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신정 원단, 북한산 백운대를 올랐다.
이 풍진 세상의 수선스러움을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백운대는 눈을 감고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익은 산이다.
어떤 이에게 존경하는 스승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종종 세 가지를 당부하셨다.
첫째, 아이를 키울 때 개를 키우지 마라.
둘째, 몸에 문신을 하지 마라.
셋째, 남의 빚보증을 서지 마라.
아이를 키울 때 개를 키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개처럼 충직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어서 일것이라고 여겨졌다.
몸에 문신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신이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단단한 결심을 할 때 하는 것이 태반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 결심이라고 하는 것이 젊은 날의 한낫 치기일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빚보증을 서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람은 그렇게 믿을 만한 존재가 못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다. 선생님께서 후학에게 당부하고 싶은 심모원려는 인간의 마음에 관한 것이었다.
세상이 진정 어지럽고도 어수선하다.
믿을 만한 자도 드물고 신뢰를 보낼 만한 선학도 가물에 콩나듯 하다.
스승이 가르쳐 주셨던 삶의 지혜가 갸륵하기도 한 이 풍진 세상이다.
불현듯 산을 오르고 싶었다.
산에 가지 않은 것이 십 년은 되었지 싶다.
아내에게 산에 다녀 온다고 하니 정초부터 자기를 외롭게 한다고 돌아 앉는다.
돌아 앉아도 할 수 없다.
집에서 낮 12시에 출발하였다.
홍제동에 가서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북한산 상가 주변에 내렸다.
시나브로 오르다 눈을 들어보니 상원사였다.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다시 돌아나와 길을 잡고 쉼없이 걸었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백운대 정상에 오르니 오후 5시경이었다.
멀리 산천을 우러러보며 국태민안과 성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을 빌었다.
중간 즈음 내려오니 사위가 사위었다.
스마트폰 전등을 켜고 아무도 없는 산의 속살을 더듬으며 시나브로 내려왔다.
집에 오니 저녁 8시가 되었다.
이 버스정류장에서 7738번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6분이 남았다. 저상버스가 온단다.
저 아랫쪽이 서대문구 연희삼거리다.
홍제동의 구파발 방향의 버스 정류장이다.
거리에 '부정선거 팩트체크하자.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나의 소박한 점심이다. 홍제동 떡집에서 쑥으로 빚은 떡을 샀다.
인근의 편의점에서 물을 사는데 '원 앤 원'이다. 두 병의 물로 오며가며 요긴하게 먹었다. 행운의 날이었다.
이 문으로 들어오면
무엇이든지 풀 수 있는 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