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자기 손부터 깨끗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갑자기 수사에서 배제됐다. 이 검사에 대해 여러 비위 의혹이 제기되자 20일 서울중앙지검이 관련 장소들을 압수수색하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검사를 인사조치 한 것이다. 이 총장이 예상 밖의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9일 야당이 이 검사와 ‘고발 사주’ 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자 이 총장은 “나를 탄핵하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검사를 탄핵한 것은 “보복 탄핵”이라는 이유에서다.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마당에 이 검사까지 쌍방울 관련 수사에서 빠지게 되면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총장은 이 검사를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해 수사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이 총장은 이 조치를 발표하기 전 검찰 간부들에게 “남의 죄를 단죄하는 검사는 자기 손부터 깨끗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1990년대 이탈리아에서 검찰이 주도한 반부패 수사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연상케 한다. 평검사 시절부터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는 이 총장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특수통 출신 전직 검사장을 구속할 만큼 검찰 출신의 비리에도 엄격했다.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제일 싫다”며 “(검찰총장) 직분을 할 동안에 ‘감찰총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일각에선 사법시험 동기이자 지금은 직속상관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가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장관에 가려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 이 총장이 도덕성, 청렴성을 내세운 것은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야당이 일단 철회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다시 발의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방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강제수사와 인사조치까지 한 만큼 탄핵은 불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이 검사에게 쌍방울 수사 지휘를 계속 맡기면 두고두고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배경이 어떻든 이번 조치로 이 총장이 검사의 비위 문제에 칼을 꺼내 든 모양새가 됐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의 범죄 기록 조회, 재벌그룹 부회장으로부터 가족모임 접대 등 이 검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도 가볍지 않다. ‘라임 전주’ 김봉현 씨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검사들에 대한 이른바 ‘99만 원 불기소’ 등 과거 검찰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았던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이를 기억하는 시민들이 과연 ‘이원석 검찰’은 다를지 지켜보고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