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에 놓여 있는 물건들은,
새것보다는 남이 쓰다 싫증나서 버린 물건들이 대부분입니다.
벽시계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수명이 오래되다 보니 고장이 났네요.
그래서, 드디어 '다이소'(싼 물건을 파는 상점인데 괜찮은 상품이 꽤 많이 있음)에 가서 벽시계 두 개를 사왔습니다.
중국산 시계는 한국산 시계의 반값이라며 산지기는 중국산을 선택했더군요.
그런데 정말이지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중국에서 공부하면서 알람시계 같은 것을 산 적이 있는데(가격이 엄청 싸고 예뻐서)
거기선 멀쩡했던 것이 집에 오자마자 고장이 나버리곤 했지요.
"초침을 빼버리면 어떨까?"-산지기
"초침 소리가 시끄러워서?"-바람숲
"아니, 그게 아니고. 초침을 빼버리면 수명이 오래 갈 것 같아서..."-산지기
"흠, 일리가 있는 말이네."-바람숲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얼마 전에 읽은 시 한 편이 떠오릅니다.
요즘 세태를 잘 나타낸 시여서, 읽으면서 쓴웃음을 지었지요.
시 계
장정희
짧은 팔과 긴 팔이 만나
자식 하나 낳아 놓으니
앙상한 체구로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어쩌다 세 식구가
한 자리에 모이면
부부는 손잡고
다정한 눈길을 주고받는데
자식은 얼굴만 내밀고
바쁘다면서
서둘러 간다
(후레아들 놈 같으니라구)
그래도 짧은 팔과 긴 팔은
그와 만날 때만을 기다린다.
첫댓글 시 속의 상황이 꼭 우리집 같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