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더위를 피해 발한 도서관 뒤편 소나무숲에서 버섯 하나를 발견했다.
발길질을 하여 겨우 따왔는데, 도무지 이름도 모르고 먹는 건지도 몰랐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 문의를 했더니 ‘잔나비걸상’이라는 버섯이었다.
몸에도 좋은 不老長生의 버섯은 아닐까?
외갓집 뒷산은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비가 내리고 나면 늙은 참나무 둥치와 그 주변에 각양각색의 버섯이 비밀을 발설하는 것처럼 돋아났다. 외할머니를 따라 버섯을 따러 뒷산에 자주 올라갔다. 외갓집에서는 칼국수를 끓일 때 버섯을 넣었다.
나는 애호박, 부추와 함께 밀가루를 풀어 넣은 걸쭉한 버섯국을 특히 좋아했다. 그 숲에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먹을 수 없는 독버섯이 있었다. 이웃 마을의 어떤 노인이 버섯을 잘못 먹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도 있었다. 버섯은 무서운 거라고 했다.
싸리버섯이나 애기꾀꼬리버섯을 독버섯과 구별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식용 중에는 회색 삿갓을 쓰고 하얀 자루가 훤칠한 버섯도 있었다. 이것과 비슷한 버섯을 자칫 잘못 알고 바구니에 담았다가는 외할머니의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삿갓 안쪽에 붉은빛이 돌거나 버섯을 찢었을 때 뜨물 같은 진물이 나는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고. 외할머니는 버섯을 삶아서 늘 차가운 물에 하루쯤 담가두셨다.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야생버섯의 나쁜 독을 그렇게 해서 우려내려고 했던 것일까?
식물생리학을 전공한 김성호 교수는 내가 좋아하는 분이다.
그이의 책 <나의 생명수업>(웅진지식하우스)에 나오는 이런 문장은 얼마나 멋진가.
“버섯의 벗이 되려면 버섯보다 많이 큰 내가 먼저 버섯의 높이로 땅에 엎드리면 된다는 것.”
나는 야생버섯의 맛과 추억에 취하기만 했지 엎드려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