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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간단한 통계를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 7일 한국은행과 OECD 국민계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2년 우리나라 가계의 이자부담 총액은 45조3000억 원이다. 2004년 14조9000억 원에서 3배 증가했다. 2004년 말 494조2000억 원에서 2012년 말 963조8000억 원으로 약 2배 증가한 가계부채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다. 2012년 말 기준 가계부채에서 판매신용을 제외한 906조 원 중에서 제1금융권으로 불리는 시중은행이 51.6퍼센트, 제2금융권이 48.4퍼센트를 차지한다. 김영환 의원이 추산한 자료에 따라 제1금융권의 평균금리 5.2퍼센트와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 평균금리 6.12퍼센트를 906조 원의 가계부채에 적용해보면 이자부담액은 총 61조5000억 원이다.
국민계정 통계도 이자부담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누적된 가계부채를 현행 평균금리를 적용하여 이자부담액을 추산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으나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추세였음을 떠올릴 수도 있다.
지난 7월 3일, 국회에선 가계부채 청문회가 열렸다. 단 하루 열리는 청문회에 관계부처 장관들과 금융기관장이 모두 출석하여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고 끝났다. 청문회에 앞서 한국은행은 기획재정위원회에 '가계부채 현황보고'를 제출했다. 보고에서 "금리인하는 가계의 이자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경기 회복에 따른 소득증대 효과를 통해 채무상환 능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25퍼센트에서 현재 2.50퍼센트까지 낮춰왔다. 그러나 김영환 의원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7.2퍼센트에서 5.2퍼센트로 2.0퍼센트 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으며, 저축은행의 경우는 오히려 12.2퍼센트에서 15.5퍼센트로 올랐음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2008년, 40퍼센트 수준이던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비중은 올해 2분기 49.2퍼센트로 증가했다. 2008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분의 66퍼센트가 제2금융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빚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가고 있다.
8.31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가격은 하락을 멈추고 상승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의 기대감이 없기에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던 전세가격은 멈출 줄 모르고 상승중이다. 드디어 바닥을 쳤다며 언론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 국회의 입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다수의 대책과 함께 어딘가에는 있을 주택 구매 수요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중일까?
아파트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가 맞물려 늘어난 가계부채는 새로운 거래를 통해 청산해야 하는 수준이다. 900조가 넘는 빚을 과연 집을 팔지 않은 채 가계 소득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대출 담보물인 주택은 채권자에 의해 경매에 나오게 될 것이다. 아직 가계부채 연체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며 부동산 시장의 파국이 닥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경매 관련 서적만큼은 발 빠르게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파국, 경매의 시작
박근혜 정부의 회심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때를 맞춰 2013년 9월 초 경매 고수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두 사람이 각각 책을 냈다. 홍창현이 쓴 <3대가 잘먹고 잘사는 부자경매>(라온북 펴냄)과 hope 이승호의 <경매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특수물건>(미디어월 펴냄)이다. 독자 여러분이 간절하게 원할 최종 목표, "경제적 자유"를 위해 두 명의 경매 전문가가 펜을 들었다.
목적에 따라 두 부류의 예상 독자를 생각해 보았다. 먼저 저자들이 책에서 강조하는 대로 경매를 통해 부자가 되어 경제적 자유, 다른 말로 금리 생활자가 되려는 목표를 가진 독자가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경매로 돈을 버는 방식 뿐 아니라 주택에만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물건에서 수익을 내는 비법을 구하고 싶을 것이다.
다음은 아직도 주택가격은 비싼 편이라 생각하지만 향후 주택 구입 의사가 있으며 경매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주택을 구입해보려 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이들은 보다 나은 주택을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얻고 싶을 것이다.
<3대가 잘먹고 잘사는 부자경매>와 <경매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특수물건>은 이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경매에 입문해 보려는 독자가 볼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입문용 실용 교양서가 늘 그러하듯이 독자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며 경험을 쌓아가다 끝내는 잘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실용적 목적의 책이니 만큼 실용적인 소개를 빠뜨릴 수 없어, 책을 선택하는 목적에 따라 간략히 안내하려고 한다. 책의 내용이 실제 경매에 대한 요약인 만큼 이를 다시 요약하여 책을 다시 쓰지는 않겠다.
내 집 장만이 목표라면 이 책을 권한다
먼저 큰 욕심 없이 주택 정도를 마련하거나 작은 소일거리로 경매를 시작해 보려는 독자에게는 홍창현이 쓴 <3대가 잘먹고 잘사는 부자경매>를 선택하는 쪽이 낫다. 이 책은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경매에 입문하려고 하는 독자가 경매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항들을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사례들은 대개 아파트 및 주택이다. 이 책은 비닐로 밀봉하여 돈을 내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결코 보여주어서는 안 될 비급 같지만, 목차의 각 장에 붙은 제목을 보면 실상 기본적인 노하우를 정리해 놓은 정도다. 낙찰 받은 주택을 점유하고 있는 소유자 혹은 세입자를 설득하여 내보내는(명도) 방법을 사례별로 소개한달지, 낙찰 받은 주택을 빠르게 팔기 위해 부동산 중개소 뿐 아니라 문어발 전단지를 '조은풀'(저자가 쓴 여러 방법 중 가장 좋다고)로 붙인 경험 같은 것을 소개하는 등 세세한 노하우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책의 핵심적 내용은 권리분석을 다루는 3장과 경매 대출을 다루는 4장에 모여 있다. 심지어 4장에는 대출을 이용하려는 예상 독자 뿐 아니라 대출을 다루는 은행 직원을 위한 조언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한 번도 부동산 거래를 해본 일이 없는 독자도 거래 실제의 모습을 조금 엿볼 수 있다.
2장의 현장조사 목록과 유치권에 대해 설명한 부분도 살펴볼만하다. 2장에서 4장까지가 경매 실전 매뉴얼이라면 1장은 저자가 생각하는 투자 원칙을 늘어놓은 부분이다. 경매 물건의 점유자나 채무자와 직접 만나는 일을 꺼리지 않는 저자가 소개하는 빠른 명도 방법과 채무자의 부채를 인수하고 경매 대신 직접 싸게 매입하는 방법도 등장한다. 5장은 저자가 경험한 실제 사례 분석으로 채워져 있다. 10가지 사례를 듬성듬성 소개하는데 독자가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노하우". '정확한 현장조사와 권리 분석" 그리고 좋은 물건을 고르는 세세한 기준 등의 내용을 스스로 채워야 한다.
고수익을 노리는 야망가에게는 이 책을
경매를 통해 고수익의 야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hope 이승호의 <경매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특수물건>을 고를 수 있다. 저자는 첫 장 첫머리에 한 가지 사례를 들어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요약하고 있다. 저자가 운영하는 경매스쿨 카페의 회원이자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는, 경매를 꽤 잘 아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경기도 일산의 52평형 아파트를 대출 1억8000만 원을 포함하여 총 3억8000만 원에 낙찰 받아 1억6000만 원에 전세를 주었다. 경락 당시에는 분명 시세에 비해 싸게 샀지만, 아파트 가격이 계속 떨어져 현재 같은 아파트 급매가가 3억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저자는 어려운 주택 시장 사정을 볼 때 현재 세입자에게 조금 낮은 가격으로 넘기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경매를 통해서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즉 홍창현과는 의견이 조금 다르다. 경매로 아파트나 빌라 따위만 사는 것은 아니다. 이승호는 남들이 꺼리는 어렵고 복잡한 권리관계가 있는 물건이야말로 침체된 주택 경기를 뚫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틈새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특수물건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자산관리공사가 대부분 세금 체납을 압류한 재산을 공개 매각하는 공매, 분양가 거품으로 수익률이 나오지 않지만 경매로 싸게 산다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는 상가,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성립하지 않아 건물주와 협상할 수 있는 법정지상권이 있는 대지, 유치권이 신고되어 있지만 실상은 가짜 유치권이어서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는 유치권이 붙은 물건, 작은 지분으로 다른 지분권자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지분투자가 그것이다.
요컨대 이 다섯 가지 물건은 경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도전하기 어려운 권리관계가 있어 싼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눈이 밝은 투자자에게는 이 권리관계의 허점을 짚어내고 제반 사항을 살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이기도 하다. 2장부터 6장까지 이 다섯 가지 특수물건을 하나씩 설명하며 각 장 마지막에는 "호프의 대박 사례"라는 코너를 두어 저자의 투자 성공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사례는 일종의 예제로서 기능 한다. 대박 사례 앞부분에는 저자의 다른 사례와 실패담 혹은 아쉬운 점이 남은 사례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책은 하나의 문제집이라 해도 좋겠다. 하나의 미덕을 꼽자면 각 장의 특수물건에 해당하는 법 지식을 요약하여 독자에게 소개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문제집으로 실전에 충분히 대비하려면 독자 스스로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 다만 앞의 책보다는 좀 더 촘촘하게 설명하고 있다.
두 책 모두 경매에 관심이 있는 입문 단계의 독자를 겨냥하고 쓴 책이지만 완전한 초보를 위한 책은 아니다. 각종 용어는 물론이고 저자들이 주요 서술 방법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읽어나가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 시험 과목의 맛보기 정도는 먼저 수강할 필요가 있다. 두 저자 모두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니 먼저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3대가 잘먹고 잘사는 부자경매>>의 홍창현의 경우 같은 이름의 네이버 카페(☞바로가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블로그 '홍사무장의 경매와 대출 이야기'(☞바로가기)도 있다. <경매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특수물건>의 hope 이승호는 다음 카페 'hope의 경매스쿨'(☞바로가기)을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의 미래는 부동산의 과거에서 찾아라
재테크로 돈을 벌 목적이든 더 싼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든, 부동산 실용 서적을 구입하는 독자가 가장 궁금한 것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과연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의 답이다. 해답의 실마리는 호황의 과정에 있다. '과연 무엇이 주택 가격을 그토록 높게 끌어 올렸으며 그 가격은 유지될 수 있는가'야말로 보다 정확한 질문의 내용이 될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대다수의 가계부채가 주택을 분양 받거나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부동산을 담보로 삼아 신용을 창출하여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상승의 기대가 여전하고 거래가 활발하게 계속되면서 부동산을 매개로, 부채를 연료로 삼은 엔진은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거래가 멈추게 되면 마지막으로 부동산을 산 사람은 꼼짝없이 빚을 갚아야 하는 호구가 된다. '하우스푸어'란 결국 이 마지막 구매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이란 다른 마지막 구매자를 찾는 것일 수밖에 없다.
부채의 규모가 가격을 상승시킨 동력이라면 시장의 향방 역시 부채의 규모에 달려 있기 마련이다. 주택은 투자자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거라는 필수 목적에 봉사하는 재화다. 거래가 끊기고 시장이 멎자 대신 보조 동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전세 가격 상승으로 나타났다. 저금리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결국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했다. 가계는 언제까지 주택에 돈을 부어 넣을 수 있을까? 이러한 의구심에 따라 새롭게 각광받는 것이 바로 경매 시장이다.
덕담으로 끝맺으면 충분할 실용서를 소개하는 글의 마지막치고는 꽤 뜬금없지만, 현재 상황을 묘사하는 듯한 미셸 아글리에타의 <금융제도와 거시경제>(전창환 옮김, 문원출판 펴냄)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하나의 관점은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산가격의 미래 상승, 따라서 신투자의 재개를 촉진하는 자산 수익성의 회복을 다시 기대할 수 있을 대까지 자산은 가치저하할 것이다.(Polin, 1992) 이 조정국면은 대단히 미묘하고 불확실하다. 실제 디플레가 지나치게 급속하면, 자본손실이 너무 심해 도산이 증가한다. 이때 이 불황은 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야기하는 금융위기로 전화될 수 있다. 역으로 만약 당국이 가격저하를 막기 위해 개입한다면, 조정은 상쇄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에서 매각되지 않고 남아있는 재고는 좀처럼 거래되지 않을 것이다. 잠재적 구매자도 대기상태에 있게 된다. 왜냐하면 잠재적 구매자들이 이 특수 범주의 자산에 대한 리스크와 양립 가능한 수익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가치증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재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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