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05](수) [동녘이야기]
[동녘글밭] 눈이 내리고
https://youtu.be/mJY5GrwyKp4
엊그제에 이어 오늘 새벽도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엊그제는 무릎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수북이 많이 쌓였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읍니다. 막 내리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올지 지켜볼 일만 남았읍니다.
오늘은 이 눈에 대한, 정확하게는 눈의 말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참입니다. 이처럼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려오는 새 하얀 눈도 눈이고, 그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눈도 눈입니다. 서로 전혀 다른 존재인데 이처럼 눈이라는 같은 말을 씁니다. 그래서 그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읍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이 ’말 뿌리‘가 같다는 것입니다.
둘 다 ’눕다‘라는 말로 그 말의 뿌리가 같다는 사실입니다. 하늘의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누워 있고, 온갖 사물을 살피고, 보는 눈은 얼이 담긴 굴인 얼굴에 누워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말은 있는 사실에서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데 같은 말이면 그 뿌리를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그 까닭을 헤아릴 수가 있읍니다. 가끔씩 그런 예를 드는 말로 가져와 쓸 때가 있는데 그 말은 다름 아닌 ’짬‘이라는 말입니다.
짬은 어떤 일의 도중이나 일을 끝낸 다음에 잠시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지극히 미미한 ’아주 짧은 시간‘을 가리킵니다. 또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이 아닌 지극히 하찮은 작은 것들을 뭉뚱거려 가르키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이 짬인데 바닷가에 있는 작은 바위로 파도가 칠 때 ’보였다 안 보였다‘하는 그 작은 바위를 짬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군대 생활에서 굳이 내세울 것은 못되지만 어쩔 수 없이 내세우게 될 때 쓰는 말로 이 짬이 끼니를 뜻하는 밥과 연결되어 짬밥이라는 말로도 쓰입니다. 이처럼 짬은 아주 작은, 조금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그러니까 말 뿌리가 아주 작은, 미미한 어떤 것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읍니다.
이처럼 우리말은 우리들의 일상에 그대로 붙어 있읍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생겨난 말로 여겨집니다. 이것이 어떤 일정한 규칙성을 갖게 되고, 그러한 규칙성이 틀로 굳어져 아름다운 우리말의 문화로 뚜렷하게 자리를 잡게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 후 이러한 말을 글로 적어 서로 공유하는 일이 생기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가림토‘ 문자를 비롯하여 한자, 이두 문자를 거쳐 1443년에 이르러 집중해서 연구하여 세종의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게 되었읍니다. 그리고 그 쓰임에 있어 검토의 과정을 거쳐 널리 알려진 대로 3년 후인 1446년에 공식적으로 반포하였읍니다. 이 얼마나 위대하고,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세종을 도와 한글 창제에 힘을 보태었던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의 서문‘을 남겨 한글 창제의 역사를 알렸읍니다. 먼저 나라에 따라 말과 소리가 다름을 지적하고, 우리의 경우, 한자를 빌려 썼으나 한자는 우리말에 맞지 않으며 신라 설총의 이두도 한자를 빌려 쓴 것이어서 크게 불편하여 새 문자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하여 계해년인 1443년 겨울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였음을 밝히고, 천지인 삼극의 뜻과 음양 이기의 묘함이 다 들어 있음을 알렸읍니다. 이렇게 28자가 아주 신묘하게 잘 만들어졌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한나절이면 익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안에 깨우칠 수 있다‘고 힘주어 말씀을 남기셨읍니다. 따라서 우리의 말과 글을 아끼는 우리들이었으면 참으로 좋겠읍니다.
이런 오늘도 고마움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첫댓글 지금, 밖에는 눈이 내립니다.
그래서 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읍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과 그것을 지켜 보는 눈은
다 같은 말인 눈입니다.
그런데 다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그 까닭을 알아 보았읍니다.
그래서 그 까닭은 말의 뿌리가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제 마음을 담았읍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