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커스를 필두로 나의 정원은 봄의 정령이 찾아왔다.
양지녘에는 봄에 가장 먼저 핀다는 양지풀꽃이 옹기종기 모여피었다.
너무 작아 확대해야만 제대로 꽃의 아름다움을 알 수가 있다.
회진의 봄은 무르익어가고 있다.
도로가에 심겨진 유채도 봄 햇살에 참지 못하고 꽃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내가 회진으로 오가는 논둑옆 녹차밭에 매실나무가 일제히 피어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어 나를 잡아 끈다.
난 늘 다니는 길에서 잠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코를 벌름거리고 눈을 크게뜨고 한 번이라도 더 꽃을 바라보느라 꿀벌보다 더 바빴다.
어찌 매화 뿐이랴 길가에 숨 죽여 피어있는 광대풀에도 분홍색 꽃이 피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저 꽃에게도 나의 친근감을 표시하며 관심을 가져주자 더욱 뽐내며 피었다.
앗! 드디어 그렇게 찾아 헤메이던 제비꽃이 한 송이 발견 되었다.
이제 지천으로 제비꽃이 피면 햇살은 더욱 따가워 질 것이고 내 얼굴은 그을릴 것이다.
골목안 마당 넓은 집 빨래줄에 봄철이 제철인 숭어가 널려있다.
봄 햇살에 꾸들꾸들 말라가는 숭어는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만큼 예뻤다.
오늘 내가 처음 발견한 이꽃은 보통의 크로커스는 아닌가 보다.
꽃송이가 제법크다.
수선화 중에 미니수선화가 제일 먼저 피었다.
키가 작아서 땅에 엎드려 엉덩이를 쑥 올려야만 찍을 수 있는 꽃이다.
히아신스는 아마 내일 비가 내리고 나면 진한 향기를 내 뿜을 것이다.
노지에 자유롭게 심겨진 구근들이 앞 다퉈 봄을 익혀가고 있다.
목마가렛도 청순한 신부의 저고리 같은 옷을 차려입고 정원에 피었다.
꽃은 저리도 촌스런 색깔의 옷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붉은 여우꼬리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저 고운 빛을 하고 꼬리를 살랑거리면 뭇 사내들의 마음이 벌렁거리겠다.
가을이면 나의 정원의 히로인으로 등장할 멕시칸 데이지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인다.
벨벳옷을 우아하게 차려입고 나타나리라.
제라늄도 한껏 고운 자태로 피었다.
왜 꽃 애호가들이 제라늄을 수집하는지 알게 해준 고운이다.
맑고 창백한 모습에 매력적인 공작부인 같은 제라늄이다.
언제부터인가 고유이름은 기억 못하고 그냥 제라늄이다.
제라늄 아가씨, 새댁, 총각, 중년여인 이라고 이름 지어 부르고 있다.
캐롤라인 쟈스민도 개화를 시작하였다.
작고 귀여운 노랑색 꽃을 피워 사랑스럽다.
그윽한 향기와 이름이 잘 어울린다.
작년에 떨어진 꽃씨가 오글오글 와글와글 올라오고 있다.
내가 자연을 스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봄부터 겨울까지 살아가는 식물에서 느끼는 것이다.
저 생명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사연이 있는지 나는 하나 둘 알아 가고 있다.
그것은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가꿀줄 아는 삶을 보너스로 주었다.
이제 곧 피어날 저 동백 한 송이는 가을부터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인내하였다.
나는 처음 저 꽃송이가 언제 터질까 기다려 주지 못하고 억지로 벌려 주기도 하였다.
그것은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얼어죽었다.
삼일 정도의 화려한 날을 맞이하기 위해 일년을 준비한 꽃송이에게 못 할 짓을 하고 말았었다.
그러나 지금 꽃들은 무지함을 개선하고 인내심으로 기다려주는 나의 즐거움을 이해하고 있다.
새로 피어 날 내 정원의 꽃 소식과 회진의 봄 소식을 전하며........
Heidi 씀.
첫댓글 봄볕이 아주 따사롭게 느껴집니다..
아~ 해바라기 하고 싶어요...양지 바른 곳에 앉아서... 하릴없이 기냥..
시간 떼우고 싶은 햇살이네요..^^
베트 미들러가 부른 장미라는 노래를 참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듣네요^^
이 그림이 정녕 노지세상이란 말입니까?????
우린 바로 앞 큰산맥엔 눈이 하얗고 아직 바람이 찬데.....
여기 강원도 고성군은 확실히 겨울은 타지역에 비해 따뜻한데 봄이 늦고 춥고 길죠.
음악 감상도 잘하고 눈요기도 잘하고갑니다^^
참 하이디님? 미소님 소식은 알고계신가요??
너무 오랫동안 안보이시는거같아서...
저도 스마트 폰으로 친구 신청 했는데 답이 없네요.조용히 지내고 싶은가봐요.^^
그렇군요~~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고향생각이 뭉클~
너무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