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是日에 性眞이 至洞庭하여 劈琉璃之波하여 入水晶之宮하다./ 이 날에 성진이 동정호에 이르러 유리같은 물결을 가르고 수정의 궁전에 들어가다.
◯ 龍王이 大悅하여 出迎於宮門之外하여 延入殿上하여 分席而坐하다./ 용왕이 크게 기뻐하여 궁문 밖에 나와서 맞아 대궐 위로 맞아 들여 자리를 나눠 앉다.
◯ 性眞이 俯伏하여 奏大師遙謝之言하니 / 성진이 엎드려 대사가 멀리서 사례하는 말을 아뢴다.
◯ 龍王이 恭己而聽之하고 遂命設大宴而接之한대 / 용왕이 공손히 듣고 마침내 부하들에게 명하여 큰 잔치를 열어 그를 접대한대.
◯ 珍果仙菜가 豊潔可口하다. / 진기한 과일과 신선세계의 나물이 풍성하고도 깨끗하니 입에 맞았다.
◯ 龍王이 親自執酌以勸性眞하니 / 용왕이 친치 잔을 잡아 성진에게 권하니
◯性眞이 固讓曰 “酒者는 伐性之狂藥이오 佛家大戒러니 賤僧은 不敢飮也니이다./ 성진이 굳게 사양하면서 말한다. ”술이란 성품을 치는 광약이요, 불가의 크게 경계하는 것이니 천승은 감히 마실 수 없습니다.
◯龍王曰 “釋氏五戒中 禁酒를 予豈不知리오./ 용왕이 말한다. ”석씨의 오계 중에 금주를 내가 어찌 모르리요.
◯寡人之酒는 與人間狂藥으로 大異하니 只能制人之氣오 / 과인의 술은 인간의 광약과는 크게 다르니 다만 사람의 기운을 제약하는 것.
◯未嘗蕩人之心이니 上人은 不念寡人慇懃之意耶아?.”/ 일찍이 사람의 마음을 방탕하게 하지 않았으니 스님은 과인의 은근한 뜻을 생각지 않으십니까?
◯性眞이 感其厚眷하여 不敢强拒하고 乃連倒三巵하고는 / 성진이 그의 투터운 정의에 감동하여 감히 억지로 거절치 못하고 연달아 석잔을 마시고
◯辭龍王出水府하고 御冷風하여 向蓮花而來하다./ 용왕의 수부를 하직하고 한풍을 타고 연화봉을 향하여 오다
◯ 至山底하여 頗覺酒暈上面와 昏花纈眼하다. / 산 아래에 이르러 술기운이 얼굴에 오르는 것과 눈앞이 어질어질함을 자못 깨달았다.
◯ 自訟 曰“師父若見滿頰紅潮면 則豈不驚怪而切責乎리오?” 하고 /
자책하며 말한다. “스승님이 만약 얼굴 가득한 홍조를 보시면 어찌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절실히 책망하지 않으리요?”
◯卽臨溪而坐하고 脫其上服하여 / 곧 시냇물에 다달아 윗옷을 벗고
◯攝置於晴沙之上하고 手掬淸波하여 沃其醉面한대
맑은 모래 위에 두고 손으로 맑은 물결을 움키어 취한 얼굴에 끼얹었다.
◯忽有異香이 捩鼻而辿이라.
갑자기 이상한 향기가 코를 비틀치며 다가온다.
◯旣非蘭麝之薰이오 亦非花卉之馥이로되
난초나 사향의 향기도 아니요 또한 꽃의 향기도 아니다.
◯而精神自然震蕩하고 鄙吝焂爾消鑠하고 悠揚荏弱不可形喩하니
그러나 정신이 자연스레 흔들리고 속된 기운이 재빨리 사라지고 은은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형용할 길이 없다.
◯乃自語 曰“此溪上流에 有何奇花郁烈之氣하여 泛水而來耶아?
이에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 시내 상류에 향기 짙은 기운의 어떤 꽃이 있길래 물에 떠서 오는가?
◯吾當往而尋之하리라.” 更整衣服沿流而上하다.
내가 마땅히 가서 그것을 찾아보리라.“ 다시 옷을 단정히 하고 물 흐름을 따라 올라가다.
◯ 此時에 八仙女가 尙在石橋之上이라가 正與性眞과 相遇하다.
이때에 팔선녀가 아직 석교 위에 있다가 바로 성진과 서로 만났다.
◯性眞이 捨其錫杖하고 上手而禮 曰
성진이 석장을 놓고 손을 올려 예를 하고 말한다.
◯“簽女菩薩은 俯聽貧僧之言하소.
"모든 여보살님들은 빈승의 말을 굽어 들으십시오.
◯貧僧은 卽蓮花道場六觀大師弟子也이니
빈승은 곧 연화도량의 육관대사의 제자이니
◯奉師之命하야 下山而去라가 方還歸寺中矣니이다.
스승님의 명령을 받들어 산을 내려갔다가 막 절로 되돌아가는 중입니다.
◯石橋甚俠하고 菩薩齊坐하니 男女恐不得分路일새
돌다리가 매우 좁고 보살이 일제히 앉았으니 남녀가 길을 나눌 수 없을까 저어됩니다.
◯惟願僉菩薩은 暫移蓮步하여 特借歸路하소.”
오직 바라는 바는 모든 보살님들은 잠시 연보를 옮기시어 특별히 돌아갈 길을 빌려주소서."
◯八仙女가 答拜 曰“妾等은 卽衛夫人娘娘侍女也라.
팔선녀가 답배하고 말하기를 “저희들은 곧 위부인 마마의 시녀들입니다.
◯承命於夫人하여 問候於大師하고 歸路에 適少留於此矣니이다.
위부인의 명을 받들어 대사에게 안부를 묻고 돌아가는 길에 여기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妾等이 聞之호니 禮云 於行路에
첩들이 듣자니 예에 이르되 행로에서
◯男子由左而行하고 婦女由右而行이라.
남자는 왼쪽으로 가고 부녀자는 오른쪽으로 간다고 하는 데
◯此橋가 本來偏窄하고 妾等이 且已先坐러니
이 다리가 본래 좁고 첩들이 또한 이미 먼저 앉아 있으니
◯今道人이 從橋而去는 於禮不可니이다.
이제 도인이 다리를 따라 가려는 것은 예에 맞지 않습니다.
◯請別尋他路而行하소서.”
청하노니 다른 길을 따로 찾아보소서.”
◯性眞 曰“溪水旣深하고 且無他路이니 欲使貧僧으로 從何處而行乎아.”
성진이 말한다. “시냇물은 깊기도 하고 또한 다른 길은 없으니 빈승으로 하여금 어느 곳으로 가라 하는 겁니까? "
◯仙女等 曰“昔達磨尊者는 乘蘆葉涉大海라 하니
선녀들이 말한다. “예전 달마존자는 갈대잎을 타고 큰 바다를 건넜다하니
◯和尙은 若學道於六觀大師면 則必有神通之術이리라.
화상이 만약 육관대사에게 도를 배웠다면 반드시 신통의 법술이 있으리이다.
◯涉此小川이 何難之有로되 而乃與兒女子로 爭道乎아.”
이 작은 내를 건너는 일에 무슨 어려움이 있다고 아녀자와 길을 다툽니까?”
◯性眞이 笑而答 曰“試觀諸娘之意하니 必欲索行人買路之錢也로다.
성진이 웃으며 답하였다. “여러 낭자들의 생각을 시험해 보니 반드시 행인의 길을 사는 돈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貧寒之僧이 本無金錢일새 適有八顆明珠러니 請奉獻於諸娘子하여 以買一線之路니이다.”
가난한 중이 본디 돈이 없으나 마침 여덟 알의 명주가 있으니 청컨대 여러 낭자에게 바쳐서 한 줄기 길을 사고자 합니다.”
◯說罷에 手持桃花一枝하여 以擲於仙女之前하니 四雙絳萼이 卽化爲明珠하여 祥光滿地하고 瑞彩燭天하니 若出於海蚌懷胎러라.
말이 끝나자 손으로 도화 한 가지를 잡아 선녀의 앞에 던지니 네 쌍의
붉은 꽃이 곧 명주로 변화하여 상서로운 빛이 땅에 가득하고 상서로운 색이 하늘을 밝히니 마치 바다 조개가 태를 품은 데서 나온 것 같았다.
◯八仙女各拾取一介하고 顧向性眞하여 粲然一笑하고는 竦身乘風하여 騰空而去하다.
팔선녀가 각각 한 개씩을 가지고 성진을 돌아보고는 방긋 한 번 웃고는 몸을 솟구쳐 바람을 타고 공중에 올라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