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해. 난 네 앞에서 가장 순수했고, 자주 뜨거웠고, 너무 들떴고, 많이 무너졌어. 사막에 핀 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쏟아부어서라도 너를 피워내고 싶었고, 네가 날아갈까 앞에선 숨을 멈추는 것따위 일도 아니었다고.
_백가희, 당신이 빛이라면
그래서 이제 이별을 말하려고 해
밤을 지새우고 낸 결론이야
너는 내가 마저 태우지 못하는 담배 같았고, 내팽개칠 수 없는 손길이었고, 날 지독히 따라오는 달빛이었고, 등질 수 없는 햇빛이었어. 최대치의 행운이 너였고, 최고치의 불행은 너의 부재였어
사랑해. 오늘까지만 말하는 거야
내일부터 나는 또 자연스럽게 징크스로 괴롭고, 행운의 부적이 없어 벌벌 떨 테지만 드디어 너 없이 살겠다는 거야
단 한 번도 나의 불행에 너를 이입한 적은 없어, 네가 없는 현실을 슬퍼했지. 근데 지금 내가 이렇게 슬픈 건 오로지 너 때문이야
하나만 기억해 줘. 널 많이 사랑해서 믿었고, 따라서 빠졌고, 헤어나오지 못한 거야.
그리고 지금은
네가 날 택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널 버리는 거야.
잘 가. 이게 내 첫 이별 선고야. 나의 너. 어떤 말로도 채울 수 없는 나의 너. 오늘까지 너를 사랑해서 여기의 나는 끝까지 기쁠 거야.
_백가희, 당신이 빛이라면
세상이 색을 잃었다.
내 백체에 닿던 바람까지도 다채로운 냄새가 났었는데
너를 잃으며 이 세상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잃었다.
하필이면 너에게 가장 좋은것을 묻혔었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습관
줄곧 툭툭 올라오는 네 생각은
다시 이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 바람에 네 냄새가 난다
나는 숨을 참는다
나는 너를 참는다.
그런데, 내가 널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가 있겠어.
_현, 습관
네 어깨에 월식처럼 내 어깨를 덧대는 일
그때마다 너는
내게 명도를 도둑맞은 것처럼 늘 어두웠지.
나의 가파른 마음에서
너는 금세 지치고 말았는지,
너는 없었고 나만 홀로 내려왔지.
네가 적힌 일기의 며칠만
눈이 뜨겁도록 몇 번이고 읽었지.
잠깐 스친 것이
영영 내 것인 줄로만 알고.
_서덕준, 월식
나의 고요를 절개하고 때아닌 비가 내렸다 비는 멎을 생각이 없었기에 당분간 젖은 성냥처럼 살기로 했다 점화되지 않는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은 없었고 나는 수성 잉크로 적은 이름이었다 문득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곤 하는 이름 모를 전단지들이 떠올랐다
벌써 벽에 걸린 달력은 몇 장이 뜯겨나가 가벼워졌다 나는 달력이 찢길 때마다 노숙하는 날이 많아졌고 대체 누가 앗아간 건지 나는 더 이상 색이 없게 되었다 팔뚝을 포개고 엎드려 누우면 겹친 부분만 동굴처럼 어두워졌다
빈 어항엔 물이끼만 가득했지만 나는 밤이 가까워올 때마다 턱을 괴고 어항에 조명을 비추는 일이 많았다 조명에 빛나는 물이끼는 참으로 농롱했고 그것은 나에게 울창한 숲과 같은 존재였다 자칫하다간 이 어항 속으로 투신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이름이 안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누가 나를 불러줄 때마다 안녕이라고 해준다면 내가 정말 안녕할 수 있을까 봐
그렇다면 나는 울지 않고 응, 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_서덕준, 안녕이라는 이름
나라는 존재에게 오래도록 머무는 이는 드물었다
고풍스럽지 않고 어느 한구석은 반드시 모났으며
툭하면 담배꽁초나 침 같은 걸 맞곤 했던 존재
변변찮음이 천성이라 머무름이 익숙잖던 존재
가끔씩 제법 오래 머무는 이도 사랑스럽진 않았다
술기운과 슬픔이 반반인 채로 내게 기댔던 이들은
잠만 잘뿐 콘크리트 빛의 마음을 듣는 이가 없었다
변변찮음이 천성이라,
어두운 사연이 있는 이들만 잠시 머물렀던 존재
수천수만의 발이 물결쳤고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울고 우는 얼굴들이 있었고 감히 낭만을 꿈꿨다
채 양생되지 않은 회색 알맹이는 아직 부드러웠고
나는 순수한 슬픔만으로 다가올 이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이 울며 다가와 앉았다.
_오휘명, 계단

출처 : 여성시대 구미동구미베어
첫댓글 여시가 올려주는 시들 너무 좋아ㅠㅠㅠㅠ
ㅎㅎ잘자💛
와..다 너무좋아ㅠㅠ
진짜 너무 좋아 고마워
여시 시들이 너무 좋아서
팔로 햇어요 ❤︎ 잘자 고마워 !
와 너무 좋다... 정말 좋다... 올려주서 고마워 복받아. 좋은 밤돼 여시야
너어무 좋아서 가슴이 턱 막힐정도야 고마워ㅠㅠ
정말 좋다 여시야 스크랩하고 자주보러올게
정말 이제는 맘정리하기로 결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게 된 첫 글이네 아까는 정말 괜찮았는데 이거 보니까 눈물이 난다. 맞아 내 기분이 이런거 같아.. 글 올려줘서 고마워 여시야
크 지리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넵 여기요
너무 좋다ㅜㅜ고마워ㅜ여시야
아 너무 좋다 고마워 올려줘서!
고마워ㅠㅠㅠ 너무좋다ㅠㅠㅠㅠ
ㅠㅠ.. 홀리듯들어왓다 잘보구갈겡 ㅠㅠ
이따 필사해야지 ㅠㅠ 고마워
허걱 너무 좋다,,,
좋다..
네가 날 택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널 버리는 거야.. ㅠㅠ 좋다좋아
여시가 쓴 시가 너무 좋다ㅠㅠ
오ㅏ 너무좋다... 내가 널 버리는거야ㅠㅠㅠㅠ
여시야 고마워 정말 좋은 시다
아 가슴후벼
좋다
최대치의 행운이 너였고 최고치의 불행은 너의 부재였어.
이제 진짜 보내야겠다...
마음이 아려온다 .. 좋은글 고마워!
집에가서 다시보고 한 번 울어야지
글이 너무 좋다ㅠㅠ 고마워
보내기 싫어 ㅠㅠ
너무 좋다 여시야 고마워ㅠㅠ
진짜 하나하나 가슴을 울린다 고마워 여시야!!!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4.20 00:19
정말 몽글몽글하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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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5.30 14:0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5.30 14:07
연어하다왓어 여시야 시 너무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마음이 저려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