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쓴 책)
김우중 아포리즘
(입력: 월간현대경영 2023년 4월호)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김우중 아포리즘 |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 북스코프
현대경영사(史)의 ‘큰 바위 얼굴’들이 쓴 책을 모아 한국경영의 대하 시리즈를 올린다.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회장이 1989년 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김 전 회장(1936∼2019)의 회고록이라면, 2020년에 발간된 이 책은 김 전 회장의 사후(死後), 김우중아포리즘발간위원회가 ‘김우중 전 회장의 이루지 못한 꿈’을 평가하고 분석한 책이다.
김우중 아포리즘(aphorism: 명언, 격언, 경구)에 관한 많은 글 가운데 이영헌 수행비서(김우중 전 회장)가 가슴으로 쓴 짧은 글을 간추려 소개한다. 김우중 아포리즘의 ‘키워드’로 보인다.
성취(成就)보다 성심(誠心)
회장님 모시는 일을 하면서도 아랫사람이라기보다는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던 것 같아요. 역대 비서들과 만나서 얘기해 봐도 다들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우리 회장님은 재벌총수로서의 어렵고 거리감 있는 분”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그냥 아버님 같은 분이라는 거예요. 회장님은 언제나 본인이 발로 뛰고 성심을 다해 일하는 분이셨지 “내가 총수다” 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분이 아니셨어요. 신혼시절에는 회장님과 잠시 함께 살았던 적도 있었어요. 1988년이었죠. 그때 대우조선에 노사분규가 심해서 회장님이 옥포에 내려가 계셨어요. 저도 회장님을 모셔야 하니 당연히 같이 내려갔죠. 굉장히 바빴어요. 어느 날 회장님이 불쑥 물으시더군요. “신혼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도 돼?”
저는 머뭇거리며 대답을 못했어요. 신혼도 신혼이지만 첫째 아이가 막 백일이 되었을 때거든요. 아내가 보고 싶고 아기도 보고 싶고 매일매일 그리울 때였어요. 회장님은 저를 처연하게 보시더니 명령하듯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와이프 내려오라고 해. 아기도 데리고, 빈방도 있고, 나는 바빠서 잘 들어오지 못하니 너희 가족은 같이 지내면 좋잖아.”
이렇게 따뜻한 명령이 또 어디 있을까요. 저는 너무 따뜻해서 바로 명을 받들었지요. 요즘도 가끔 아내와 이야기해요. 회장님께는 참 감사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내려가 함께 한 우리도 너무 웃긴다고…. 하여튼 내려오란다고 아내가 덜컥 내려왔어요. 백일밖에 안된 아이를 안고 아내가 옥포에 내려왔는데, 공교롭게도 내려오자마자 근로자가 투신을 해서 분위기가 굉장히 험악해졌어요.
투신 얘기를 잠깐 하자면 그때 노조 근로자 중 한 명이 3층 건물에서 뛰어내렸어요. 다리가 부러지고 머리도 다치고 해서 곧바로 조선소 옆에 있는 대우병원에 입원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어요. 분위기가 험악해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회장님이 극구 직접 가보시겠다고 해서 제가 모시고 병문안을 갔지요. 가서 보니까 근로자 한 명이 온몸을 칭칭 동여매고 누워있어요. 그것을 보시더니 회장님이 막 우시는 거예요. 회장님은 굉장히 감정이 풍부하신 분이세요. 눈물도 많으시고, 근로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더니 막 우시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만 되풀이하시는 거예요. “다 내가 잘못해서 그렇다”,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펑펑 우세요. 저도 옆에서 보다가 덩달아서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따라서 울었어요.
성심(誠心). 정성스러운 마음. 제가 보기에 회장님은 언제나 ‘성심’이 먼저인 분이셨어요.
성취보다 성심이 우선인 분, 일보다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분, 아랫사람을 가족처럼 대하고, 상대의 마음을 먼저 배려해, 정성을 다하는 분. 그런 분이 바로 우리 회장님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월간현대경영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2023. 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