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1. 달날.
[감당할 무게]
큰 결정이 이루어졌다. 개인으로는 금액 차이가 커서 당연히 2025년으로 미루어질 거라 예상했는데 많은 식구들이 올해 실행이라는 선택을 하셨다. 그래서 교장 노릇으로 보면 마음이 무겁다. 공적 자산을 공적 소유로 일치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막상 큰돈이 들어가야 하고 학교 식구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를 알기에 그렇다.
학교 터전을 지을 때 이렇게 10년이 걸릴지는 아무로 몰랐다. 법인 설립이 없던 당시 처지에서 어느 순간 다가온 터전 매입과 건축을 해결하기 위해 대표자 입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막상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마주한 일들은 쉽지 않았다. 나중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에서 풀면 한 보따리 나올 거다. 학교 이끄미 노릇을 하니 학교 재정 형편을 잘 아는 처지라 명의이전이 필요하지만 들어가는 세금 탓에 본격으로 쉽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우리 식구들도 그 사정을 알기에 안타까워하며 때를 기다리던 세월이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시도해온 법인 설립을 본격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게 2020년이다. 과거 사단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설립이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당시 추천받고 대세가 되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이란 비영리법인에 주목했다. 그리고 사회적협동조합이 교육부 인가를 받고, 공익법인과 사회적기업이 되면 오랫동안 구상해온 학교 재정 지원을 위한 기부금 공제 혜택과 명의 이전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학교의 재정을 돕고 마을을 품는 활동을 하며 명의이전을 할 수 있는 법인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교육공동체학교의 과제이기도 했다.
2020년 정말 많은 회의와 서류 쓰기를 반복한 끝에 교육부에 설립인가서류를 보냈고, 인가증을 받는 순간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1년의 시간동안 공익법인 지정을 위해 실적을 쌓고 서류를 쓰기 시작했고, 동시에 학교 재정지원을 위해 예비사회적기업에 도전했다. 역시 수많은 서류와 현장실사, 면접이 있었다. 공익법인 지위와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동시에 받아낸 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누가 봐도 놀라운 과정이었다. 역시 2021년 겨울, 공익법인과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 되던 그 때가 남다른 감격으로 남아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맑은샘교육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해서 가능한 과정이었다.
언제 실행할지가 늘 고민이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결정 뒤에 진행되어야 할 일을 꼼꼼하게 확인을 해야 한다. 앞장서 이끌어주시는 법인모임과 넓힌운영모임에서 전체로 일정을 점검하고, 세금, 대출, 등기 영역마다 목록표를 정리해서 추진해야 할 때다. 다들 애쓰셨는데, 또 함께 여러 변수와 어려움을 넘어서는데 함께 애쓸 일이 남아있다. 함께 힘내서 또 재미나게 교육공동체의 과제를 해결할 거라 믿는다. 저마다 힘껏 마음을 내고 도울 것을 알기에 든든하다. 참 고맙다.
2024. 7. 2. 불날.
[의욕]
6학년 영어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 모습을 보니 영어 공부에 크게 의욕이 없다. 3월부터 지금까지 되돌아봤을 때 최근에 유독 공부 의욕이 드러나지 않는다. 영어는 말이라 크게 말하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며 하는 시간인데 다들 목소리도 작고 흥이 나지 않는다. 인지교과 가운데 영어와 수학 공부 시간이 크게 늘어난 6학년 처지에서 보면 그럴 만 하다 싶지만 저마다 개인차가 있는 지라 전체로 가라앉은 분위기는 오랜만이다. 까닭을 물었더니 그냥 요즘 그렇단다. 청소년다운 대답이다. 그래도 일주일 두 번 있는 수업 시간이라 진도 나갈 게 많고, 재미나게 해야 하니 선생이 더 신이 난 것처럼 영어 노래를 부르고 영어 동화를 읽었다. 그러니 그나마 다들 목소리도 높이고 열심히 참여한다.
지금 우리 6학년 청소년들 모두 전체로 차분하지만 말이 많고 아기자기하게 노는 걸 더 좋아한다. 공놀이보다는 카드놀이가 더 좋고, 말을 많이 하는 청소년들이다. 저마다 기질도 뚜렷하고, 동생들과 떠들썩하게 놀기보다 6학년끼리 오붓하게 지내는 걸 더 좋아한다. 가끔 인사를 하거나 부르면 스스럼없이 안겨오는 귀엽지만 의젓한 친구들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기에 때로는 감정 기복도 더 드러나고, 또한 어린이다운 모습도 동시에 보여준다. 이 멋진 친구들과 더 신나고 재미나게 영어 수업을 하려면 더 채비하는 수밖에 없다. 영어 노래, 영어 동화, 영어 문장과 단어, 말하기와 쓰기로 구성된 빠듯한 50분을 더 흥이 나게 말이다. 또한 동기 부여와 흥미를 불러일으킬 이야기, 대화가 필요하다 느낀다. 수업 채비도 중요하지만 우리 6학년들의 감정 상태와 의욕을 부추길 동기부여 또한 같은 채비다.
사실 5학년 때는 재미나게 놀면서 해도 진도 나가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6학년 때는 배우는 게 정말 많은 영어 수업이다. 4학년부터 영어 수업을 시작했으니, 3년의 영어교육과정을 다시 정비할 때다.
2024. 7. 3. 물날.
[책을 쓰는 까닭]
맑은샘학교의 생태전환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 이야기를 담은 책이 마무리 단계다. 출판사에서 내지 작업을 끝내고 표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표지 안쪽에 들어갈 저자 소개글을 써서 보냈다.
부족한 원고를 굳이 책으로 엮는 까닭은 단순하다. 맑은샘학교를 널리 알리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비인가대안학교로 살다 교육청 등록대안교육기관이 되었지만 아직도 등록대안교육기관학교는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인구절벽과 학령인구 감소 시대, 대안교육기관학교 학생 수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교육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맑은샘학교 교육철학, 교육과정을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학교의 중요한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인 생태전환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는 맑은샘학교 모든 교과와 마을 속 교육과정에서 실천되어 다양한 교육 사례를 남기고 있다. 그래서 마을 속 작은 학교를 꿈꾸는 맑은샘학교의 소중하고 눈부신 교육활동을 정리해 책으로 펴내는 일은 그만한 뜻과 가치가 있다. 우리 교육의 소중한 성과를 갈무리해 더 널리 나누고, 다시 성찰하는 과정으로 삼는 기회이다. 그동안 여러 곳에 쓴 글과 마을신문, 교사 일기에 쓴 글을 모으고 책으로 묶는 과정을 하며 많이 반성하고 성찰하게 되었고, 또한 교육공동체학교의 자부심도 같이 쌓였다. 가치를 내면화하는 과정은 감성을 기르고, 활동을 성찰하는 반복의 과정 속에 하나둘 스며드는 것이다. 생태전환과 마을교육공동체는 그래서 학교와 마을이 가꾸는 삶을 위한 교육이다. 자본과 도시의 혜택을 누리고 살며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모르쇠 할 수는 없는 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학교 철학과 교육과정 바탕에 생태전환과 마을교육공동체이 있어야 미래교육을 이야기할 수 있다 여긴다. 불편하고 힘듦보다는 편함이 쉬움이 더 강조되는 사회에서 생태전환과 마을교육공동체 실천은 더 어려울 수 있는 교육이다. 하지만 교육이 삶을 위한 것이고, 백년지대계라면 어렵다고 회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24. 7. 4. 나무날.
[수업, 행정실, 사회적경제]
6학년 영어수업과 3학년 설장구 수업 마치고, 법인 관련 업무과 학교 행정 업무로 바빴다. 과천시 보탬e시스템과 교육청 보탬e시스템에 입력, 지출 증빙 일이다. 입학설명회 참가 후기 구글폼을 정리해서 넓힌운영모임에 공유했다.
저녁에는 과천시 사회적경제주간 행사 참여했다. 지역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참여하는 활동인데, 사회적경제주간 책콘서트 행사에 이야기 나누는 대담자로 참석했다. 과천시의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있는데 최근에는 연대 활동도 약하고, 협동조합마다 사정이 어렵다.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과정과 현재 상황, 앞으로 과제들을 함께 나누었고,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연대 활동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교육 속에 사회적경제를 담고, 사회적 경제 속에 교육을 담는 활동을 꿈꾸고 있지만 지역사회 사회적경제기업과 연대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경제를 만들어 가는 데는 역부족인지라 생각거리가 많다.
2024. 7. 5. 쇠날
[교무행정과 법인]
다음주 떠나는 자연속학교 펼침막 때문에 업체에 확인을 했다. 통일부 지원 사업이라 챙길 게 있다. 교무 행정으로 달날 아침 올 무지개관광버스 기사 전화 번호 요청하고, 자연속학교 짐 챙기기, 준비물 알림을 다시 확인했다. 교사들은 자연속학교 짐 챙기느라 손이 바쁘다.
퇴근하고 일지를 정리했다. 워낙 바깥지원사업 서류와 법인과 학교 행정 서류, 축사와 기념사들을 써보내야 하니 정작 학교에서 그날 그날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하는 일지를 제대로 못쓸 때가 많다. 바쁘더라도 정성을 들여야 할 꼭지다.
저녁에는 법인모임이 있다. 은행 대출 관련 정보를 종합하고 현실에서 가능한 방도를 찾는 게 중요해서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