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하는 대구'느껴지는 하이테크건축 최초로 해외업체와 공동설계 노출된 천장 트러스·설비장치 기계적인 아름다움 잘 나타나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 야경. 현대의 건축은 주간과 야간 할 것 없이 살아있어야 한다.
유리로 된 곡면의 아트리움. 생동하는 대구의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노출된 높은 천장 트러스는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다양한 기능에 가변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근길 차에서 들은 뉴스는 대구시와 미국의 존슨 앤 파트너스사가 오늘 봉무 패션주거단지의 토지 매입계약을 한다고 전한다. 드디어 대구에서 해외자본으로 건설되는 첫 주거단지가 탄생한다는 기분 좋은 뉴스다. 봉무동 전원주거단지는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그리고 멕시코에서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5명의 건축가들과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를 설계한 한국건축이 공동 시행하며 국내 최초로 패션브랜드이미지와 건축디자인을 조화시킨 획기적인 사업이다. 이 계획은 대구시의 주거단지계획의 해외자본 유치의 첫사례이며 외국 건축가들의 설계로 이루어지는 국내 최초의 전원주거지이다. 이는 분명 대구 건축사에서 기억될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최초 해외건축가와의 공동설계 작품
2001년 4월 개관한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역시 대구건축사에서 기억될 중요한 사연이 있는 건물이다. 당시 범국가적으로 세계화가 추진되고 각 주요도시는 그에 걸맞은 무역의 중심 기능이 필요하게 되었다. 대구시도 대구의 주요 산업의 물류 유통을 한곳에 집결시켜 효율적인 도시발전과 함께 세계화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검단동에 종합유통단지를 계획하고 단지 중심에 전시컨벤션센터를 유치하기로 한다. 당시 국내에는 서울의 종합무역 전시장은 있었지만 전시컨벤션센터는 없었기에 '대구무역회관 및 종합전시장'이란 이름의 현상공모는 건물규모나 성격으로 보아 그 의의가 매우 큰 전국 최초의 현상공모였다. 전시컨벤션센터 건축이 대체로 넓은 대지에 저층으로 공간을 펼쳐놓는 방식인데 비해 대구는 대지가 좁다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시 공간을 수직으로 포갤 수밖에 없어 수반되는 구조적 어려움과 트럭을 실어나르는 엘리베이터 설치같은 최첨단 기능을 수용하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현상공모시 외국설계팀과의 협동작업을 권유하였다.
전국에서 48개 팀이 참가신청을 하고 최종적으로 16개 작품이 출품되어 1차 심사를 거친 5개안-그 중 4개가 서울이고 대구는 한팀이었다-으로 최종심사가 이루어져 1995년 12월12일 대구의 한국건축과 미국의 TLPK의 공동 응모작이 채택 되었다. 그러나 당시 사업의 주체측에서 합당한 이유없이 모 일간지 12월18일자에 당선작이 아닌 2등작을 설계계약자로 발표하였다. 이런 경우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어서 당시 건축계는 큰 충격과 당혹함으로 소란스러웠다. 결국 1996년 5월에 고등법원까지 가서야 원래의 당선자가 설계권을 다시 찾게 되어 지금의 건물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당시 건축 3단체는 심사결과의 공정한 집행을 촉구하는 서명과 함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하이테크 건축의 아름다움과 한국성의 새로운 표현
전시컨벤션센터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전시에서부터 다양한 공연 그리고 국제회의 등의 다수의 사람을 동시에 수용해야 하고 그러한 행사를 위한 시설, 설비면에서 최고의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는 건축이다. 그러면서도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구 전시컨벤션센터는 외견상 크게 유리로 된 곡면의 아트리움과 큰 벽면으로 된 전시부분 그리고 최상층의 지붕부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주 정면인 서측의 아트리움은 많은 사람들의 동선을 원활히 해결함과 동시에 상징성을 가지는 개방감이 있는 시원한 공간이다. 특히 곡면으로 된 트러스와 유리를 통해 빛이 스며들때 거대한 공간 속에 사람들의 다양한 움직임은 그림자가 만든 패턴과 어우러져 생동하는 대구의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그러한 맛은 내부공간 즉 전시장에서도 보여진다. 노출된 높은 천장트러스와 설비 장치들은 하나의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이 거대한 공간이 수많은 다양한 기능- 회의, 전시, 연회, 예식 등-에도 자유롭게 가변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우리 전통 건축의 처마선을 본뜬 지붕은 고속도로같은 원거리에서 건물의 특성을 인식시키는 중요한 시각적 장치가 되고 있다. 특히 야간에 이 건물은 그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밝혀진 조명은 축제-현대도시에서 다수의 군중이 모이는 이벤트는 그 자체가 축제와 다름없다-를, 발전하는 밝은 미래를 표현하는 듯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건축은 현대건축의 중요한 경향 중 하나인 하이테크적인 건축이다. 현대의 건축은 이처럼 주간과 야간할 것 없이 살아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아트리움의 향이 서쪽이어서 여름의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실내 기온이 높아져 답답하다는 것과 분리된 엘리베이터로 인해 부속기능을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무역회관 부지-현재의 남측 주차장-는 나날이 확대일로에 있는 전시컨벤션 행사의 수용을 위해서도, 주변지역을 보다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도 빨리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종합유통단지 자체의 활성화를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한다면 대중 교통수단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좀더 사람이 중심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도로체계와 폭 그리고 건축은 서로 간에 아무런 연계없이 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과 같은 건축구성은 이미 1960년대 근대건축의 시대에 끝난 단지계획이다. 누가 뜨거운 햇살에, 비나 눈에 노출되면서 차가운 바람 속에서 그 넓고 삭막한 도로 위로 한참을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고, 쉬고, 머무르고 싶겠는가. 이벤트를 하는 건물과 동시에 가로 자체가 쾌적하여야 한다. 그러한 이벤트는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척도를 지닌 예쁜 길과 나무와 가로시설물 그리고 환경 조형물에 의해서도 가능한 것이다. 김수근 선생의 "길은 좁을수록 좋다"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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