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모님^^께서 여성장애인회보에 장애여성의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실을예정인데, 영하자매가 써줄수 있겠냐고 하셔서, 당연히 해야죠 ^^ 하고는 글을 썼습니다. 제가 팩스로 보낸거에서 경어체가 평어체로 바뀌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성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한 생각이 덧붙여진것 외에는 거의 편집없이 실렸더라고요.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여기에도 올립니다.
●북광주세무서 이야기
먼저 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1급 장애인이며(경력 10년차 휠체어 드라이버이다 ^^) 2004년에 발령받아서 지금은 3년차 국세공무원이다.
여성장애인의 노동권에대한 주제로 한 소식지에 나의 직장생활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과연 3년이라는 길지 않은 직장생활인데 내가 써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의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곳은 북광주세무서이다. 관리계 업무지원팀을 거쳐 지금은 민원봉사실에서 일하고 있고, 이곳에서 나의 가장 주요 업무는 사업자등록증 교부 및 신규사업자교육부분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인지, 아직까지 나는 직장내에서 여성장애인으로서 차별을 경험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우리 세무서에서는...
하지만 우리 세무서안에 나 같은 특수한 상황(휠체어를 타고 있는)에 대한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았다면 나 역시 이동권에 대한 문제로 노동권마저 포기했어야 할 것이고, 그것으로 인한 차별로 내 삶은 또 다른 장애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화장실 문제였는데, 내가 발령받기 얼마전 전임 서장님께서 장애인화장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휠체어가 들어가기 충분한 넓은 공간에 비데를 설치해주었고, 세면대에는 앞으로 기대어 씻을 수 있게 봉을 설치해 주어서 화장실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얼마 전에는 비데를 최신형으로 교체해서 북광주세무서에 고마운마음이 든다.
또한 다른 기관이나 건물들을 보면 식당이 대부분 지하에 있거나 위층에 있어 불편한데 우리 세무서 직원식당은 일층이라 이동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이제 나에게 남은 가장 큰 과제는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것, 나를 기다리고 있는 국세공무원기본자격증(회계실무고시, 조사요원고시)을취득하는 것이다.
본래 이 자격증이 없으면, 광주에서 근무를 못 하게 되어있는데, 공무원법에 장애인은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하게 연고지에서 근무할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일할수 있었지만, 몇 년 전 내가 공무원준비를 하면서 느낀것은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에 대한 시설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공무원시험 면접을 보기위해 광화문에 있는 제2청사로 갔을 때 2층 면접 보는 곳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었다. 공무원시험에서 일정 인원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뽑게 되어 있는데, 면접자 몇백명중 휠체어 장애인은 나 혼자였고, 휠체어장애인이 합격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었다 하더라고 국가기관에서 근무할 직원을 면접하는 장소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지 않았다면 다른 민간 기관은 어떨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 얼마 전 회계실무교육때문에 2주간 지방청으로 출근했을때, 거기엔 직원용 식당이 지하에 있어서 상당히 불편했다. 식당이 지하에 있다는 것에 지방청에서도 미안해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들어오게 될 다른 휠체어장애인 공무원을 생각한다면 하루 빨리 시설을 완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시설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으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동료들과의 관계가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과가 끝나면 피곤해서 회식이 있어도 양해를 구하고 바로 집으로 갔었는데, 지금은 다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정말 어쩔수 없다면 빠져야 되겠지만
가능하다면 참석해 달라는 동료직원들의 부탁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회식도 회사생활의 연장이구나... 하는 생각에 참석한다.그러면서 조직생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되고, 많이 배우고 있다. (맛난 것도 많이 먹고 ^^)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 중에 가장 큰 것은 나에게도 경제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집에 보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젠 내가 쓰는 것은 자급자족할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그리고 월급말고도 간간히 부가활동징수비라는 비자금이 생긴다는것....
이처럼 노동은 나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놨다. 지금 이나이가 되도록 경제적인 부분까지 부모형제의 도움을 받아야했다면 나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을거라 생각한다.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동료 여성장애인들을 생각할때, 과연 그들 가운데 자신의 꿈을 현실로 옮기는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지만 우리 현실에서의 여성장애인은 경제적인 것 뿐아니라 삶의 대부분을 포기하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모순이 많은 구조에서 그것도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뿌리박혀있는 문화속에서 여성장애인이 이렇게 직장생활을 할수 있다는것은 드문 경우일것이다. 그러기에 여성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구조적인 변화를 추구해 나가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먼저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아닌누가 해주겠지가 아닌 우리여성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내가 앞장서야 할 것이며, 정부는 여성장애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여성장애인의 현실적인 노동권확보!!"를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나의 북광주세무서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국세공무원으로 앞으로 갈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하나하나 열심히배워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우뚝 설 것이다.
첫댓글 승리의 여성을 보고 있군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