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에어컨에 노출된 우리 몸의 적신호…대처법은?
감기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등 냉방병 가능성 높아
코로나19와 구분 어려워…의심된다면 검사 권고
올여름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 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한여름 냉방기구 사용량이 늘면서 '냉방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내외 온도 차는 5도 이내로 줄이고 실내를 자주 환기하는 게 좋다. 특히 코로나19와 구분하기 어려워 의료진은 기침이나 몸살 증상이 있으면 되도록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볼 것을 당부했다.
냉방병은 냉방 중인 실내에서 느낀 감기, 두통, 근육통, 권태감, 소화불량 같은 임상 증상을 말한다. 엄밀히 정식으로 분류되는 질병은 아닌데 감기와 비슷한 증상과 함께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아우른다.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냉방병이 다양한 원인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면서 "가장 큰 원인은 실내외 온도 차와 급격한 온도 변화에 따른 신체 부적응"이라고 말했다. 실내와 외부의 급격한 온도 차가 체내 호르몬과 신경계 조절 이상, 스트레스 반응을 부른다.
낮은 습도도 원인이다. 여름철에는 제습기나 제습 기능이 있는 냉방기구를 사용하는데, 이에 따라 실내 습도가 매우 낮게 유지된다. 낮은 습도는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켜 건조함을 발생시키고 점막을 자극해 호흡기뿐 아니라 전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냉방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밀폐된 실내에 오랫동안 냉방기구에 노출된 상태도 문제다. 실내 환기를 시키지 않는다면, 시간이 흘러 공기에 여러 유해물질과 병원균 농도가 높아진다. 두통, 피로감, 어지러움, 오심, 집중력 저하 등 증상과 눈물, 기침, 콧물,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교수는 "냉방병 증상은 대부분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지만, 감기와 같은 호흡기 증상이나 두통과 피로감 같은 전신증상,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같은 위장 증상 등이 있다"며 "이 밖에 여성 생리 변화 같은 생리통, 만성질환자들의 증상 악화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정도가 약한 노인이나 소아를 비롯해 만성질환자 중 특히 심폐기능 이상 환자, 당뇨병 환자들은 냉방병에 더 걸리기 쉽고 기존에 앓던 질환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온도 차를 줄여야 한다. 설정 온도는 실외 온도보다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게 한다. 실내에서 장시간 머물 때는 2~3시간에 한 번씩 환기하고, 스트레칭을 하거나 종종 바깥 공기를 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스스로 에어컨 희망 온도를 변경하기 어려운 장소에 있다면 에어컨의 찬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겉옷을 준비해 걸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실내에 머무는 동안에는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비타민과 수분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냉방병 치료는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 없이 냉방기구 사용을 자제하거나 중단하고 충분히 환기를 한 다음 휴식을 취해야 한다. 또한 따뜻한 물로 샤워, 목욕하거나 가벼운 운동으로 체온을 높여주며 긴 옷으로 갈아입거나 외투를 덮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코로나19와 구분되지 않는데 박중철 교수는 "냉방병도 코로나19도 감기 증상이 있다. 혹시라도 냉방기구를 오래 사용하며 기침이 계속 발생하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냉방병을 레지오넬라 폐렴 같은 호흡기 감염, 소화기 질환, 기존 만성질환의 악화와도 오인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덥고 습할 때 에어컨 냉각수에 잘 번식하는 레지오넬라균은 냉방기구의 찬 공기를 통해 실내에 퍼져 면역력이 약한 이에게 독감이나 폐렴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교수는 "냉방이 되는 실내에 오래 있을 때는 따뜻한 물 같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 된다. 또한 미리 냉방 기구 내부 청소를 하고 필터를 교환해 유해 물질이 실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