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8-7.13
[여름 자연속학교 ]
고성 여름 자연속학교를 잘 마쳤다. 자연속학교에서 날씨가 큰 몫을 하는데 줄곧 비 예보라 걱정했는데 희망대로 날이 정말 좋았다. 맑은샘학교 날씨 복이다. 감기 걸려온 어린이도 있고, 감기 걸린 어린이도 있지만 크게 사건 사고 없이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고성으로 여름 자연속학교를 온지도 어느새 3년째다. 지난해부터는 여러 상황으로 서해안과 동해안 나눠 낮은샘과 높은샘이 따는 살았던 여름 자연속학교를 통합해 고성으로 왔었다. 올해도 통합해서 진행했고, 통일부의 국립통일교육원 학교 통일체험교육 지원을 받아 고성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을 다녀왔다. 설악산국립공원 울산바위와 비선대, 산악박물관에서 재미난 추억을 쌓고, 날마다 물놀이를 하는 기록을 또 세웠다.
하나, 동해 바다에서 평온하고 풍요롭게 살았다. 통일부 지원으로 특별한 세 끼 음식과 새참, 통일전망대 왕복 차량 지원, 박물관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새참으로 자연산 회를 먹었을 텐데 지금은 회 대신 닭튀김이 특별한 새참이 되었다. 때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알맞은 계획을 세워 활용하고, 지원 사업이 꾸준하다면 줄곧 도움을 받을만하다.
둘, 자연속에서 실컷 놀고 놀았다. 아이들은 눈부신 자연의 아름다음 속에서 원없이 놀아야 한다. 하늘의 도움으로 날이 정말 좋아 5일동안 날마다 물놀이를 할 수 있었고, 저마다 기운대로 놀고 함께 어울려 놀았다. 설악산, 산악박물관, 마차진 바닷가 활동 모두 자연 속에서 기숙학교를 여는 까닭으로 충분했다.
셋, 불편해도 자기앞가림은 기본으로, 함께 살기를 배우고 익히며 실천했다.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자연속학교를 오는 까닭을 물어볼 때마다 가장 먼저 대답하는 자연, 자기앞가림, 함께 살기, 지역 공부들 가운데 가장 마음을 크게 자라게 하는 자기앞가림과 함께 살기는 교육의 본질이다. 스스로 청소하고, 빨래하고, 모두를 위해서 쓰레기를 분류해 버리고, 함께 놀고 먹고 자며 많은 식구들이 함께 살 때 겪는 불편함을 마주했다.
넷, 교사들의 부지런함과 돌봄은 자연속학교를 열 수 있는 힘임을 날마다 확인했다. 24시간 돌봄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자연속학교는 교사들에게 그만한 체력과 정성을 요구한다. 어린이들 속에서,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어린이들과 함께 놀고 일하는 교사들이 있어 날마다 물놀이가 가능하고, 어린이들이 부모님 없이 잘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몸놀이, 지역 방문 활동, 낮 활동 뒤 물놀이와 새참, 마침회, 잠잘 때 교사 손을 잡고 자기까지 교사는 어느 곳에서나 언제나 어린이가 믿는 부모가 되고 믿을 수 있는 선생이 된다.
다섯, 교육공동체의 뒷받침이 있어 교사들과 어린이들이 행복했다. 부모자원교사들이 돌아가며 오셔서 부엌살림을 맡고, 교육활동, 어린이와 교사를 챙겨내는 힘이 있어 알찬 자연속학교가 될 수 있었다. 때마다 마음내고 시간 내서 정성을 다하는 부모자원교사들은 자연속학교의 든든한 축이다.
2024. 7. 13. 흙날(토요일). 날씨: 고성은 구름이 꼈는데 과천에 오니 무덥다.
[다들 애썼다]
여름 통일과 바다살림 자연속학교 엿새째, 아침 일찍 일어나 침낭을 개고, 헤엄옷을 정리해서 저마다 가방에 모두 넣어 복도에 세워놓는다. 떠나는 날 채비는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일어나니 평소보다 일찍 아침을 시작한다. 청소하고 나서 아침을 먹고, 모두 둘러앉아 자연속학교 마침회를 하고 큰 버스에 타면 이제 안전하게 돌아가는 일만 남는다. 어린이들과 교사들 모두가 다들 애썼다.
2024. 7. 12. 쇠날. 날씨: 아침나절에는 바람이 불었지만 햇볕이 쨍쨍 나서 물놀이하기에 좋다.
[두려움을 용기로]
날마다 물놀이로 몸이 피곤한 어린이들을 위해 오전에는 작은 실내물놀이를 했다. 페트물병을 던져서 바로 세우기다. 모둠마다 연습시간을 갖고 다 함께 한 판, 두 모둠이 세 번을 세웠다. 교사들과 어린이편 승부는 교사들이 이겼다. 덕분에 오후 새참은 교사들이 먹게 됐다.
두 번째 공부는 자연속학교 되돌아보는 글쓰기다. 일주일을 떠올려 쓰는 글 속에 여름 자연속학교 추억이 가득하다.
오후에는 마지막 물놀이로 자연속학교 정점을 찍었다. 본디 종일 물놀이를 계획했다가, 어린이들 몸 상태를 살펴 오후만 하는 거다. 닷새째 날마다 물놀이를 하니 더 재미난 걸 찾는다. 어제처럼 바위 위에서 바다로 뛰어들기 좋은 곳을 찾아 신이 났다. 다이빙에 익숙한 형님들 보고, 구멍조끼 벗고 용기를 내서 망설이다 모두의 응원 속에 뛰어내리는데 그 모습에 모두가 기꺼이 환호했다. 어제는 하진이가 그랬고 오늘은 소윤이가 성공했다. 두려움을 용기가 누르는 순간의 뿌듯함이 얼굴에 그대로 보인다. 둘레에 있던 분들도 함께 손뼉을 쳐주었다.
2024. 7. 11. 나무날. 날씨:
[설악산]
설악산에 올랐다. 두 패로 나눠 동생들은 비선대까지, 형님들은 울산바위까지 갔다. 아무래도 울산바위는 더 거리가 길고 오르는 길도 가팔라서 형님들만 가는건데 3학년 몇 어린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한다. 높은 학년 여학생들 위해 여선생님도 필요해서 박경실선생님이 같이 가게 되어 형님들 따라가겠다 나선 3학년 네 어린이들이 함께 울산바위를 갔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경험을 했지만 뿌듯한 추억이 되었을 거다. 아이들은 흔들바위 흔들겠다고 온 힘을 다했지만 흔들리지 않아 아쉽다. 흔들바위에서 유화가 외국인 두 분에게 인사를 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폴란드에서 온 요가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설악산에 올 때마다 외국인을 만나고 있다.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 1키로가 정말 더워서 땀을 주르르 흘린다. 마침내 닿은 울산바위에 바람이 불지 않고 햇볕은 뜨거워 그늘을 찾을 수밖에. 어서 내려가서 아이스크림 먹고 바다에 뛰어들겠다는 마음으로 다들 힘을 냈다.
동생들은 일찍 내려와 먼저 가고, 형님들은 3시 30분쯤 하산해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집으로 돌아왔다. 수박과 떡볶이 새참을 먹고 다시 바다 속으로 풍덩 빠져 실컷 놀았다. 나흘째 날마다 물놀이다.
밤에는 깔깔콘서트가 열렸다. 설아가 멋진 조명등을 들고와 무대가 화려했다. 어린이들의 춤과 공연은 언제나 깔깔 웃음이 난다.
2024. 7. 10. 물날. 날씨:
[산악박물관에서 푸른샘을 만났다]
여름 통일과 바다살림 자연속학교 사흘째, 드디어 만난 비가 아침 산책할 때 멈춘다. 아침 일찍 물질하는 해녀도 보고, 작은 배들도 보았다. 날마다 물놀이를 하는 여름 자연속학교지만 오늘은 날이 차서 못하겠다. 낮부터 개인다니 기대해봐도 좋겠다.
아침 공부는 마차진 바닷가에서 어린이 잠수부들이 구한 비단조개 그리기다. 크게 그리고, 자세히 그리고, 정성껏 그리고, 비례와 명암을 살려 그리는 규칙대로 작품을 완성하고, 관찰 글로 조개를 표현했다. 이제 도감에서 비단조개를 찾고 동해 바다 조개와 바다 생명을 공부한다.
낮 공부는 산악박물관에서 암벽타기와 산악박물관 공부다. 형님들보다 늦게 떠나는 푸른샘 1학년이 박물관으로 바로 왔다. 예년과 달리 푸른샘 1학년은 여름 자연속학교도 봄 자연속학교처럼 기간을 줄였다. 예전에도 상황에 따라 한두 번 줄인 적도 있지만 여름부터는 형님들과 같은 기간으로 살았는데, 지난해 평가 끝에 좀 더 적응기를 두기로 해서다. 먼저 온 형님들이 늦게 오는 동생들을 잘 맞이하고 먼저 채비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산악박물관에 오면 가장 인기있는 게 암벽 타기다. 학교 외벽에 암벽 등반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면 좋은데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터라 이곳에 올 때마다 그 생각이 난다. 암벽타기를 몇 번이나 더 하고 싶다는 어린이 산악인들을 말려서 모둠마다 박물관에서 본 걸 두 문제씩 내서 모두에게 발표했다. 돌아오는 길에 날이 좋으니 물놀이 할거 냐는 조름과 외침 끝에 또 바다로 뛰어들었다. 사흘째 날마다 물놀이다.
2024. 7. 9. 불날. 날씨:
[아이들과 여행 와서 사는 재미]
여름 통일과 바다살림 자연속학교 이틀째다.
"선생님 옷 갈아입어도 돼요?"
부스럭 부스럭 소리에 잠이 깼는데, 보자마자 묻는다. 시계를 보니 6시도 안됐다. 어제 밤에도 몇 번을 깨서 손을 잡더니 다시 잠이 드는 어린이였다. 해가 중천에 떴다.
이번에는 2학년 어린이들과 같이 자는데 일찍 자서 그런지 어린이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고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놀이를 한다. 복도에서 만난 4.5학년 두 친구는 일찍 잠이 깨서 산책을 간단다.
자연속학교 흐름은 7시 30분 아침 걷기ㅡ8시 아침 밥ㅡ9시 아침열기ㅡ오전 활동ㅡ점심ㅡ낮공부 열기ㅡ오후 활동ㅡ새참ㅡ자유 시간ㅡ저녁 밥 먹기ㅡ자유 시간ㅡ씻기, 일기(하루생활글 쓰기)ㅡ하루 마침회ㅡ9시 잠자기 이다.
어린이들이 부모님없이 일주일을 지내는 데는 부모님을 대신하는 동무들과 교사들, 함께 살기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같이 놀 어린이들이 있고, 부모처럼 돌보고 살피는 교사가 있어 자기앞가림과 함께 살기 힘을 기를 수 있다.
"선생님 안경 벗고 자는 얼굴이 아버지 얼굴 같아서 아버지가 보고 싶었어요."
"선생님 손 잡고 잘래요."
"선생님 옆에서 자야 해요."
"하루가 빨리 가서 빨리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선생님 불가사리가 살아났어요."
아침 산책은 잠집 둘레 한 바퀴 돌며 동해바다의 밀물과 썰물, 서해 바다와 차이, 하늘 보고 밤과 낮의 동서남북 찾기, 동해바다와 태평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침나절 공부로 고성통일전망대에 갔다, 금강산은 구름에 가려 아쉽지만 해금강이 잘 보인다. 전쟁과 분단 현실, 바라볼 뿐 갈 수 없는 저 너머 북녘땅을 그리고 시를 썼다.
낮 공부는 금강산 기차식당에서 점심 먹고, 6.25전쟁 전시관과 DMZ박물관에서 공부했다. 6.25전쟁체험전시관은 올 때마다 이름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DMZ박물관에서는 통일을 바라는 반팔옷 꾸미기를 하고. 모둠마다 박물관을 돌며 문제를 내서 다함께 모여 발표했다.
오후 공부를 마치고 잠집으로 돌아오니 3시쯤이다. 쉬다가 특별한 새참을 먹고, 바닷가 둘러보러 나갔는데 물놀이 하고 싶은 어린이들 마음을 어쩌지 못해 또 바다 속으로 풍덩. 헤엄옷 채비하지 않은 채 입은 옷 그대로 뛰어드니 더 신이 난다. 더욱이 앝은 곳에서 구명조끼 없이 맨 몸으로 헤엄치는 자유로움이 가득하다. 옷이야 빨면 그만이고, 물놀이 할 수 있을 때 실컷 하는 게 먼저다.
2024. 7. 8. 달날. 날씨:
[여름 통일과 바다살림 자연속학교가 시작되었다]
여름 통일과 바다살림 자연속학교가 동해안 고성에서 시작되었다. 날이 좋으니 첫 날부터 바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우리 어린이들은 물과 불을 정말 좋아한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바닷가에서 놀고 놀고 또 놀았다. 교사들은 안전요원이 되어 안전선을 만들고 지켜보며 신나게 함께 놀지만, 물놀이는 어린이들이 알아서 저마다 기운대로 논다.
모래성놀이가 더 좋은 어린이, 잠수해서 조개찾는 어린이, 물고기 찾는 어린이, 고둥 찾는 어린이, 튜브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어린이~ 아오, 준희, 도현이는 잠수해서 조개 찾겠다며 구명조끼를 벗고 싶단다. 내 옆에서 하기로 하고 본격 잠수, 곧바로 비단조개를 찾아냈다. 소윤, 한울이는 내 등에 붙어서 더 깊은 곳에 가자고 조른다. 막상 더 들어가면 딱 달라붙어 소리를 지른다. 여기저기에서 민들조개(비단조개)를 찾았지만 예년보다 잡히지 않는다. 조개도감을 만들어야 하는데...
후덥지근 더운 여름날 물놀이는 최고의 놀이다. 앞으로 행여라도 후쿠시마 방사능쓰레기 때문에 바다에서 물놀이를 못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하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