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초복 날[ 삶의 이야기]
글/ 홍 당
간밤 지나고 나니
풀잎 맺힌 이슬로 젖은 이파리
햇살 기다림으로 한나절이 흐른다
초복 날이다
엄마 살아 계실 적엔 아침 일찍 간밤 물에 담근
서리태를 불리시고
맷돌에 갈아 콩국물을 만들어 놓으신다
그리고 밀가루를 반죽하시고 밀대로 밀어
가늘게 국수를 만들어 놓으신다
뽀얀 콩국물에 국수말이로 맛을 내는 구수한 엄마 솜씨로
마냥 그리웠던 순간들이 눈물 한 방울로 씻겨 내린다
엄마와 나는 옥수수와 감자 찧어 내고
메밀로 빈대 떡 부치는 일로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간다
아빠가 살아 계실 적엔
고모님 댁에서 막걸리를 담그시어
아빠 좋아하시던 구수한 시골 곡차로
막걸리 한 잔에 아빠는 잠이 드신다
씨암 닭을 서 너 마리 잡아 쇠 솥에
대추 마늘 황기 수 삼을 넣으시고
푹 삶아 건져내면 이웃 노인들에게 가져다주시던
엄마의 정성이 그립다
그렇게 세월을 흐르고 흐르던 우리 삶이 다가오니
지금은 아이들에게 초복이라고 피자 한판이며
족하고 두둑한 봉투 하나
놓고 가면 초복 다리미가 끝난다
땀 흘릴 필요조차 없이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돗자리 깔아 눕더니 사르르 잠이 든다
꿈속에서 엄마와의 시절이 주마등처럼 다가와 나를 울린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데... 하는 서글픔으로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