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조정기요? 이 곳에선 그런 것 잘 몰라요.”(서울 은평구 갈현동 한 공인중개사)
서울 은평구 일대가 은평뉴타운 개발 후광효과를 맛보고 있다. 이른바 ‘입주 효과’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된 뉴타운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치열하자 이 일대 기존 주택값이 들썩였다. 이번에는 일찍 분양된 뉴타운 단지의 6월 첫 입주를 앞두고 또 한차례 주변 집값이 꿈틀대는 분위기다. 개발 계획 발표를 비롯, 분양· 입주시점 등 잇슈가 있을 때 마다 주변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는 것을 보니 은평 뉴타운이 정말 좋은 모양이다.
요즘 은평구 갈현·불광·신사동 일대에선 아파트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집주인들이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매물이 많지 않아 호가 위주이긴 하지만 가격이 올 들어 꽤 올랐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N공인 관계자는 “넉달 앞으로 다가온 은평뉴타운 첫 입주를 앞두고 주변 아파트 소유자들이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매물 및 전세 물건 홍수로 해당 단지는 물론 주변 지역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곳 은평뉴타운 주변 일대는 사정이 다르다. 은평뉴타운 일반 분양아파트는 전매 제한에 걸려 입주 후에도 5~7년간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없다.
물론 특별공급 물량은 입주(등기) 후 팔 수 있지만 매매 호가가 주변 지역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불광동 골드공인(02-357-4100)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은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서울 속 미니 신도시인 만큼 주변 지역보다 훨씬 높은 시세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후 특별공급분 매물이 쏟아져도 주변 지역 집값은 오히려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입주 물량 쇼크요? 우린 걱정 안해요”
요즘 은평뉴타운 인근지역 아파트 매입 문의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 매물을 구경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가격도 호가 위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호황기였을 때에도 이렇다 할 호재가 없어 아파트값이 잠잠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호가 오름세는 매섭기까지 하다.
갈현동 현대홈타운 105㎡형은 3억2000만~3억3000만원 선으로 올 들어 1000만~2000만원 호가가 올랐다. 인근 코오롱아파트 79㎡형 역시 이달 들어 500만~1000만원 가량 올라 호가가 2억4000만원을 넘어섰다. 갈현동 대박공인(02-383-6900) 홍현애 사장은 "은평뉴타운 입주 후광효과를 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광동 미성아파트 115㎡형도 지난해 말보다 1000만~2000만원 올라 4억~4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매물 많지 않아 호가 위주로 올라
역세권 아파트도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과 불광역 등 은평뉴타운과 가까운 은평구 내 역세권 아파트는 올 들어 500만~1000만원 정도 호가가 뛰었다. 녹번역과 가까운 녹번동 대림아파트 105㎡형은 3억3000만~3억5000만원 선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억~3억1000만원이면 살 수 있었다. 불광역 인근 미성아파트 115㎡형도 한달 새 평균 1000만원 가량 올랐다. 불광동 좋은집공인(02-354-3333) 박명옥 사장은 “은평뉴타운이 입주하면 주변 환경도 좋아지기 때문에 인근 아파트가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호가는 오르고 있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서다. 불광동 한 공인중개사는 “시세보다 호가를 조금 낮춘 소형 아파트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수요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담합 움직임도 감지된다. 은평구 신사동 H아파트 105㎡형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세가 3억원을 밑돌았으나 지금은 3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은평뉴타운 입주가 다가오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높여 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호가 상승세 언제까지 갈까
은평뉴타운 주변 지역의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불광동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개발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라며 “올해에도 은평뉴타운 분양이 예정돼 있어 인근 아파트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은평뉴타운 입주를 앞두고 주변 지역 아파트 주인들 사이에서 향후 지역 발전성 등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지만 집값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은평뉴타운 1지구에서 1172가구에 달하는 특별공급 물량 중 상당 수가 입주 초기 매물로 쏟아져 나오면 주변 지역 집값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갈현동 한 공인중개사는 "은평뉴타운 주변 지역은 대부분 아직까지 낙후된 곳이 많아 뉴타운 외 주변 시장으로까지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붙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