교육현장을 가꿔가는 일상을 성실하게 살면 된다.
오신 분들이 가장 좋아한 이야기는 우리 졸업생 이야기로 기억난다. 12기 졸업생 예준, 14기 졸업생 병찬이가 졸업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어른들의 질문에 정말 답변을 잘했다. 어쩌 저리 잘할 까 싶을 정도다. 대안초등학교에 다니다 중등학교에 가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인지교과와 동무 관계는 어떤지, 앞으로 진로는 어떻게 잡고 있는지, 쏟아지는 질문마다 거침없이 정직하다. <저마다 다 다름>이라는 열쇳말로 저마다 자기 경험을 꺼내며 아주 잘 생활하고 있고, 앞날을 줄곧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묻고 답하기 시간에도 놀러온 14기 이준와 16기 세화도 도움을 주었다. 수많은 어른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러웠다. 지금 다니는 중학교에서도 잘 생활하겠지만, 맑은샘학교 6년 동안 배운 삶의 모습을 정직하게 들려주는 모습에 지켜보던 어른들이 놀라워했다. 졸업생이 되어 모교를 위해 큰 몫을 정직하게 해준 졸업생 청소년들에게 나도 감동을 받았다.
정말 세월이 휙 간다. 졸업생들의 어릴 적 모습을 모두 기억하는 처지에서 오늘의 모습은 정말 감격스럽다.
학교설명회 마치고 퇴근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온다. 학교에 들려서 3층 쪽마루 배수구를 확인했더니 물이 안 빠져 물이 많이 차있다. 큰 일 날 뻔했다. 얼른 양말을 벗고 비를 맞으며 배수구에 손을 넣어 걸려있는 나뭇잎을 제거했다. 다행히 잘 빠진다. 이제 막힐 일은 없겠다 싶어 마음이 놓였다.
2024. 6. 28. 쇠날. 날씨: 무척 덥다. 바람이 안 불어 더 덥다.
[거두는 재미]
쇠날(금요일)은 보통 오전에 텃밭 공부가 있고, 낮에는 미술 시간이다. 오늘은 모둠마다 기본 공부 말고도 특별한 공부가 있다. 다 함께 텃밭 공부를 하는 날이라 모두 텃밭으로 갔다. 9시에 바로 시작했는데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고추와 가지, 오이를 따고 풀을 잡는 일, 감자를 캐는 일이 텃밭 농사다. 숲속놀이터 텃밭에서 함께 일을 하다, 2학년이 감자를 캐는 감자밭으로 가서 어린이 농부들과 같이 땀을 흘렸다. 어린이농부들은 감자 캐기와 고구마 캐기를 좋아하는데 감자 캐기가 더 쉽다는 걸 알아간다. 어린이농부들에게 농사를 짓는 기쁨은 거두는 즐거움에 있다. 감자밭 규모가 작아 캔 감자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귀한 감자다. 감자를 캐면 한동안 캔 감자를 튀기고 볶고 쪄서 잘 먹는다. 이번에는 양이 적어 몇 번 못 할 것 같다. 일의 양이 적으니 금세 마치고 어린이농부들은 얼음과자(아이스크림)을 먹는 재미가 좋다.
10시에 3학년 명화수업을 위해 과천시 사람책 김영숙 선생님이 오셨다. 언제나 맑은샘을 사랑하는 분이다. 3학년이 명화 수업으로 마티스가 되어 멋진 작품을 유리창에 붙여놓았다.
요즘 2학년은 줄곧 재생 종이를 만들고, 바느질을 한다. 종이를 만들어 부모님들에게 팔아 책을 한 권씩 사려는 목표를 세웠단다. 4,5학년은 한강까지 자전거 나들이를 가려고 아침부터 바쁘다. 바람이 없어 너무 더울까 걱정이다. 어쨌든 모둠마다 온 몸을 쓰는 어린이들은 신이 났다.
입학설명회 참가자 명단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교육청과 자치단체 보탬e 업무 처리하고, 법인 서류 작성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저녁 아이덱 준비모임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