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4년 6월 12일 목요일 오후 7시
- 장소 : 대구 수성구 수성랜드 내 마사커피 수성점(구 비행기 레스토랑)
- 회비 : 없음.
- 제공 : 『詩하늘』여름호, 이은재 시집 『나무의 유적』, 차와 간식,
2차 회식까지 이은재 시인이 제공하십니다.
- 음악 : 대금연주가 이수준 님, 오카리나 박정호님, 기타 김준영님
- 공지 : 김명인 시인께서 이은재 시인의 시세계를 말씀하시기 위해 참석하십니다.
*연락처 : 가우 010-3818-9604 / 보리향 010-2422-6796 / 김양미 010-2824-8346
마사커피 053-761-5657
*시인 약력
-이은재 시인은 1949년 공주에서 태어나 1972년부터 대구에서 살아왔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대구문학 신인상(수필),
-2012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시)으로 등단했다.
-현재 도서출판 그루 발행인이다.
**시편을 미리 감상하십시오!
밤길
-이은재
어머니가 기다리는 밤길은 무섭지 않았다
강둑길 걸어 소름 돋는 물문을 지나
상사병으로 죽었다는 처녀귀신 집도
몇 채는 지나가야 했지만
나는 태연했다
처녀귀신들이 내 발목을 잡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함께 묻은 좁쌀 한 되를 다 세기 전에는
그네들은 일어설 수 없을 테니까
차안의 발자국 소리 탓으로
좁쌀을 세다가 잊어버리고
또다시 세다가 잊어버리고 마니까
어머니가 기다리는 밤길은 무섭지 않았다
무
-이은재
무딘 손으로 무채를 썰고 있던 아내가
무 하나를 뚝 잘라 무두일미를 맛보라 한다
무심결에 무를 먹고 있노라니
무성산 고랭지 채소밭이 눈에 보이고
무 잎같이 푸른 소년 하나 보인다
무시로 솟는 배움의 열망 감당할 수 없어
무작정 가출할 여비를 마련하려고
무성산 산마루를 오르내리면서
무단을 져 나르고 있다
무를 짊어진 다리가 이리저리 비척대는 동안
무가 양 어깨에 무청 같은 얼룩을 남겨 놓았다
무성산을 떠나왔지만 불빛
무성한 도시에도 그가 찾던 배움의 길은 없었다
무슨 일이든지 소화하며 살기로 했다
무시로 공치는 비철에는
무위도식하는 백수를 길들이기 위해
무 한 접을 리어카에 싣고 난전으로 팔러 갔다
무도회장 앞을 지나온 탓일까
무가 모두 바람 들어 빈손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을 해야 즐거울까 내일을 걱정할 적에
무채를 썰고 있던 아내가 무 한 조각을 건네주며
무맛이 단가 쓴가 맛보라 한다
무미건조한 무를 씹고 있노라니 또다시
무성산 화전이 펼쳐지고
무서리 떼 다녀간
무장다리 밭에는 무꽃이 한창이다
무한 꽃차례 기다리는 눈들이 여럿이다
ㅅ
-이은재
시옷을 만들었다
시옷 차림으로 거울 속을 걸어 본다
그를 받쳐 주지 못하는 건
시옷이 아니다
무성한 숲을 걷어내듯
몸을 갈았다
허리가 낭창하도록
몸을 닦았다
안성맞춤 시옷을 입고
봄 길을 걸어 본다
나들이 시선들은 그에게로 몰려가고
시에게 시옷을 입혀 보지만
맞는 옷이 없다
나무의 유적
-이은재
남산동 허름한 식당 구석진 자리
통나무의자 하나 앉아 있다
나이테로 걸어온 백년
나무 유적을 만난다
나무의 생은 둥글지만
끊어질 듯 이어지는 꿈길 있어
나무는 쉼 없이 걸었으리라
꽃 피는 오솔길
천둥 치는 들판
술 취한 모롱이 돌아
언 강에 발목 빠뜨렸으리라
갈수록 좁아지고 어둑해지는 골짜기
길을 잃기도 했으리라
푸른 날들이,
제 몸에 새겨 넣은 파문이
하얗게 마르고 있다
나는 동그랗게 앉았다
봄
-이은재
봄은 수고롭다
청명 곡우 지나 지친 붓 들고 간다
늦잠 자는 반달곰 깨우고
나무들도 깨운다
저요, 저요
갓난아기 젖 물리듯 햇살 밥을 나누어 준다
봄은 연작시
장편 시집이다
새롭지 않으면 붓을 꺾는다
곰국
-이은재
아내는 가장이 가장 소중하다며
또 곰국을 끓이고 있다
곰국을 먹고 있자니
위장병 앓던 젊은 날이 보인다
어머니는 여름내 곰국을 끓였다
왕복 육십 리
소양을 사 날랐다
죽어 가던 몸 다시 살아났지만
어머니 뇌출혈로 쓰러지고
나대신 먼저 가셨다는 말과 함께
말의 뼈는 자꾸 자라
뼈에 찔린 말들이 꺼억, 꺼억 울었다
그때 죽었어야 할 몸은
곰국에서 쇠똥 냄새 난다고 머리를 내젓는다
내가 기쁠 때는
-이은재
내가 기쁠 때는
아내가 따끈한 와이셔츠를 건네줄 때
내가 더 기쁠 때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동안
아내가 야윈 어깨 위에 힘을 실어 줄 때
내가 더욱 기쁠 때는
낮 동안 헤어졌던 우리가 함께하리라는 기대 속에
초인종을 누르면
아내가 재빠르게 현관문을 열어 줄 때
내가 더욱더 기쁠 때는
돈벌이가 시원찮아 미안해하는 나를 바라보며
수고했다는 아내의 말과 함께
저녁상과 마주 앉을 때
그녀를 힘들게 할 때마다
아내는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말했지
내 몸이 힘들어 할 때도
아내는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말했지
버릇
-이은재
육교 난간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가도 약한다’
약장사 선전 문구 같은 글귀가
눈에 거슬려
나도 몰래 밑줄을 긋고 만다
대구가 약한 것인가
대구 가서 약하는 것인가
아니, 아니 ‘대구가 도약한다’겠지
오류가 눈에 띄면 나도 모르게 밑줄 긋는 이 버릇
평생 남의 글 교정보다 생긴 버릇
여생엔 교정 못 볼 버릇
가려운 내 다리는 그냥 놔두고
가렵지도 않은 아내 다리 자꾸 긁적대다가
핀잔만 듣는 잠버릇 같은
길
-이은재
길은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서간다
예각으로 꺾인 골목 입구까지 따라가면
또다시 저만큼 달아나는 길
길을 붙잡고 질문을 던져 본다
아침에 열리고
저녁에 닫히는 저 길 끝에는
누가 기다리고 있기에
길 안에 들어서면 가슴이 뛰는 것이냐?
열아홉 나이에 활자와 첫 인연을 맺고
나는 열녀처럼
그만을 섬기면서 살아왔다
가진 게 없었어도
금맥을 마다하고
문맥 따라
출판의 외길 걸어왔다
길 안에 들어서면 금세
길 밖의 길들은
내 길이 아니라는 듯 문득 사라지고
원두막
-이은재
개구리참외가 익어 가는 원두막에는
젊은 영혼 하나 살고 있으리라
비수기가 오자
인쇄소 사장님은 공장 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눈물 밥을 함께 먹던
과수원 집 아이가
개구리참외가 잘 익었다며
우리들을 초대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왁자하니 참외를 먹던 중 그가
‘좋아 죽겠다’
가장 아름다운 유언 한마디 남겨 놓고
말문을 닫아 버렸다
좋은 시절 한 번 못 살아 보고
노동 현장을 떠돌다 간
젊은 영혼을 위하여
호곡할 사람 하나 없어
우리는 개구리 한 마리를 순장하고 떠나왔다
개구리 호곡 소리로
무논들은 마를 날이 없다
아내의 정원
-이은재
서른 해 전, 방 얻으러 다니던 아내가
목을 뒤로 젖힌 채
목련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올려다보다
나도 저런 곳에서 한 번만 살아 봤으면
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목련은 활짝 피었다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는 동안
삼 남매 어린것들을 데리고
끼니때마다 밥을 이고 다니던 아내가
인제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목련이 뚝뚝 떨어졌다
꽃밭과 나비
-이은재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꽃밭에는 의성 육쪽마늘 모양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고
선인장은 꽃잎 이지러진 채 넘어져 있었다
주인아줌마가 우리 딸애 짓이라며 역정 냈다
가시 돋친 목소리에
돌 지난 아이
울음보를 터뜨렸다
상한 나비는 날개를 파닥거리고
강아지는 꼬리를 살랑대고 있었다
우는 아이와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노점에서 병아리를 보여 주었다
장난감 가게 앞에서 꼬마 인형을 보여 주었다
꽃가게 앞은 그냥 지나쳐 왔다
꽃밭 없는 집에 세 들었다
나비 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나비 핀을 사 주었다
첫댓글 6월은 호국의 달입니다. 현충일을 지나서 시낭송회,시하늘 시집을 발간 하시는 출판사 사장님
늦깍이지만 전혀 늦지 않는 시의 성숙함,기립박수를 보냅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98회 시하늘 시낭송 행사를 추진하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시 낭송은 누구라도 할 수 있으며 선착순입니다. 낭송 신청하십시오.
*낭송자
-밤길 : 윤경희 시인
-무 : 박하 님
-ㅅ : 박숙경 시인
-나무의 유적 : 황인숙
-봄 : 장혜이 님
-곰국 : 김양미 님
-내가 기쁠 때는 : 정삼일 시인
-버릇 : 박창기
-길 : 박종천 님
-원두막 : 김금주 낭송가
-아내의 정원 :
-꽃밭과 나비 : 변형규 시인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제 세 분이 신청하시면 낭송 순서가 정해지겠습니다.
@가우/박창기 <곰국>은 오래된 정서라서 <아내의 정원> 혹은 <꽃밭과 나비>로 교체하면 어떨까요?
너무나 힘든 나날을 견뎌 온 삶을 위하여... 한 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은재
이미 곰국을 사무국장님이 신청하셔서 두 편을 더 넣겠습니다.
198회 시하늘 시낭송 축하드립니다.
이은재 시인님의 <나무의 유적>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날 <내가 기쁠 때는> 시낭송하겠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정삼일 시인님,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시하늘에 참으로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반갑구요. 시집을 출간하신 이은재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저는 '나무의 유적'을 시낭송 하겠습니다.(황인숙)
황인숙 시인님, 솔뫼 회원을 위해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길을 찜합니다~^^
박종천 시인님, 고맙습니다. 이제는 낯설지 않아서 좋습니다.
ㅅ을 찜 해봅니다.
박숙경 시인님, 고맙습니다.
이은재 시인님의 <나무의 유적>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원두막" 낭독해 보겠습니다^^
김금주 시인님, 축하 말씀 고맙습니다.
"봄 " 장혜이 신청합니다^^
장혜이 시인님의 낭송, 기대됩니다.
이은제 시인님!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예원에서도 온다고 그럽니다.
김봉용 시인님,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이기철 교수님 모시고 싶었는데... 여향예원 멤버들도 뵙고 싶었는데... 적극 환영합니다.
이은재 선생님 낭송회 낭송-밤길 신청합니다-윤경희
윤경희 대구문협 사무국장님, 고맙습니다.
이은재 선생님, [나무의 유적] 출간 축하드립니다. 시집 감명 깊게 잘 읽었습니다. <무> 낭송 신청합니다. 늘 긍정적인 삶의 자세로 자신의 길을 잘 걸어오신 선생님, 배움의 대한 열정도 대단하시어 독학 끝에 경북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까지 졸업하신 그 열정과 학구열에 박수갈채 보냅니다. 저희 어머니 태어나신 곳도 충남 공주이라서 선생님을 볼 적마다 어머니 고향을 생각하지요. 새롭지 않으면 붓을 꺾는다 라는 말씀에서 저도 머리 숙여 다시 옷깃을 여밉니다.
박하 대구여성문인회 사무국장님, 축하 말씀 고맙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이런 말은 박창기 시인이 해야 어울릴 것 같네요.
이은재시인님! 축하, 축하합니다!
불타는 노을빛 열정으로 온 세상을 태우소서!
그야말로 인간승리입니다!!!!!!!!!!!!!!!!!!!!!!!!!!!!!!!!!!!!!!!!!!!!!!!!!!!!!!!
찬솔/김석근 선생님, 더블 축하 말씀 고맙습니다. 너무 추켜세워 현기증이 나네요.
위장병으로 늘 곰국 드셨던 아버지를 그리며
'곰국' 신청합니다
김양미 사무국장님, 많이 바쁘실 텐데... 후진 일은 제게 맡기세요.
'버릇'은 제가 낭독하겠습니다.
가우/ 박창기 시인님, 고맙습니다.
시집 상제와 시낭송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라문석 선생님, 축하 말씀 고맙습니다.
요청에 의하여 시 2편「아내의 정원」, 「꽃밭과 나비」를 추가합니다.
변형규 솔뫼문학회 회장님께서 <꽃밭과 나비> 낭송 신청했습니다.
내일이네요
시산행, 시낭송회 공지를 볼 때마다
대구에 사시는 분들이 너무 부럽다는~
아름다운 시간 되길 바랍니다
시리우스님 핸들을 한번 꺽어서 오셔요^^
와우~ 뵙고 싶은 분들 엄청 많이 오시구... 오늘 시낭송회 정말 멋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