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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경비·청소 노동자 문제, 장기전 가나
학교 '방해금지가처분 신청'... 을지로 위원회가 총장 면담 요청해도 미루기만
2015.03.23 신나리 기자 | gemtoday7@unn.net
국제캠퍼스 기숙사 학생들 "출입통제 안돼, 외부인 수시로 들어와" 불안감 드러내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에서 해고된 경비‧청소 노동자 23명의 농성이 60일을 넘어 장기전에 돌입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을지로 위원회 우원식,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의원과 연세대 민주동문회가 대외부총장 면담과 기자회견 등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다. 현재 2000명 이상의 학생이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서명했다.
연세대는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낸 상태다. 학교법인 연세대는 지난 17일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유인물 살포와 현수막 부착, 천막 설치와 구호를 계속할 시에 위반 행위 1개당 50만 원을, 하루에 100만 원의 벌금을 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농성을 위해 설치한 천막을 철거하고 매일 세 차례 노동자들이 피켓 시위를 금지하는 등 사실상 ‘농성을 중단’ 하라는 경고다.
■ 용역회사 내민 '8시간 135만원 -> 5.5시간 95만원' 다운계약서 = 이달 초 을지로 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과 남인순 의원, 연세대 민주동우회는 박진배 행정대외부총장을 면담했다.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핵심 이유’인 ‘근로조건 저하 없는 고용승계’에 대해 연세대의 입장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근로조건 저하 없는 고용승계란 60일 넘게 23명의 경비‧청소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이다.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용역회사인 ‘세안텍스’가 8시간 135만 원의 일자리를 5.5시간 95만원의 일자리로 바꾸는 30% 다운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같은 업무량을 더 짧은 시간 안에 해내야 하고 급여는 더 적어지는 셈이다. 노동강도는 더 강해지고 처우의 질은 더 낮아진 것이다.
앞서 연세대는 총무처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용역업체가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도록 보장한다’는 약속을 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인 이인숙(53) 씨는 “연세대는 고용 승계를 약속했지만, 그 이후 (용역회사는)업무 시간을 줄이고 월급을 깎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우원식 을지로 위원장은 ‘일은 늘리고 월급은 줄어드는 말도 안 되는 고용계약’이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면담 당시 연세대는 애초에 인원을 너무 많이 뽑아 올해에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이 덜 필요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난해 고용한 72명도 기숙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적은 인원”이라며 “학생들의 등록금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한다. 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의 안전, 청결 역시 학생 복지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원실은 ‘작업면적 당 적정 인원수’를 파악하고 있다. 우 의원실 측은 "보통 한 사람이 어느 정도의 면적을 청소하는 게 적당한지 지표가 있다. 기존 72명으로도 이미 연세대 기숙사의 청소는 과중한 업무라고 내부에서 판단하고 있다”라며 “단 정확한 계산을 산출하기 위해 정확한 규모 수치자료가 필요한데 연세대가 협조를 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관석 의원 역시 대학에서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부문인 대학 청소노동자들을 간접고용에 시간제를 악용해 더 나쁜 일자리로 내몰았다”며 “교육부장관이 자신의 지역구인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에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고용노동부가 공공기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지침에는 1년마다 계약하는 용역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라’는 것과 ‘용역노동자들의 임금을 정부 규정대로 올바로 책정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원식 위원장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노동문제가 일어났기 때문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도 문제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또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갑영 총장을 만나는 것인데, 면담 요청을 한 지 열흘이 훌쩍 지났지만, 연세대로부터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해결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 ‘외부 출입 자유로운 기숙사, 학생 안전은 어디에’ = 기숙사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피해를 보는 것은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다. 경비 인원이 줄어 학생 안전은 소홀해 지고 청소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외부인의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출입은 어렵지 않다. 원칙적으로는 학생,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만이 가능하지만, 외부인의 출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카페, 식당 등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에서 외부인들을 쉽게 본다고 주장했다.
기숙사 식당으로 전도와 설교 등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외부인도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16일 연세대 국제캠퍼스 제 2기숙사를 방문한 기자 역시 기숙사를 출입하는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기숙자 정문이 열려있는 경우도 있었다. 안전과 보호를 위해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야 하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의 현주소다.
현재 2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안희제(경제2) 씨는 “얼마 전 기숙사 출입증을 잃어버렸는데 내방까지 들어오는 데 아무 문제가 없더라. 출입증이 없어도 얼마든지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니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현재 경비 인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넓은 캠퍼스인 만큼 경비 인력과 순찰 인력이 따로 있어야 하지 않나”고 불만을 표했다.
여학생들의 경우 안전에 대한 불안은 더 심각하다. 지난 학기에 기숙사에 거주했다는 윤서영(경제2)씨는 “기숙사라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연세대의 기숙사 경우 그런 것이 없다. 도난과 외부인 침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라며 “총 4500명이 거주하는 국제 캠퍼스 기숙사에 24명의 경비원이 있는데, 그마저도 교대 근무다. 한 초소에 한 명이 겨우 배치되는 수준”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