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필림집사의 신앙 생활: 할머니들은 뭘 보고 교회를 선택하는가?(1)
목사님 얼굴을 보고 나올 껄 그랬나? 심방 시간은 3시로 잡혀 있었는데, 나는 2시 반 쯤 집을 나와 학교로 와서는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지금쯤은 제일 교회 교우 일동이 우리 집에 들이닥쳤을 것이다. 이렇게 그냥 나와 버린 것이 아무래도 후회가 된다. 목사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목사님과 인사를 나누기를 은근히 기대하시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로서는 그러한 기대를 가질 만도 한 것이, 이 교회, 이 목사를 선택한 것은, 예전처럼 아들이나 며느리가 아니라, 어머니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한 달 간은 일종의 기초 조사 기간이었던 것 같다. 방필림(房畢姙) 집사는 조금도 서두르는 법이 없이 느긋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시간이 나는 대로 현장 답사를 나갔다. 현장 답사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서, 교회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현장 주변을 빙빙 돌면서 교회 건물을 구경하는 일을 가리킨다. 방필림집사의 정보 수집에 이용된 정보원은 주로 ‘세탁소집 할머니’(90세, 키가 크고 아주 정정함)와 ‘이장 마누라’(이장의 마누라가 아니라, 이 부인 자신이 이장이다)였다.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가 이곳에서 제일 먼저 사귄 사람은 이 두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잠시 뒤 정보원이 저절로 불어났다. 새로 이사 온 1605호 할머니가 교인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이 할머니를 자기 교회로 영입하고자 이 교회, 저 교회에서 사람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필림집사는 각 교회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만 수집한 채 사무적인 표정으로 그들을 돌려보냈다. 방집사의 이러한 냉정함은 나로서는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성결교회 측에서는 남다른 열성을 보이면서 우리 집을 여러 번 방문하였는데, 두 번째 방문을 받았을 때에는 방집사는 면전에서 짜증을 내기까지 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교회라는 것은, 가까운 데 아무 데나 가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지면서, 방집사가 어떤 기준을 동원하여 어떤 교회를 선택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게 되고 말았다. 나는 내 나름대로 가설을 세워 보았다. “교회 선택의 기준은 역시 목사의 설교가 아닐까? 즉 설교 내용을 들어 보고 선택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장로교, 감리교 등의 교파가 있으니, 그 교파를 보고 선택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방집사가 안산과 수지에서 다니던 교회는 장로교니까 장로교쪽을 선택할텐데. 아니야, 아니야, 노인네가 뭘 알겠어? 집에서 가까운 데가 최고겠지. 물론 봉고차 같은 게 있으면 예외겠지만. 즉 거리나 교통편이 결정적인 선택 기준일 꺼야. 그러나 어쩌면 노인대학 등 노인들을 위한 부대시설의 설치 여부가 중요할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한, 방집사가 검토해 본 교회는 열 군데 가까이 되며, 그 중 방집사의 심중에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제일교회와 성결교회 외에, 축복교회, 동부교회, 살아있는 교회 등 다섯 군데였다. 이렇게 다섯 군데로 선택지를 압축하는 데에는 기초 조사만으로도 충분하였던 모양이다. 이제 방집사는 용의주도하고 용의면밀하게도 이 다섯 군데 교회를 대상으로 2단계 작업에 돌입하였다. 2단계 작업은 일요일이나 수요일의 예배에 참관하는 등 교회 내부에 깊숙이 들어가 보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이 작업에도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이 작업이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은, 예배라는 것은 매일 드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방필림집사의 신중함이나 집요함 때문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방집사는 한 교회, 한 교회를 방문하여서는 자신의 선택 기준을 들이대어 신중하고 집요하게 교회를 평가하였던 것 같다.
(1) 축복교회는 비교적 일찍 탈락하였다. 축복교회에 관하여 방필림집사가 내게 말해 준 것은 두 가지 혹은 한 가지밖에 없다. 축복교회에서는, 자기 교회에 나오면 축복을 받아 잘 살게 된다고 말하였다고 하며, 교회 자신이 축복을 받아 그 많던 빚을 다 갚았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방필림집사에 의하면, 이 중에서 최소한 두 번째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 축복교회는 주변 텃밭을 사들여 지금 교회 건물을 증축하고 있다고 한다. 방필림집사는 이러한 축복교회를 뚜렷한 이유 없이 탈락시켜 버렸다. 나에게 털어 놓은 탈락 사유는, 교회가 너무 작다는 것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내 기억이 불분명한데, 내 기억이 불분명한 것은, 방집사가 내어 놓은 탈락 사유가 뚜렷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 모른다.
(2) 그 다음에 탈락한 것은 동부교회이다.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축복교회라면, 동부교회는 제일 먼 곳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교회는 삼례에서는 신도가 제일 많은 제일 큰 교회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에 어머니를 자동차로 모셔드리느라고 나도 가본 적이 있는데, 교회 입구까지 사람이 나와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으며 교회 주차장도 제법 넓었다. 이 교회의 탈락 사유는,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즉 방집사가 나에게 털어 놓은 바로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3) 그 다음에 탈락한 살아있는 교회의 탈락 사유는, 방집사가 실지로 한 말로부터 추론하자면, 이 교회는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한 교회라서 노인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큰 길 가에 있어서 출퇴근할 때마다 저절로 보게 되지만, 이 교회는 건물부터 신세대풍인 것이 사실이다. 방집사에 의하면 살아있는 교회는 특히 “찬양이 좋다”고 하는데, 이 말은, 성가대가 훌륭하다는 뜻이다. 이 교회는 전기 기타와 드럼, 키보드 등을 갖춘 화려한 악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며, 그래서 방집사는 찬양을 할 때면 “아주 신이 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교회를 선택하면 좋지 않은가? 이 교회에 노인 신도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방집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가? 이렇게 묻는 내 질문에 방집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4)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제일교회와 성결교회였다. 두 교회는 가까이 붙어 있다. 제일교회가 언덕 위에 서있다면, 성결교회는 언덕 아래에 서있다. 삼례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는 제일교회라고 한다. 그러나 성결교회도 그에 버금가게 오래되었다고 한다. 제일교회는 장로교 교회다. (‘제일’교회는 전부 장로교지? 미국에서도 ‘First’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 장로교지?) 성결교회는 물론 성결교회라는 이름의 종파에 속한다. 어느 날 방필림집사는 성결교회가 어떤 교파에 속하는지를 나에게 물었으며, 성결교회 자체가 하나의 교파인 것 같다는 내 대답을 참고삼아, 어떻게 알아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성결교회에 대하여 제법 자세하게 알아보았으며, 그 교회가 최소한 이단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내었다. 그리고 방집사는 바로 그 때쯤 ㅡ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 쯤 ㅡ 서울의 어느 큰 운동장에서 성결교회의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어디에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집회에 모인 신자의 수가 300만명이라고 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물론 300만명이 아니고 아마도 30만명일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방집사는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고, 방집사는 성결교회를 탈락시키고 최종적으로 제일교회에 낙점하였다.
가만 있어 보자. 이렇게 되면, 나의 몇 가지 가설 중 어떤 가설이 올바른 것으로 검증되었다고 보아야 하지? 설교? 교파? 교통? 부대 시설? 현재로서는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지? 가설만 늘어 났지? 교회의 크기? 교회의 역사? 찬양? 과연 할머니들은 뭘 보고 교회를 선택하는 것일까? (계속)
첫댓글 오우~~ 흥미진진..방필림집사님(조영진의엄니)이 왜 제일교회로 가셨을까?? 궁금..아 근데 영태 외할아버지가 사진관하셨나?? ㅎㅎ
ㅎㅎㅎ 속편 기대합니다. 궁금해 미치겠네 ㅎㅎㅎ
오바쟁이 향묵씨! ㅋㅋ 관심 가져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학준이는 웬 사진관? (우리 외할아버지는 양조장에 수퍼 등등을 운영하셨지, 사진관하고는 관계 없는데?) 학준 회장 뭔가 낌새를 챘나?
낌새는 무슨..엄니 존함이 film 이시라서~~ ㅋㅋ 이러다 영진이한테 두들겨 맞는거아녀? 미안미안
아, 그 필림 ㅋㅋㅋ, 우리도 어릴 때 그것 때문에 어머니를 좀 놀려 먹었어.
나도 후속편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직업병인가 보다. 내가 한국에서 교회 맡으면 학준이나 영태, 명진이가 교회 나올라나?
우리 노목사님이 한국에서 목회 하신다면이야 당연히...잘 계시죠?
나갑니다, 나가요.
꼭~ 댓글에서 아우성쳐야 속편올릴껴? 빨랑 올려~~ 궁금하잖여~~~
올립니다. 조카들이랑 손님들이 들이닥쳐서 조금 바빴네.
나는 2편부터 읽고 1편을 읽어서인지.. 해답을 보고 문제를 풀었네... 그래도 원래 글 솜씨가 뛰어나서.. 방집사님 맘속을 여행하는 듯 하이...
아니? 노목사께서 한국으로 나올 계획을 가지고 계신건가?
난 2편 있는거 보고 꾹 참고 1편부터읽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