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공화국 노리는 이재명-한총련의 더 무서운 혁신
공식조직 아닌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이재명 통해 진보세력 집권 목표”
97년 한총련 의장 출신 강위원 밝혀
당대표가 비민주적 친위대 ‘도구’ 돼서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0./뉴스1
마침내 국민의힘 혁신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모양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 표현대로라면 ‘나라님’ 목이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22일 “많은 분들이 왜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며 “일반 당원이라면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호나 6호 혁신안에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당이 이제라도 건강한 당정 관계 혁신안을 내놓겠다니 다행이다. 이에 비하면 대통령도, 나라님도 없는 야당이 ‘숨 막힐 상황’이라는 건 분명 비정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이 21일 대전 KAIST 혁신위 특강에서 한 소리다. 비명계 의원 4명이 결성한 모임 ‘원칙과 상식’ 중 한 명인 조응천 의원도 같은 소리를 했다. 당내 패권주의, 사당화, 팬덤 정치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라는 거다. 이 모임이 19일 진행한 청년 간담회에선 현재 민주당의 상태가 독재, 공포, 경색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거대야당 민주당엔 제왕적 당 대표 이재명이 있다. 대통령의 측근인사 비판할 것 없다. 이재명도 친명인사 일색으로 해놓고는 대통령 못지않은 ‘친명 패권’을 휘두른다. 8월 ‘김은경 혁신위’가 조기 종료된 뒤 이재명은 조용히, 실은 더 무섭게 혁신 중이다. 당내 공식 기구도 아니면서 공식 기구 같은 이름을 가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라는 친위조직을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다.
이 사병 같은 친위대가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건 이재명이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8월 31일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을 때다. 혁신회의 강위원 사무총장이 야권 성향 유튜브에 나와 “가결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압박한 거다.
강위원은 이재명이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비서실 총괄팀장을 맡았던 실무 3총사였다. 그는 1997년 23세 선반기능공을 경찰 프락치로 몰아서 숨지게 했던 ‘이석 치사 사건’ 당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으로 유명하다. 자유일보에 따르면 김용은 1993년 한총련 출범 시 지도위원으로 종북그룹을 관리했다. 정진상은 남총련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혁신회의엔 강위원 말고도 1997년 남총련 의장 출신 정의찬, 1998년 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 출신 이석주 등 한총련 출신이 적지 않다.
민주당 공식 조직도 아닌 이 조직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여기서 성명서를 내거나 움직이면 이재명이 따르기 때문이다. 9월 6일 혁신회의가 “윤석열 정권의 무능독재, 내각 총사퇴 요구로 해체하자”는 성명서를 내자 이틀 후 이재명은 국회에서 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강서구청장 후보로 진교훈을 선보인 것도 8월 20일 혁신회의 전국대회에서였다. 정당법에 명시된 대의원제 폐지와 ‘당원민주주의’도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혁신회의에서 민주당을 ‘접수’해 이재명을 대통령 후보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강위원은 최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우리 목표는 진보개혁세력의 집권이고 이재명을 통해 그 목표를 이루려는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도구’로 택했던 안희정, 이광재 등 86그룹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 50% 물갈이해서 자신들이 나서는 것은 물론이다. “윤 대통령으로 인해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건설 논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기본소득에 기반을 둔 사회경제 체제, 남북 화해협력도 강조했다. ‘전대협 문재인 정권’을 능가하는 가공할 제7공화국 구상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이 성남시장 시절 한총련이나 경기동부 운동권과 연을 맺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자객 공천’에 나서겠다는 혁신회의 사람들 중에는 종북·폭력·점거·반(反)인권적 과거에서 자유롭지 않은 점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국고에서 보조금을 받는 공당(公黨)의 정책과 공천 결정 과정이 공식 조직 아닌 사조직을 통해 비민주적으로, 사적 이해관계에 의해 정해져도 되는지 의문이다. 만일 국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비선조직 아니냐며 나라가 뒤집어질 판이다. “한총련이여 반미자주 함성으로, 가자 가자 한총련이여, 통일 조국으로” 진군가를 불렀던 한총련 출신들이 이재명과 어떤 제7공화국을 만들려는지도 무섭고 두렵다.
이념 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대남 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이다. 86그룹보다 훨씬 시대착오적이고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97운동권에 기댄 이재명의 혁신은 ‘혁신’에 대한 모독이다.
김순덕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