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컬러유리 건물'개성만점' 사각 벽면 꺾이고 접히고, 마치 거대한 조각덩어리 안과 밖 대비·치환수법, 철저히 계산된 연출결과
색유리 모자이크의 패턴은 빛과 조우하여 다양한 변화를 연출한다.
사각패턴의 파스텔톤 색유리로 된 건물의 남동측면. 꺾임과 사면으로 된 입방체는 하나의 조각물처럼 보인다.
대리석 벽과 바닥 그리고 유리의 매끈한 마감은 철골구조체와 노출된 천장의 거친 마감과 대비되며, 동시에 현란한 외부형태와 무채색계 실내공간의 대비와 맥을 같이한다.
한류열풍으로 아시아 각국에 한국 이미지가 소개되어 국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소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욘사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3조원이나 되어 대략 우리나라 총 수출액 280조원의 1.07%에 해당하는 경제 가치를 가진다 하니 정말 대단한 것이다. 이미 문화적 측면에서 그러한 전례는 많이 있었다. 영국의 비틀스나 스웨덴의 아바 같은 그룹에서 봤듯이. 어쨌든 즐거운 현상이다.
그러면 건축은 어떤가? 우리의 건축계도 그런 기회를 가질 뻔 하였다. 1988년 올림픽 때 체조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는 중국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자문을 위해 초청되었고 후에 중국의 프로젝트 현상설계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최근에 다수의 사무실은 중국 프로젝트 설계를 하고 있다. 또한 70년대부터 중동에서 시작된 건설의 경우는 말레이시아 경제성장의 상징물인, 아시아에서 최고 높은 페트로나스 쌍둥이 건물공사에 이어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160층짜리 세계 최고층 건물 공사를 수주하기도 하였다. 건설의 한류열풍은 이미 7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지역을 초월한 트렌드의 유행현상은 건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의 스타 건축가들의 작품이 우리나라에도 무수히 들어서고 있다. 최근의 예만 보아도 삼성 리움미술관, 현대산업개발 사옥, LG문화관, SK사옥, 종로타워 그리고 대구의 두 개의 교보빌딩을 포함하여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어 바야흐로 국적과 장소의 한계를 넘어선 독특한 개성이 부각되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남과 차별화된 고유한 개성의 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 것은 이 시대의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다.
#꺾임과 사면의 입방체 사각 색유리로 된 조각물
유성건설 사옥은 다양한 견해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개성적이다. 해외, 특히 최근의 유럽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이러한 경향의 건물을 많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60년대 소위 국제주의 양식이라는 백색의 상자형 건물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 이미 복고주의 형식 등을 포함한 포스트모던이라는 다양한 색채와 문양을 사용한 또 다른 양식이 등장하고, 그 얼마 후 매끈한 표면의 금속과 여러 종류의 유리를 사용한 하이테크 형식을 포함한 레이트 모던 양식이 나타났다.
이어서 최근에는 해체주의 양식이란 새로운 흐름이 나오는데, 그 특징은 건물이 난해한 조각처럼 자유로운 곡면과 꺾임 그리고 매우 복잡 다양한 형태에다 현란한 색채까지 사용하게 된다. 하나의 통일된 형식에서 벗어나 건축의 본질마저 변화된 듯한 자유로운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SK사옥이나 현대산업개발 사옥 등이다. 자신의 존재를 아무 거리낌없이 보여주는 개성의 시대, 다시 말해 마음껏 나만의 아름다움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건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성건설 사옥은 건설회사로서 새로운 건축적 상을 마음껏 표현한 별난 건물이다. 경산에서 대구시내로 진입하는 길목의 코너부에 위치한 삼각형 대지에 서 있는 이 건물은 사각형의 덩어리가 각각의 면에서 다 다르게 접히고 꺾여서 마치 거대한 색유리 조각 덩어리를 세운 듯하다. 사각형을 기본으로 복잡하고도 다양하게 나누어진 파스텔톤 컬러유리의 파사드(건물정면)는 파울클레 혹은 몬드리안의 그림이나 우리 전통 조각 보자기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그 유리들은 빛의 양과 방향에 따라 본래의 색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하여 원 모습을 애매모호하게 한다.
바로 이것이 이 건물의 외적 매력이다. 특히 밤에 보는 이 건물은 낮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조명이 몸통과 색을 날려버리고 뼈대만 남기는 것이다. 현대는 유비쿼터스 시대이다. 현실에 살고 있는 나이지만 현실 아닌 곳에 내가 사는 것 같은 상황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만으론 부족하여 다원적이고 애매모호하고 변화무쌍하게 즐기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되는 시대다. 그것이 옳고 그른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단지 다양성의 정도가 중요한 것이다. 어쩌면 그런 삶과 그런 세상이 훨씬 풍요롭고 매력있는 게 아닐까?
#화려한 원색 외부와 무채색 내부; 그 치환의 위험과 숨은 용기
이 건축의 내부는 밖과 다르다. 상대적으로 실내는 어두운 편이고 구조체는 노출되어 있고 원색으로 강조된 일부 벽은 부르탈리즘(19세기 초에 건축에서 재료의 물성을 강조하여 그대로 노출시킨 사조)적 취향마저 엿보인다. 고도의 하이테크적인 것은 어떤 면에선 세련된 부르탈리즘으로 볼 수도 있으니 개념상으론 안과 밖이 동일한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안과 밖이 크게 차이가 나는 대비효과 혹은 기대를 역설적으로 느끼게 하는 치환수법은 철저히 계산되어 연출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독특하고 새로운 것은 그 정도에 비례하여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건물을 건축한 관계자들은 용감하다. 작업의 과정에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을 것이다. 건축은 언제나 현실로 나타난 결과를 우선한다. 그 과정은 관련자들만이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그래서 특별한 건축은 내용을 파고들면 들수록 건축인들에게는 다양한 흥밋거리를 준다.
말레이시아 쌍둥이빌딩 건설에서 일본의 시미즈건설과 한 동씩 나누어 속도경쟁에서 이긴 삼성이 고도의 시공기술이 요구되는 두 동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두 생명의 희생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미국 유학 때 강의시간에 들은 것이다. 그냥 막 지어지는 건물이 아닌 건축의 경우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은 마치 빙산의 일각과 같은 것이다.
대구에는 수준높은 실험작들이 더 많이 건설되어야 한다. 다양한 개성이 중요한 시대에 이 보수적인 동네는 여전히 보수를 개성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진 않은지 자문해 본다.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