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통합’이 전국 일선 자치단체들의 과제로 떠오른 배경은 수도권으로 인구가 떠나는 블랙홀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효율성이 높아져 투입되는 인적, 물적 경쟁과 내부 갈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지자체가 광역화되면 대학과 SOC, 기업 등을 유치하기에도 수월해진다. 전북혁신도시와 같이 생활권·행정권 간 불일치로 이뤄지는 불편과 중복투자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은 ‘뭉쳐야 살 수 있다’는 위기감과 지방분권 시대를 앞당길 구심점이 중요해진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2017년 6월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3년간 중앙집권과 수도권 과밀현상이 오히려 심화했고 국토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 개헌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문 대통령의 의지에도 균형발전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투자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등 타 지역 자치단체들은 지역의 경제기반과 행정체제를 한데로 모아 경쟁력을 끌어올려야만 지방분권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지방분권 개헌 등 균형발전 비전이 더뎌지자 지자체들이 민의를 모으고 각 지역의 상황을 조율하는 지난한 과정을 시작한 셈이다.
일각에선 행정구역 통합 문제는 결국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미 행정구역통합은 시대적 화두가 됐다.
지자체의 몸집이 커지면 중앙정부와 비교적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광주전남, 대구경북은 행정체제를 통합해 인구 500만 이상의 슈퍼 지방정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경남울산 메가시티는 행정구역 통합이 아닌 경제협의체 개념으로 1000만 이상인 거대 도시권을 형성해 2500만에 달하는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겠다는 의지와 맞닿아있다.
대전세종 통합 논의와 충청권이 함께하는 행정수도 벨트론 역시 수도권이 지나치게 비대해 기존 전략으로는 지역발전을 견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앞서 청주와 청원이 통합하고, 창원, 마산, 진해가 한 몸이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광역화를 위해서는 우선 기초자치단체의 이익조정과 행정구역 조정이 불가피하다.
전북은 유일하게 중심권 도시 통합에 실패한 지역으로 광역자치에 앞서 기초단체 간 화합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치단체장들과 정치권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원팀 정신을 내걸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통합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민의견을 무시한 행정구역 통합은 갈등만 촉발시키고 오히려 지방자치제를 퇴행 시킬 것이란 반대의견도 높다.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된 원인도 완주가 자족할 수 있다는 군민들의 열망에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의 한 국회의원은“행정구역통합은 제 지역구외 다른 지역의 운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매우 조심스럽다”면서“논의가 다층적인데다 결국 자신의 지역 입장에서 행정통합을 주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고 국가 전체차원의 청사진을 내놓을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국회도 이러한 지방정부들의 움직임과 요구를 주의 깊게 보고 후속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http://www.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