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진 속에는...
이번 달 초에는
시아버님 칠순기념으로
시부모님들을 동남아 여행을 보내드렸다.
잔치 대신에 보내 드린 효도관광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자식들에게 폐를 끼쳐가며
가고 싶지 않다고 단번에 거절하셨지만,
자식 된 마음에 그냥 넘어가기가 서운하여
여러 번 설득 끝에 보내드렸다.
여행사에서는 미리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효도편지를 쓰게 했고,
여행사 측에서도 꽃바구니와 과일을 준비하여
여행하시는 분들을 즐겁게 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시아버님이 좀 까다로우신 분이라
출발하고 나서 은근히 걱정되었다.
잠자리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깨끗하지 않아서 여행하시는데
마음이 상하실까봐 남은 자식들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5일만에 돌아오신
시부모님은 약간 상기된 모습이었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하시며,
오히려 여행 보내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셨다.
"너희들이 쓴 편지도 모두 읽어 주고,
예쁜 꽃바구니와 과일도 준비해서 주더구나.
음식도 다양하게 먹여주고,
잠자리도 깨끗하고 참 좋더구나."
시부모님은 흡족해 하셨고,
무엇보다도 자식, 며느리, 손자들이 쓴 편지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하셨다.
시어머님이 여행지에서 있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시는데,
시아버님이 앨범 하나를 슬쩍 내미셨다.
앨범에는 마치
두 분이 신혼여행을 하는 것처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두 분이 서로 마주 보며 껴안고 찍은 사진도 있었는데,
두 분 모두 좀 뚱뚱하셔서
서로 몸을 두 팔로 다 감싸 안지 못하셨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버님, 어머님하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돼 버리셨네요"하고 말해버렸고
이내 방 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시아버님은 그 사진들을 찍느라
쑥스러워서 혼났다고 하시면서도
무뚝뚝한 얼굴엔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시어머님 얼굴에도 새색시 같은 수줍음이 있었다.
그 모습을 뵙는 우리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공교롭게도 시부모님이 다녀오신 곳에
이번에는 친정어머니가 가시게 되었다.
복지관에서 후원하고 자식들이 얼마간 부담해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같이 공부하는
할머니들과 다녀오신다고 하셨다.
마흔 둘에 남편과 사별하여
자식 넷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다.
그런 어머니가 첫 해외 나들이를 가신다고 하는데,
왜 자꾸만 목이 메는지 모르겠다.
사람으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별의별 고생을 다 하신 어머니다.
한 번은 공사판에서 일을 하다가
3층에서 발을 잘못 디뎌 떨어졌는데,
아프다고 하면 일터에서 쫓아낼까봐
그 날 하루만 쉬고,
그 다음 날 바로 일을 하러 나가셨다.
그 탓에 지금까지 허리가 아프고,
팔도 마음대로 돌리지 못 하신다.
그 무렵, 우리 자식들은 너무 어렸고,
또 같이 살지 않았기에 병원에 모시고 가지 못했다.
그 때 병원에 모시고 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으로 남는다.
이제 모두 결혼해서 각자 열심히 사는 자식들,
그러나 우리 사남매는 자꾸만 목이 멘다.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같이 가는 나들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 분이 손잡고 좋은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드시고,
다정한 포즈로 사진도 찍고 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생긴다.
몇 년 전 회갑 때도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자꾸만 눈물을 흘리셨는데,
좋은 구경하러 나가서는 또 얼마나 아버지 생각이 나실까.
시부모님의 쑥스러워하면서도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주 오래 전부터 어머니의 사진 속에는 아버지가 안 계신다.
이번에도 아버지가 없는 독사진을 또 찍어 오시겠지.
정말,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아버지를 다시 살려내고 싶다.
홀로 외롭게 늙어 가시는 어머니를 보노라면
더욱 그런 간절함이 생긴다.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용돈은
조금 보내드렸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리기만 하다.
- 옮겨 온글 -
첫댓글 좋은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감동적인 글이네요 늙어가면서 가장 소중한 벗이 아내이고 남편이 아닐런지요 지금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일거구요 서로에대해 가장 잘알고 가장 잘 이해해줄수있는 가장든든한 벗이부부이리라~`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편안하고 행복함을꿈꾸는 골친사 회원님들 하루하루 행복이 듬뿍넘쳐나시길 소망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