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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금리를 왜 올릴까?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에 많은 나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근래에 이렇게 연준과 연준 의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적이 없었을 것이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과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고 하였지만 그럼에도 미래 금리 추이는 변동성이 적지 않다. 나는 연준의 금리 결정이 단순히 경제 지표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경제 정책은 현재 두 가지 정치적 메커니즘에 의해서 추동되고 있다. 먼저 국내 정치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포퓰리즘의 경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비단 미국 만의 현실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19년에서 2022년까지 집권한 브라질의 보우소나루의 별명은 ‘브라질의 트럼프’였다. 또한 스웨덴의 스웨덴민주당(Sverigedemokraterna, SD), 프랑스의 국민전선(Rassemblement national, RN), 스페인의 복스(VOX) 등 우익 포퓰리즘 정당들이 급격하게 세를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 경향성이 단지 우파 정당에만 있지 않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포퓰리즘은 좌, 우 이데올로기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포퓰리즘은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무시하고, 국수적인 경향을 띄며, 과학적인 예산 집행보다는 유권자들의 즉각적인 욕망에 부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요즘 유권자들은 선진국이나 개도국을 막론하고 정치 사회 이슈에 매우 즉물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따라서 참을성이 크지 않다. 전통적으로 보수당인 공화당조차도 이른바 트럼프주의를 시발로 선명한 우익 포퓰리즘이 등장했다. 팬데믹이 발생하자 포퓰리즘에 경도된 트럼프 정부는 적정 수준 이상의 지원금을 유권자에게 ‘직접’ 풀었으며 동시에 사실상 제로 금리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주로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한 반면에 국민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돈을 많이 풀지 않은 중국과는 대비되는 미국식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가 사실상 종식이 되고 이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해야하는 시기가 되었는데도 유동성을 쉽게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유동성이 회수된다는 것은 유권자의 인기에 반하는 것이며 함부로 유동성을 회수하면 포퓰리즘에 길들어진 유권자들을 화나게 하여 정권을 내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 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한번에 금리를 올리는 대신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과거 폴버커가 보여준 급진적인 금리 인상은 이제 더 이상 답습할 수 없는 정치 환경이 된 것이다. 과거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걸쳐 연준 의장을 역임했던 폴버커는 1979년 10월 한 번에 금리를 무려 400bp 올리는 등 연이은 광폭 행보로 기준 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리는 초고금리 정책을 보여준 적이 있다. 현재 미국은 겉으로는 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을 한다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파산 위기에 몰린 미국 중소 은행들에게 예금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또 여전히 막대한 달러를 찍어내면서 확장 재정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이로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미국의 전략은 달러를 계속 찍어내면서 동시에 중~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다. 폴버커처럼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는 대신 현재의 금리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끌고 가면서 국내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물타기 하는 것이다. 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개인 채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돈을 풀면서 금리를 올리는 정책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의 부정적인 효과를 체감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중에 여전히 돈이 넘치니 갈 곳 없는 자금은 IT 기업들에게 몰리면서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실업률은 미국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즉 상호길항적인 유동성 공급과 고금리 정책의 상호 모순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느끼는 체감상 부담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것은 미국이 달러라는 전 세계 유동성의 최종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국제 경제 질서를 강제할 수 있는 군사 패권국이기 때문이어서 가능하다. 즉 인플레이션에 독약인 유동성을 풀면서 금리 인상이라는 해독제를 주입하고 있는 패러독스적 형국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는 전 세계의 공장들을 미국으로 끌어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미국은 전 세계 산업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에의 타격은 경감되지만 반대로 세계 경제에는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즉 전 세계의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미국 경제는 더 강력해지고 동시에 세계 최대 채무국인 미국과 개인의 빚은 경감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 유권자들은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현금 유동성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정책을 미-중 패권 전쟁으로 봐야 하는 건가?
바로 이러한 모순적인 정책은 미국 국내의 포퓰리즘 현상의 결과로도 볼 수 있지만 미국의 장기적인 국제 정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의 GDP는 2021년도 기준 미국의 80% 수준까지 육박하면서 미국 추월이 드디어 눈 앞에 있다는 발표가 잇달았다. 2018년 트럼프의 집권 당시 중국의 GDP는 미국의 66% 정도였는데 불과 3년만에 20% 정도까지 갭을 줄이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포는 극에 달했다. IMF는 2028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역전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전망을 내세우기도 했다. 미국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 결과 미국은 이른바 전략적 충돌 (Strategic collision)을 결심하였다. 미국이 만든 자유 무역 구도를 스스로 수정하더라도 중국을 직접 견제하겠다는 이른바 신냉전을 택한 셈이다. 그 중에 하나가 중국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퇴출하는 것이고 중국에 몰려있던 전세계의 공장을 미국으로 반강제적으로 유입시키는 리쇼어링이 그 다음이다. 여기에 더하여 나는 미국의 장기 중~고금리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는 경제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은 폴버커식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지양하는 대신 달러라는 유동성을 국내에 지속적으로 풀면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양동 전략을 쓰고 있다. 이는 국내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면서 동시에 유권자들에게 복무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특히 중국에게는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생산체인에서 노골적으로 배제되면서 중국은 내수와 자국의 투자로 살길을 도모하고 있는데 중국에 투자되어야 하는 자금이 고금리 정책을 사용하는 미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강제로 진행하는 리쇼어링과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고금리 효과 때문에 중국은 현재 심각한 경제 침체를 맛보고 있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 산업의 파국도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글로벌 금리 상황은 미국 정계가 의도한 중국 견제 전략과 기가 막히게 호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 정책은 단순히 경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제 정치적인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국내외 정치와 경제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므로 현 금리 방향성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성공할 것인가?
그럼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당장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이 사용될 수 있다. 중국은 일단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울 것이다.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고 독자적인 금융 부분을 키워 미국의 견제를 무력화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선진 제조업, 디지털 경제, 녹색경제 등 중국 정부가 지정한 부분에 있어서 이니셔티브를 가져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한계는 명확하다. 중국 지방 정부는 수십년 간 토건 사업과 차입을 통해서 경제를 부양해왔다. 그 결과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의 부채는 2022년 중국 GDP의 300%에 육박할 정도가 되었다. 기존의 성장 공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국가 부채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중국 경제 성장의 또 다른 동력인 막대한 노동력의 장점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먼저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노후화되고 있다. 중국 인구의 노령화가 생각보다 심해지고 있어 생산 가능 인구가 더 이상 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이른바 신세대인 지우링후(90后, 90년도 이후 출생)들은 출산과 육아를 부담으로 느끼고 있어 미래 출생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 공급의 절대 규모뿐만 아니라 노동 생산성 마저도 최근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의 인구 구조는 대단히 젊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이민 정책을 탄력적으로 매우 잘 운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에 따라 미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으며 젊고 야심 만만한 전세계 인재들은 계속 미국의 대학과 기업으로 몰려들고 있다. 두 번째는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개방성이다. 혁신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고의 개방성, 자율성이며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활동의 자유가 필수적이다. 그 동안의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은 의외로 개방적이었다. 안되는 것 빼고 다 되는 네거티브 방식의 열린 규제로 드론사업, AI산업, 게임산업, 플랫폼 비지니스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 이후 중국은 급속하게 과거로 회귀하는 모양새이다. 최근 중국 대학에서는 강의 커리큘럼도 정부의 검열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학자들의 논문 주제나 투고하는 저널 등에도 정부의 지침이 생겼다고 한다. 이것은 창의력과 연구 효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노령화 되는 인구 구조보다 오히려 이것이 중국의 미래 성장을 가로 막는 심각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AI와 플랫폼 비즈니스를 미국이 완전 장악했기 때문에 중국이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틈이 닫히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AI 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의 주력 제품인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였고, 중국 배제하기 위한 칩4에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또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중국의 글로벌 진출을 공격하면서 정보 통신 사업이라는 가장 유망 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산업에서 중국을 주저 앉히고자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중국은 인구 노령화, 혁신에 대한 폐쇄성과 함께 미국의 중국 배제 캠페인이 먹혀 들면서 대단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금리 정책은 중국의 성장에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정책은 단순히 올해 안에 몇 %를 올리고 말지가 아니라 이 정도의 금리 상태를 몇 년이나 더 유지할지 모른다는데 그 무서움이 있다. 미시와 거시 구도 모두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중국의 미국 추월은 영원히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중국은 영원히 못 일어날 것인가?
나는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중국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는 국가파워 (national power) 공식은 다음과 같다. 즉 국가의 잠재력 함수는 f=(인구, 근로열정, 교육수준, 제도)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인구 부문은 중국의 노령화와 낮아지는 출산율로 인해서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제도 부분도 중요한 요소인데 최근 중국이 미국의 견제에 맞서 오히려 개방성을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도 불리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의 교육수준과 근로(창업)열정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최근 중국 대학의 경쟁력이 크게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처럼 대학이 침체되어 있지 않으며 막대한 R&D 자금이 투여되고 있고 그에 따라 연구 성과의 질과 양 모두에서 미국을 맹렬히 추격하기 시작하였다. 교판 기업 (University-run enterprise)처럼 대학이 자유롭게 기업체를 운영할 수 있고 교직원에 대한 대우 역시 자율권이 있어 많은 해외 중국인 석학들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 학부모들의 교육열 역시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매우 높다. 그리고 중국 노동자들의 열정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단적인 것이 창업에 대한 열망이다. 중국 청소년들은 취업에 비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 결과 하루에도 무려 1만개 이상의 회사가 창업되며 자체 창업 생태계의 규모도 커져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의 수도 미국과 비견될 정도가 되었다. 정리하자면 중국의 미래는 어두운 요소와 밝은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어떤 부분이 다른 부분을 압도하여 중국의 미래를 결정할지는 사실 예측하기 대단히 어렵다. 다만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의 장기 금리 스탠스는 미국의 국제정치 패러다임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 경제의 향방에 대해서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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