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동구문화플랫폼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부산’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가 개최된다. 여기서 홍익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수학한 김정범 작가님과 청년작가이신 박지원, 손찬희 작가님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 밖에서부터 2030 부산 월드엑스포의 유치를 기원하는 비둘기 도자기 두 개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내부로 들어가면 1층과 2층의 구조로 나뉘는데, 1층에서는 김정범 작가님의 작품을, 2층에서는 박지원, 손찬희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의 시작 부분에서는 깔끔한 하얀 벽 앞에 ‘몽마르뜨에서 본 풍경’ 이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약 900도 정도의 온도로 구워야 하는 청동색과 작가님이 자주 사용하시는 코발트 블루 색의 그림을 입힌 도자기들을 내포한다. 곳곳에 사람의 장화나 손 모양의 도자기들을 배치해 인간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beyond fly up’(비상 그 너머)라는 작품은 여러개로 나누어진 도자기들로 갈매기들의 모습을 표현해 작가님의 부산을 향한 정성을 느낄 수 있다. 그 옆에는 시계의 숫자를 이미지로 표현한 ‘푸른 바다’라는 작품으로 현대인들의 고난을 보여주고, 여러 그림을 그려 두개골 모양으로 나타나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회일반적인 이미지를 전통적인 공예방식으로 나타내 과거와 현재를 융합함과 동시에 오늘날 현대도예가 담아내야 할 담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박지원, 손찬희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창지와 비단 등의 한국화의 재료나, 진채와 바림 등의 한국화의 기법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품들이 나란히 전시되어있는 계단 위쪽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박지원 작가님의 고양이를 이용한 그림들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시간의 따른 가치 변화의 요건에 대해 고민하다 제작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라 한다면 나는 ‘사천왕냥’이라는 작품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냥’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귀여움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불교의 사천왕들을 고양이들의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어릴 적에 본 사천왕의 무서운 이미지와는 대조되도록 고양이들의 눈에 하트를 그려넣어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재미있는 작품이다. ‘묘한세계’라는 작품도 산에 누워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그려 눈길을 끈다.
옆으로 넘어가면 손찬희 작가님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이 작가님은 주로 소나무를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루는데, 고르게 발라진 흙 위에 마치 보석을 보는 듯 반짝거리면서 화려한 색감을 내뿜는 소나무와 붓과 먹을 이용해 전통적 방식으로 그려진 산들이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훌륭하게 이룬다. 소나무의 시점에서 본 행성을 나타낸 작품도 네 방향에서 식물들이 자라나는 모습으로 몽환적으로 표현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작품들의 가치도 있지만,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전시회를 열어주신 작가님들의 정성이 있기에 더욱 의미있는 것 같다.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이예니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