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 붐비던 도심의 밤은 허물 벗은 생물의 살갗처럼 말갛다. 노상 곁에 있어 잘 안다고 자부하는
누군가의 숨겨둔 속내를 엿본 듯하다. 내 고향 서울은 낯설고 아름다운 여행지로 얼굴을 바꿨다.
그 밤, 그 방에 머물던 순간부터다.
한국관광품질인증제 인증 업소
① 전망 좋은 방, 서머셋팰리스 서울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광화문역, 종각역, 안국역의 중심 자리에 둥지를 튼 레지던스형 호텔이니 욕심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북촌, 경복궁을 넘어 청와대까지 한눈에 보이는 창밖 풍경을 마주하면, 큰 선물을 받은 듯 행복해진다. 견고한 가구와 집기들이 옹골차게 갖춰진 방에서 오래된 서울의 골목들이 뻗어 나가는 경로를 유심히 살폈다. 질릴 틈이 없다. 새가 된 듯, 내가 사는 공간의 다른 얼굴을 보는 일은 비현실처럼 느껴진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안국빌딩에서 동십자각까지 이어지는 담장 안 풍경이 더없이 아름답다. 서울 한복판에 펼쳐진 제멋대로 자란 초지, 넓은 들판의 풍경은 더없이 몽환적이다. 북촌 방향으로 난 창 너머에는 낮은 지붕이 빼곡하게 늘어선 서울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창가에 서면 타임슬립을 하기 직전 오련한 빛이 발하는 신비의 문 앞에 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루는 이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서머셋 팰리스 객실 내부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뷰
서머셋팰리스 서울은 2005년 가을에 문을 열었다. 스튜디오, 원 베드룸 디럭스, 투 베드룸 이그제큐티브 등의 타입의 객실이 총 400개. 도시형 레지던스 숙박시설인 만큼 웬만한 집기 들은 모두 갖춰져 있어 집 떠나온 아쉬움은 느낄 새가 없다. 냉장고, 밥솥, 전기포트, 토스터 등 주방 시설부터 건조가 되는 세탁기, 다리미에 이어 cd, dvd, mp3 플레이어와 같은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모두 방 안에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공용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시설도 야무지다. 피트니스센터, 어린이 놀이방, 작지만 아름다운 옥상 수영장과 옥상 정원, 비즈니스센터, 포켓볼이나 체스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라운지가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취향과 상황에 맞게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1층에도 정성껏 가꾼 정원이 있다. 정원 주변으로는 임대매장으로 영업하는 체인 커피숍과 맛 좋기로 유명한 레스토랑들이 자리해 편리하다.
✔ 귓속말 Tip
서울 최고의 전망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호텔의 서비스 지수는 별 다섯 개!
호텔 내 피트니스 센터
호텔 내 어린이 놀이방
② 잠들기 아까운 밤, 르와지르 호텔 서울 명동
명동 밀리오레 건물에 있다. 프랑스어로 여유, 레저를 의미하는 호텔의 이름에 맞춰 붐비는 도심 속에서 즐기는 완벽한 여가의 순간을 지향한다. 복잡한 명동 한복판에 있지만, 신기하게도 호텔 복도를 지나 방 안으로 들어서면 잠잠하고 아늑해진다.
출구가 두 개다. 가로로 긴 건물의 동선을 고려해서 양쪽 끝에 하나씩 출입문을 두었다. 하나는 명동역, 다른 하나는 남대문 방향이다. 쇼핑이 목적인 외국인 투숙객이나 서울역에서 내린 지방의 여행자에게는 단연 최고의 입지다. 619개의 객실을 갖춘 어마어마한 규모지만 먹거리, 즐길 거리 넘쳐나는 위치에 자리한 호텔인 만큼 객실은 대부분 만실이다. 비즈니스 더블과 트윈, 슈페리어 트윈, 르와지르 스위트 등 총 여덟 가지 타입의 방을 갖추고 있다. 방 크기에 비해 큰 창, 포근하고 청결한 침구, 간접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 오래 머물러도 답답한 느낌이 없다. 예약 전 남산이 잘 보이는 방으로 요청하는 게 좋겠다. 침대에 누워 하늘을 보면 불 밝힌 남산을 넘는 달의 궤적을 멍하게 따라가게 되는데, 그 순간이 무척 소중해 잠들기 아깝다.
객실 테이블과 의자
호텔 복도
아늑한 숙소 내부
내국인보다 외국인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로비 맞은편 넓은 공간에 캐리어를 두고 라커룸을 배치했다. 짐을 두고 비행시간 전까지 쇼핑이나 관광하는 투숙객을 위한 배려다. 여덟 시간까지는 무료, 이후에는 시간에 따라 추가 요금을 받는다.
✔ 귓속말 Tip
명동 한복판에서 남산을 전망할 수 있는 호텔. 칫솔과 치약은 챙겨가야 한다.
호텔 내 식당
호텔 로비
③ 여행자처럼, 57명동호스텔
호스텔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하지만 가볍지 않고 진중한 분위기다. 명동 포스트타워 뒤편 골목에 위치한 호스텔은 최근 이름을 바꿨다. 주소를 기억하기 쉽도록 번지수를 붙여 57 명동호스텔로 개명했다. 체인호텔로 영업하다가 계약이 만료되면서 한 층을 더 높였고 객실 수를 늘렸다. 인테리어 역시 건축을 전공한 주인장의 감각과 취향을 공간 곳곳에 담아냈다. 건물 11층부터 13층까지를 호스텔이 사용하는데, 층별로 한쪽 벽면에 미니 세탁기를 여러 대 배치해 여행객들이 원하는 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침대 디자인이 독특하다. 아래쪽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캐리어를 넣을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작은 방의 단점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방은 작지만 창이 커서 개방감이 좋다. 건물이 빼곡히 늘어선 도심 전망의 방은 야경이 아름답다.
통
유리로 개방감이 좋은 객실
언제든 이용 가능한 미니 세탁기
호스텔이지만 가볍게 잠만 자고 나가는 방이 아니다. 분위기가 아늑해 공간 자체를 즐길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외국인 손님이 대부분인데 특이하게도 40대 이상의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호스텔은 조용한 편이다. 젊은이의 열기가 들끓는 소란스러움이 없다. 한 번 온 고객은 단골이 된다고 한다. 투숙객 30% 이상은 재방문 고객이다. 친근하고 배려 깊은 서비스 덕이다. 인근 맛집과 여행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손님들과 공유한다. 한국말이 능통한 외국인 매니저(홍콩, 중국, 일본 등)들을 고용한 것도 신의 한 수다.
작지만 유용한 비즈니스센터가 마련돼 있고 로비 층인 13층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 레스토랑이 있다. 무료라고 얕볼 일이 아니다. 과일, 빵, 시리얼이 각각 여러 종류로 구비되어 여행자의 허기를 달랜다.
✔ 귓속말 Tip
여행 정보, 맛집 정보 등을 호텔에서 공유해 준다. 서울을 모른다면 데스크에 물을 것!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초나 방향제를 가져가는 게 좋겠다.
비즈니스 센터
조식 레스토랑
주변 관광지
북촌 한옥마을
재동, 계동, 소격동, 안국동, 가회동 일대를 아우르는 북촌은 아름답다. 서울의 옛 모습을 고스란하고 세련되게 간직하고 있는 북촌은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치는 관광 명소가 됐다. 붐비고 소란스러워진 분위기가 아쉽기도 하다. 호젓한 옛 정취가 그립다면 관광객과 나들이객의 발길이 뜸해지는 저녁 시간에 찾는 게 좋겠다. 길 따라 걷다 보면 삼청동까지 자연스레 연결된다. 길목 곳곳에 가구박물관, 북촌박물관, 민화박물관, 아트선재센터 등 굵직굵직한 갤러리들이 자리했다. 개성 있고 독특한 가게가 많아 구경거리가 넘친다.
북촌 한옥마을
구경거리가 많은 북촌
서울로7017
1970년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를 연결해 17개의 길을 만들었다. 고가를 연결한 17m 높이의 길은 2017년 사람의 길로 다시 태어났다. 길의 역사와 이야기는 길의 이름이 되었다. 서울로7017은 폐쇄됐던 고가에서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퇴계로에서 만리동까지 이어지는 길의 곳곳에는 화분을 들여 다양한 수종의 나무와 꽃을 심었다. 방방 놀이터, 여행자 카페, 무대, 자연쉼터, 김밥과 식빵을 판매하는 점포 등이 있어 탐방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낮보다는 저녁이 좋다. 도심의 야경을 맘껏 즐길 수 있어서다. 특히 서울스퀘어 미디어 캔버스를 수놓는 줄리언 오피의 작품 '걸어가는 사람들'을 고가에서 감상하는 맛이 일품! 서울시는 서울로에서 열리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프로젝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seoullo7017.seoul.go.kr) 참조.
서울로7017
서울역이 한눈에 보이는 서울로7017
경복궁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거치며 끊임없이 몸살을 앓았던 조선시대의 법궁이다. 파란만장한 역사는 옛일이 된 지 오래고 지금은 자랑스러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 한복을 입고 궁을 찾는 일이 유행이 되면서부터 경복궁은 더 아름다워졌다. 근정전, 강녕전, 자경전 등 아름다운 전각 앞은 어김없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탐방객들로 붐빈다. 최근 향원정으로 연결되는 취향교의 원위치를 찾아냈다. 6.25전쟁 후 복원하면서 함안당과 잘못 연결되었던 취향교를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2019년 하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파사드 사이의 유리창을 통해 조망할 수 있다.
경복궁
명동 1898
명동 1898 지하 광장은 무심히 지나치기 쉽다.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YMCA 연합회 사잇길로 난 출입구가 세 곳이나 되지만 모두 조용하게 자리한 까닭이다. 어느 곳으로 들어서든 붐비는 명동과 유리된 듯 고요해진다. 빵집, 한식당, 카페, 업사이클 브랜드인 래코드(re:code), 인터파크 서점 등이 입점해 있고, 성물을 판매하는 가게와 갤러리도 둥지를 틀었다. 성서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형상화한 로고가 어여쁘다. 성당 쪽으로 난 유리 출입구에서 바라보는 성당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명동 1898
''오병이어의 기적''을 형상화한 로고
현대미술관
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소격동 기무사와 국군 지구병원이 있던 자리에 2013 둥지를 틀었다. 무형의 미술관, 일상 속의 미술관, 친환경 미술관을 지향한다. 콘셉트에 맞게 대로변에 담장 없이 활짝 열려 있는 모양새가 아름답다. 미술관 마당, 카페테리아, 아트 존, 푸드코트 등 관람객이 즐길 공간이 많다. 전시장 내부, 유리 벽면 너머로 보이는 종친부 전각의 아름다운 풍경이 여느 미술품 못지않게 귀하다. 종친부는 조선왕조 역대 제왕의 어보와 어진을 보관하던 곳으로 1981년 정독도서관에 옮겨졌다가 미술관 개관에 맞춰 제자리를 찾았다. 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연중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세미나를 진행한다. 미술관 프로그램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www.mmca.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