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반부패 행보...속내는 달라
☐ 러시아 정부, 러시아 최고 부호를 부패 혐의로 기소
◦ 러시아 올리가르히, 기업 인수 과정에서 부패 혐의 드러나
- 8월 20일 포브스 러시아(Forbes Russia)는 러시아 검찰청이 러시아에서 가장 자산이 많은 올리가르히 안드레이 멜니첸코(Andrei Melnichenko)를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멜니첸코는 포브스 러시아가 발표한 2023년 러시아 최고 부호로, 자산이 약 250억 달러(한화 약 3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 멜니첸코는 1972년생으로 2021년 아랍에미리트 국적을 취득한 이중 국적자이다. 비료 생산 업체인 유로켐(EuroChem)과 석탄 생산 기업 SUEK의 창립자이며, 모스크바 국립대학(Moscow State University) 재학 중 환차익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한 후 기업가의 길을 걸어왔다.
- 러시아 검찰청이 멜니첸코의 모든 자산을 러시아 정부가 압수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멜니첸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극이라 평하는 등 러시아 정부의 입장과 거리를 뒀었다. 멜니첸코는 유럽과 스위스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이며, 현재는 아랍에미리트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 러시아 전 대통령의 측근과 부정한 거래를 진행한 혐의
- 러시아 검찰청은 멜니첸코가 2018년 미하일 아비조프(Mikhail Abyzov) 러시아 열린정부청(Open Government Affairs) 전 청장으로부터 전력 생산 기업 시베코(Sibeco)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 아비조프 전 청장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러시아 전 대통령의 측근 중 하나였으나 2019년 부패 혐의로 체포되었다. 40억 루블(한화 약 54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복역 중인 그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모든 자산을 압류당했다.
☐ 러시아, 막대한 재정 적자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을 이용
◦ 러시아 정부, 악화된 재정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패와의 전쟁 동원
- 러시아 정부의 갑작스러운 반부패 행보는 막대한 전쟁 비용 지출로 인한 재정 악화와 관련이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을 이어오고 있는 러시아는 2023년도 상반기 정부 재정 적자가 280억 달러(한화 약 33조 6,000억 원)에 달했다.
- 전통적인 러시아의 수입원인 석유와 가스 수출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러시아 정부는 재정 불건전성 극복을 위해 기업에 특별 일회성 법인세를 부과하기도 했으며, 러시아를 떠난 서구권 기업의 러시아 내 자산을 강제로 국유화도 했다.
◦ 러시아 정부, 전쟁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업과 기업인의 자산 몰수 시도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던 기업인 다수가 2년 동안 원인 모를 이유로 사망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루코일(Lukoil)의 대표였던 라빌 마가노프(Ravil Maganov)는 2022년 9월 1일 투신자살했으며, 우랄 에너지(Urals Energy)의 공동 창립자이자 석유 재벌 뱌체슬라브 로브네이코(Viatcheslav Rovneiko) 또한 2023년 2월 22일 미상의 이유로 사망했다.
-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재벌에게 부패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방식을 통해 이들이 국외로 반출한 자산을 되찾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에서 국외로 반출된 자산은 무려 2,530억 달러(한화 약 328조 9,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러시아 중앙은행(Central Bank of Russia)이 밝혔다.
☐ 우크라이나, 반부패 행보를 통해 서구권의 추가 지원확보 노려
◦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원한 부호, 돈세탁 혐의로 체포
- 9월 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올리가르히 이호르 콜로모이스키(Ihor Kolomoisky)가 우크라이나 사정당국에 체포되었다.
- 콜로모이스키를 체포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그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여러 건의 사기와 돈세탁 등의 부패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그 규모가 5억 흐리우냐(한화 약 178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콜로모이스키가 2019~2020년에도 5억 흐리우냐 이상을 세탁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자신이 보유한 은행을 통해 돈세탁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해외로 반출했다고 덧붙였다.
◦ 부패 혐의를 받은 국방부 장관, 결국 경질
- 9월 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렉시 레즈니코프(Oleksii Reznikov)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그 자리에 41세 루스템 우메로프(Rustem Umerov)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우메로프는 우크라이나에서 민영화와 반부패 전선에서 활약하던 인물이다.
- 레즈니코프 전 장관은 서구권으로부터 각종 무기를 공급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사이지만, 재임 중 그가 이끈 국방부는 각종 부패 의혹을 받아왔다. 2023년 1월에는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3억 2,600만 달러(한화 약 4,238억 원) 상당의 전투식량 보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관료들이 예산을 착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동계 전투복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 재정 확보를 위해 부패와의 전쟁을 진행하는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반부패 의지를 드러내면서 서구권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유럽연합(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고자 한다.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Mowcow Times, Ex-Minister Mikhail Abyzov’s Shock $62M Fraud Detention, Explained, 2019.03.27.
The Moscow Times, Russia Loses Record $253Bln in Wartime Capital Flight, 2023.07.24.
The Moscow Times, Russia Files Lawsuit Against Country's Wealthiest Businessman, 2023.08.21.
The Hill, Ukraine’s drive to eradicate corruption is a race against time, 2023.08.31.
bne IntelliNews, Ukrainian oligarch Ihor Kolomoisky charged with money laundering, fraud, 2023.09.02.
bne Intellinews, Zelenskiy sacks Ukraine’s defence minister in military corruption crackdown, 2023.09.04.
CNN, Zelensky replaces Ukrainian defense minister, citing need for ‘new approaches’, 2023.09.04.
[관련 정보]
1. 러시아 정부, 러시아 최고 올리가르히를 부패 혐의로 기소 (2023. 8. 23)
2. 러시아 대통령,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 (2023.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