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다'는 농촌도 이젠 옛말인가. 전남 농ㆍ어촌 지역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은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마을상수도 대부분이 노후화된데다 축산 폐수 등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으로 수질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가 올 1분기에 도내 1795곳의 마을상수도에 대한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식수로 부적합 곳이 13곳이나 됐다. 나주 다시면 동곡리와 장성 삼서면 화해마을ㆍ보강마을ㆍ용흥마을, 완도 소안면 이월리 등에서는 질산성 질소가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총대장균군이 과다 검출됐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2분기에 곡성 122곳, 장성 232곳 등 모두 367곳의 마을상수도에 대해 수질을 검사한 결과에서도 21곳에서 세균이 과다 검출되거나 질산성 질소가 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질산성 질소는 세균과 달리 일반적인 염소 소독이나 끓이는 방법으로는 제거할 수 없어 당연히 음용을 중단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면사무소 공무원들은 보건환경연구원과 군의 '음용을 중단하고 대체수원을 개발하라'는 공문을 무시하고 검사 결과를 적극 알려주지 않아 주민들이 계속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음용 중단'통보만으로 전남도의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 마을 단위로 대체수원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오염을 알고 있으면서도 농촌의 특성상 울며 겨자먹기로 부적합한 물을 마시는 곳도 있다 하지 않은가.
도는 보다 적극적인 음용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도시로 떠난 사람들에게 물 하나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농촌으로 돌아오라고 할 셈인가. 거창한 복지가 아니라도 주민들이 물이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주민 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