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띠 동갑인 우리 대표가 저를 부르면 그만 두라고 할까봐 일단 심장이
섬뜩합니다. 설마“늙기도 서러운데 짐을 조차 지을 소냐? “는 시조를 대표가
알 턱이 없을 것입니다. 전날 지나가듯 “낼 세종 시에 집회 다녀오세요.”라고
던진 말이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정비인 가족(사업주)들이 주관하는 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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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생수 한 병이랑 김밥 한 줄 배급받고서 차
속에서 자빠져 자다가 일어나 보니 세종 시 청사 앞이 도떼기시장 같습니다.
집회 장소가 그렇듯이 부흥사 같은 연사의 말소리가 고막을 찢어버릴 듯
했고 “철회하라. 폐지하라. 물러나라. 책임져라. 구속하라” 같은 구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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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약속된 반복을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진군가‘는 노동운동현장에서 1 빠 입니다. 우리 시대는
대학생이 아니어도 한번 쯤 대모 대 뒤를 따라다닌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박종철, 이 한열, 그리고 DJ 장외 집회를 대부분 참석하였고 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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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청화 대까지 쳐들어가는 마지막 대열에 합류하곤 했습니다.
80년대에는 “김 대중을 올려, 올려 청화대로! “ ”아침이슬“ ”농민 가“
그리고 '오월 가'를 자주 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집회를 해본 것은
동원훈련 때니까 한 25년 만에 찾은 현장실습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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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어난 이 강산에 노동자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30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죽어 이 강산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물론 초불 집회는 7차까지 참석했습니다만 생각없이 하는 관제대모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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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포 고문 웬 말이냐? 구속 화투 석방하라. 석방하라. 석방하라”
대자보에 적힌 문구를 보면 집회의 성격을 대부분 알 수 있습니다.
고깔모자, 2절지 정도의 대자보, 머리띠를 배급 받고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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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진군가로 불러지고 있는 이곡의 원제는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못 부르게 했다가 문
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해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 운동이나
민주화 운동 같은 것들은 군가처럼 군중심리를 유발시키는 가사와 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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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이 말은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가만 보니 내가 하다하다 관제대모에 동원된 것 같습니다. 여기 주체는
사업자들이니 말입니다. 오늘 대모는 대충 두 가지 이유로 하는 것 같습니다.
국토부에서 정비요금 기준을 공표하도록 한 규정이 현실성이 없으니 ‘자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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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를 폐지하라‘는 것과 시장 논리에 따른 ’적정 정비요금이 산정‘되도록 국토부가
조치를 취해주라는 말 같습니다. 국토부장관 김현미 씨는 저랑 갑장인데 이곳에
와보니 끝 빨이 끝내주네요. 땡볕에서 오전을 꼼짝 없이 이러고 있는 저랑 자유 총
연맹이랑 뭐가 다를까요? 원래 밥그릇 싸움은 당사자들 이외 사람들이 나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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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 원, 노동자가 사업자들 데모하는데 껴서 영 모양 빠지는 것 같습니다.
알고 싶지도 않지만 고급 인력이 이 고생을 했으니 뭐라도 얻어 갖고 가야지 그냥
갈 수는 없잖아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6조는 보험사와 정비업자간 정비요금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적절한 정비요금을 산정해 결과를 공표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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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2010년 보험정비요금(시간당 공임)이 2만4252원
으로 책정된 뒤 물가상승률이나 임금 인상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특히, 업계는 국토부가
시장 원리에 따라 요금이 결정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데도 보험사가 정비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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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에 따른 요금 현실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추진한 업계
간 협약도 보험사와 국토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이미 국토부가 손보사 손을 들어줬다는 뜻입니다. 뒤 늦게 뒤 뻑 치는 정비업계가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알았는데 연합회에 따르면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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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시간당 정비공임은 일본이 약 6만9900원, 영국이 5만1900원, 미국이 4만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만4,250원이라고 합디다. 일본은 시간당 공임이 7000엔 수준이니
양국의 소득격차 등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의 정비요금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영세
정비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 조항이 되레 정비업체를 수탈하는 도구가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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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를 하는 것입니다. 여기 와서 보니까 최저 임금157만원은 이제 대세가 된 것 같고
이왕지사 엎드려진 물 정비는 정비사가 알아서 고객과 다이렉트로 거래할 테니 보험사는
갑 질을 멈추라는 말이지요. 또 하나는 사업용 버스 검사를 교통안전공단이 도맡게
하려는 것인데 “6개월마다 검사받아야 하는 버스 기준을 차령 ‘5년 초과’에서 ‘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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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로 완화해 버스업계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은 국민안전을 규정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운 국토부의 취지와 배치된다.”면서 정부가 버스검사 공단 일원화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교통사고 발생 시 경찰의 ‘사고증명서’를
첨부해야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있는 것도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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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일일 것입니다. 제가 조사해보니까 2003년 8월부터 시행한
AOS 때문에 보험사의 손해율은 급격히 낮아지고 거꾸로 정비업체의 하향세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제작사작업시간(LTS)으로 자동차 수리 시간을 판단하는 AOS(Areccm
On-line System)자체가 사고차량의 바른 정비 기준이 없어 운전자의 생명과 안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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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하지 않고 수리비 산정에 대한 기준만을 제시하면서, 손해액은 줄이는 대신 보험사
직원의 성과급을 높일 수 있는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정비업계의 주장입니다.
정비업계는 ‘사고차량 수리시간’을 보험업계는 ‘일반차량 탈부착 시간’이라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차량 수리 금액을 책정하다보니, 같은 차를 수리하더라도 정비업체와 보험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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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요금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가 ‘사고 차’ 수리를 원해서, 정비업체는 ‘사고
차’를 수리하는데 보험사가 주장하는 ‘일반차량 탈부착 작업시간’으로 보험수리 비용을
지급한다는 것은 정비업체 죽이기라는 것입니다. 더 웃기는 것은 이것이 부당해서
자 배 법 16조를 폐지한다고 해놓고서 보험업계가 일부 정비업계와 보험정비협의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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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하여 공표 제(자배 법 16조)를 고시제로 명칭만 바꾸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말 같습니다.
복잡하지만 결국 밥그릇 싸움입니다. 개도 밥그릇을 건드리면 무는 법입니다.
누구든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언젠가 피눈물을 흘리게 될 거라는 말이 이 대목에서
왜 떠오를까요?
2018.7.10.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