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홍어와 바람 ㅡ

[마음만 도둑]

친구!

가을인데 장맛비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네.

나는 비만 오면 생각나는 게 술, 여행, 바람, 그리고 쏟아지는 잠과의 전쟁이라네.

그렇다면 무료한 이 시간, 잠도 쫓을 겸 내가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바람 이야기만 써서 식상해할까 봐 안 했는데 오랜만에 내가 바람을 핀 얘기를 해줄게.

어제 전화가 왔다네.

그녀는 내가 요즘 홍어에 미쳤다는 사실을 주워 듣고 홍어를 마련해놓고 기다린다는 거야.

홍어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였는데 삼겹살과 묵은 김치로 싸먹고 그만 팬이 되고 만 거라네.

그렇게 먹으니 소주를 셋이서 13병을 마셨는데도 눈이 말똥말똥한 것 있지?

요즘 매일이다시피 홍어를 먹으니 그녀가 그 말을 듣고 나를 유혹하는 거야.

홍어를 준비했다하면 내가 다른 곳으로 안 가고 자기에게 올 것 같으니 푸짐하게 만들었다며 오라는 거야.

난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사발에 있는 것을 먹는다네.

그녀는 겁도 없이 집으로 부르는 거야.

아이들도 없으니 걱정을 마라고 그러는데 조금은 염려스러웠지.

그런데 친구!

바람은 아슬아슬하게 스릴을 느끼며 피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네.

바람도 불며 비가 오는데 그러잖아도 술 생각이 간절했던 터라 은근히 구미가 동했다네.

주말이라 오지않는 손님을 기다리기도 그래서 일찍 문을 닫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네.

언제나 연인의 집을 방문할 때는 뒤를 잘 살펴 누가 나를 미행하는가 봐야 한다네.

요즘은 미행기술도 발달해 마음을 놓을 수 있어야지.

불륜현장을 잡아준다고 광고까지 하는 세상이니 언제 어떻게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질지 어떻게 알겠나.

요즘은 텔레비젼을 보니 불륜현장을 찍어 아내를 불러 대면까지 시키는 끔찍한 프로그램도 있더군.

몰카를 설치해서 대화까지 녹음도 하고 아내를 속이며 하는 짓을 모두 보여주는 아주 질 나쁜 사람들이 다 있더라고.

해먹을 게 그렇게 없나?

우리 같은 바람둥이는 도대체 어떡하라고 그런 몹쓸 짓을 한단 말인가?

그래서 다른 때보다 더 신중하게 처신한다네.

그녀의 집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네.

그녀는 내 전화를 받고 이미 반라의 몸으로 반가이 맞는 거야.

가슴의 볼륨이 패인 홈드레스 안으로 보이는 야한 차림으로 맞기에 얼른 문을 닫고 와락 껴안았다네.

내가 언제나 여인의 이런 차림을 좋아한다는 걸 그녀가 안 거야.

방을 들어서자 내 후각을 자극하는 홍어에서 풍기는 암모니아 냄새는 그녀의 화장 냄새와 어우러져 성급히 성욕을 자극시켰다네.

며칠 먹어 본 홍어는 확실히 정력을 돋우는 무슨 성분이 있는 것 같았다네.

나의 그 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움직여 보행에 여간 불편을 줘야지......

그녀 가슴의 볼륨이 느껴지자 또 움직이는 거야.

그러나 친구!

그 행위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던가?

일단 먹고 시작해야지 도중에 허기져 시들해지면 무슨 망신인가.

식탁에는 진수성찬이 벌어져 있었다네.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작년 김장 담근 냄새 좋은 김치에 싸서 한 입 베어 물었다네.

내가 먹으면 그녀는 벌써 다음에 먹을 것을 준비하는 다정다감한 여인이라네.

나는 바람을 펴도 저렇게 순종적이고 다소곳한 여인이 좋다네.

요즘 어떤 여성들은 남성 위에 군림하려 하는 여인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것은 자기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네.

그녀는 오랜 세월 나를 만나며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주기 바라는지 다 안다네.

그녀는 오늘 아무도 없으니 안심하고 마시라는 거야.

홍어와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 무드가 흐르는 밤은 소리 없이 깊어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취기가 오를수록 여인은 내게 마법을 거는 것 같았다네.

그녀의 얼굴에는 신비에 가까운 요기가 흐르고 있었다네.

나의 호흡이 점차 미세한 파랑이 이는 듯했다네.

비 그친 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보였지.

그녀는 별들이 보는 게 부끄러운지 맞은 편 아파트에서 누가 우리를 관찰할지 몰라 그러는지 커튼을 치는 거야.

그러고 보니 내가 한 순간 여인에 빠져 은폐엄폐를 확실시 해야 할 바람둥이의 철칙을 잊을 뻔했지, 뭔가.

이제까지 내가 숱한 바람을 피우며 얼마나 철저하게 해왔는지 자네는 모를걸세.

그렇게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가끔 이런 헛점을 보여 스스로 가슴이 철렁한다네.

그녀도 한두 잔 했기에 발그레한 볼이 더욱 아름다웠다네.

나는 살며시 의자를 당겨 가까이 오게 했다네.

고맙다고 말하고는 입맞춤을 했다네.

그녀의 입에서는 홍어 냄새는 어데로 가고 단호박 냄새가 나고 있었다네.

그녀는 오늘 밤만 이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었어.

그녀에게는 언제나 풋풋한 과일 냄새라든지, 깊은 산 속에서나 맡을 수 있는 더덕 냄새 같은 식물성 냄새가 났다네.

나는 언제나 그녀에 가까이 가면 냄새부터 맡는 버릇이 생겼지.

목과 가슴과 겨드랑이에서 늘 그런 냄새가 났다네.

그 냄새가 참 좋았다네.

동물성 냄새보다 식물성 냄새는 자극은 덜해도 그녀와 사랑을 나누기에 충분한 자극을 준다네.

내가 그녀를 안아 일으키자 그녀의 팔은 내 머리로 감기더군.

그녀를 안고 침실을 향해 가자 그녀는 자기의 손으로 문을 열어주더군.

어린 아이처럼 가벼운 무게는 그녀에게 볼륨이 없을 것 같은데 언제나 느낌은 너무 조화롭게 이루어졌다는 거네.

우리 같은 바람둥이는 여인을 한두 번 만나면 싫증을 느끼는데 그녀의 몸은 오래도록 만나도 싫증은 커녕 더 매력적으로 부각된단 말일세.

아무도 안 온다 하니 서두룰 것은 없었네.

천천히 그녀를 침대에 누이고 한 자 한 자 사랑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네.

내 아내에게 대하듯 의무적이고 사무적인 이야기를 쓰면 되겠는가?

적어도 비싼 홍어를 먹었으면 아름답고 달콤한 밀어로 홍어 값은 해야할 것 아닌가.

여인을 다룰 때는 절대 거칠게 다루면 안 돼!

금방 산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레, 갓 태어난 어린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벗기듯 해야 한다네.

나는 여름에 지쳤을 그녀에게 아름다운 몸 위로 가을의 이야기를 하나씩 써내려갔다네.

머지않아 황금빛으로 물들 넓은 논두렁에서부터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 산야에까지 내 이야기는 멈출 줄 몰랐지.

그녀와 나의 오랜 경험에 의한 이야기는 오밀조밀한 재미가 새록새록 나왔다네.

함께 손을 잡고 산도 넘고 강도 건너 우리가 목적했던 푸른 초원에 당도했을 땐 이미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네.

친구!

이것이 내가 바람을 피운 전모의 이야기지.

그녀는 남의 부인이 아니고 내 아내라네.

우리는 가끔 남이 보면 오해를 할만한 바람을 핀다네.

일상에서 권태로우면 가끔 각본도 없는 연출이 그녀에 의해 저질러진다네.

어느 때는 전화를 걸어 콧소리로 교태가 줄줄 흐르듯 말을 해서 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네.

친구나 다른 손님이 곁에 있을 때 그래서 가끔 내가 정말 바람둥이인 양 오해의 소지를 만들기도 한다네.

그래도 나는 좋다네.

내 아내가 바람을 핀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선택해준 게 고마울 뿐이지, 뭐.

다른 몹쓸 아줌마처럼 외간 남자와 그러는 것도 아니고 나라도 대리 만족을 시켜줘야 하는 게 아니겠나?

그러고 보면 남녀 모두 바람기는 타고난 본능인가 보이.

얼마나 슬기롭게 조절하고 억제하고 타인에게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사람들의 각자 숙제로 남겠지.

아름다운 불륜도 있다고 하니 말일세.

내가 아내에게 홍어 값을 치렀는지 몰라도 홍어가 다시 올라온다면 했다고 봐야겠지?

친구!

자네도 아내에게 슬며시 내 얘기를 하고 홍어를 한 번 맛보게나.

그리고 발가락에 힘주어 홍어의 능력을 시험해 보게.

내 경험에 의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을 듯하다네.

[찬미]

마음만 훔치시는 도둑님...소설같은 긴글 읽다가 약속시간 늦겠기에 반 읽고 반 아껴 두고 다녀와 다시보렵니다...오늘 비오는날 아주 잼난 소설같은 맘 간통글 즐겁게 읽을께요...홍어의 찌게,찜,회,코쏘는 희한한맛 저도 두루 맛보았지여...상처아무는데도 좋다해 수술회복환자들도 많이 찾아 드신답니다.

[유정*]

..."친구! 그래도 난 아직은 홍어 먹고 발가락에 힘이나 빌릴 경우는 아니라네..그러나 잘 설명해 준 자네의 혼돈은 자내 가슴에서만 놀아 나길 바랄껄..홍어는 막걸리에 빠져야 제대로 빠진다는데..막걸리 먹고 긴 키스도 괜찮치 않겠나?...행여나 바람!.. 정녕 바람은 잠시 그대로 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따로 정따로 섬세하고 정확한 관리란걸 잊지말게.." ㅎㅎㅎ 꾸정한날 내려앉은 구름같이 눅눅하게 보았습니다

[해피해]

아슬 아슬~~~진따까지 날뻔,,재밋게 보고갑니다~~~~홍어향이 울집까지 나는 느끼입니다,퀴퀴,,

[블루 스카이]

감칠맛 나는 이야기에 폭~~빠졌다 갑니다.ㅎㅎㅎ

[별이]

이렇게 긴글쓰고 등록하려면 날라가뿌리는디요 방법좀알켜주셔유~~!

[유정*]

글쎄요 다 방법이 있을테지요만 저는 아주 초보적인 방법을 써거던요..글을 쓰서 등록하기전에 복사를 합니다.긴 꼬리글도 마찬가지구요.. 아니면 한글에다 쓰놓고 복사해서 붙혀 넣던가요. 날려 버리는 마음 참 아득하지요..교타자와 속타자가 아니면 등록이 어렵지요 ㅎㅎㅎ

[한새소리]

잼난 소설을 읽듯 님의글 아주 잼나게 읽고 갑니다 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하네요 그모습 언제까지나 변치마시길.......

[스니]

내가 가슴이 조마조마 햇어요..들킬까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