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아침 편지-2689
선어禪語-084
무념무상
동봉
무념무상無念無想이 무엇일까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러
일체一切 상념想念을 초월함이다
freedom from all ideas and thoughts
무념무상은 불교에서 쓰는 용어로
쉬운 말이면서도 좀 어렵고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쉽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숲과 나무를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없음無을 이해하려면
있음有도 덩달아 알아야 한다
뭔가 있음에서 시작된 게 없음이지만
없음도 있음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것에 관해 살피려면
그 어떤 것이 없었던 데서 시작한다
성서의 천지창조가 바로 그러하고
이 우주의 빅뱅 역사가 그렇다
시공간도 물질도 비물질도
더 나아가 미세한 에너지조차도
전혀 느낄 수 없는 데서 시작되었다
쓰는 언어가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있음이 처음부터 있던 게 아니듯
없음도 처음부터 없던 게 아니다
아무튼 이 둘은 함께 생각할 문제다
이런이런! 무념무상을 얘기하면서
있음有과 없음無을 먼저 얘기하다니
하긴 생각에 관해서도 두 가지다
첫째는 시간적 생각 념念이고
둘째는 공간적 생각 상想이다
있을 유有 자에 담긴 뜻은
첫째 있다
둘째 존재하다
셋째 가지고 있다
넷째 소유하다 따위다
있을 유有 자는
또 우又 자와 육달 월月 자가
같은 곳에 하나로 만난 모습이다
얼핏 보면 달월月 자가 맞지만
육달월은 고기 육肉 자의 뜻이다
사람을 비롯하여 살아있는 생명체는
한결같이 다들 몸肉을 갖고 있다
그 몸의 원천이 별에서 왔거나
흙, 물, 불, 바람이 모여서 되었거나
살아 있다면 반드시 몸을 가지고 있다
있다, 소유하다, 존재하다 따위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있음有은 없음無과 늘 단짝이다
한 번도 서로 떨어진 적이 없다
없을 무無 자는 있을 유有 자처럼
회의문자會意文字에 속한다
없을 무無 자에 담긴 뜻은
없다, 또는 아니다, ~하지 않다 등이다
무無 자는 연화발灬이 부수다
불 화火 자가 아래에 놓인 자다
모양과 소릿값이 서로 만난
형성문자形聲文字로 보기도 한다
불꽃灬이 섶卌을 태우는 데서
형체가 없어짐을 생각했을 것이다
무념무상無念無想에서 보듯이
생각 념念과 생각 상想이 다 생각이다
이는 둘 다 마음 심心 자가 부수다
따라서 생각은 분명 같은 의미다
그러나 비록 같은 생각이라도
뿌리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염念과 상想의 뉘앙스가 달라진다
염念은 '이제今'라는 시간에 두고
상想은 '모양相'이라는 사물에 두었다
다시 말해서 상념은 시공간 마음이다
세상은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졌고
이 시공간 속에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로 되어 있다
보이는 세계가 상相이라면
보이지 않는 세계는 시간今이다
날줄과 씨줄로 짜인 피륙이나
그물과 같아 서로 떨어질 수 없다
공간宇과 시간宙을 한데 묶어
우주라 표현함에 생각을 둔다
이것이 곧 다름 아닌 우주관이다
지금今 마음心이 곧 염念이고
모습相 마음心이 곧 상想이다
시간을 초월한 마음이 무념無念이고
모양을 떠난 마음이 무상無想이다
시간은 절대로 잡을 수가 없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미래는 다가오지 않았으며
현재 또한 뭐라 표현할 수 없다
시간이 멈추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처럼 형체란 게 없기 때문이다
한자의 서로 상相 자를 들여다보면
나무木에 눈금目이 그어져 있다
이는 목자木尺를 그린 것이다
무게와 크기와 거리를 잴 때
잣대 저울대 그릇 등에 눈금을 그어
사물을 상세하게 측량하곤 하였다
그래서 염念이 시간 마음이라면
상想은 결국 공간 마음에 해당한다
물질과 비물질의 세계가 우주다
이른바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다
무념무상은 물질과 비물질의 세계
색계와 무색계를 다 떠남이다
생각 념念 자에 담긴 뜻에
스물, 곧 20이란 표현이 있다
이는 숫자보다는 날짜 개념이다
이제今란 말이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라는 시간을 표현하듯이
눈目에 보이는 물체木를 벗어나
도량형度量衡을 얘기할 수 있을까
무념무상 무아 경지는 아직 멀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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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생각이 있을까?/사진 꾸밈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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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2022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