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천지교불가망 조강지처불하당
(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가난하고 천할 때(힘들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되며,
어려울 때 고락을 함께 한 아내는 집에서 내쫓아선 안된다)
- 출전 : <十八史略(십팔사략)>, <후한서 송홍전(傳)>
이는 후한(後漢)의 시조 광무제 때 송홍이란 대신이 황제에게 한 말로,
옛 벗이나 고락을 함께 했던 아내는 잊거나 버려선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본시 송홍은 신분이 미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송홍은 탁월한 식견과 위엄 있는 풍채로 광무제의 신임을 얻어
마침내 '대위'라는 대신 자리에 오르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후한 광무제
한편 광무제에게는 일찍이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호양’이라는 누님이 있었는데,
그 과부 누님이 바로 송홍 대신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송홍은 처자가 있는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과부 누님은 송홍이 본부인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동생인 광무제에게 졸라대곤 했습니다.
과부 누님이 하도 보채자 광무제는 어느날 송홍을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병풍 뒤에 누님을 숨겨두고 송홍에게 이렇게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사람이 높아지고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꾸는 것도 흠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公)의 마음은 어떻소?”
그러자 송홍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전하, 옛부터 가난할 때 사귄 친구를 잊어서는 안되며,
고생을 함께 한 아내를 버려선 안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제 벼슬이 올라 부귀를 누린다고 해서
술지게미와 쌀겨를 함께 씹어 먹던 아내를 내칠 수가 있겠습니까?”
‘빈천지교불가망 조강지처불하당’은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입니다.
‘빈천지교불가망’에는 특별히 어려운 한자가 없어 보입니다만,
‘조강지처불하당’에는 잘 쓰이지 않는 한자가 두 자 있군요.
우선, 조(糟)자는 ‘술지게미 조’입니다.
(* '술지게미'란 쌀로 술을 만든 후 그를 삼베에 짜고 남은 찌꺼기를 말하는데요,
먹을 것이 없던 가난한 사람들은 이 술지게미를 끼내 대신 먹었다고 합니다)
다음, 강(糠)자는 ‘쌀겨 강’입니다.
(* 벼를 수확한 후 벼의 껍질인 왕겨를 벗겨낸 상태가 누런 색의 현미(玄米)인데요,
이 누런 색 겉껍질을 벗겨내면 백미(白米)가 됩니다. 바로 이 때 벗겨낸 것이 '쌀겨'입니다)
하나 더 보태면, 여기서 하(下)는 부사(아래 하)의 의미가 아니라,
동사로 쓰였는데요, ‘내쫓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하당(下堂)는 ‘집에서 내쫓다’는 뜻입니다.
또 그 앞에 붙은 불(不) 역시 ‘아니 불’의 의미가 아니라
‘금지’의 뜻인 ‘~말라’ ‘~해선 안된다’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불하당(不下堂)'은 '집에서 내쫓아선 안된다'는 의밉니다.
남녀차별, 즉 남성성우월주의 사상이 팽배하던 그 시절에도
‘조강지처’에 대해서는 특별히 ‘배려’(?)를 했다고나 할까요?
이건 고금의 세월을 넘어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한편 조선시대에는 조강지처라도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저지르면 소박을 주기도 했죠.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예외는 있었습니다.
즉, 칠거지악을 저지른 조강지처라도 아래 3가지에 해당될 경우에는
‘삼불거(三不去)’라고 하여 집에서 내쫓지 않았다고 합니다.
1) 되돌아 갈 곳이 없는 경우
2) 부모님의 3년상(喪)을 같이 지낸 경우
3) 혼인 전에는 빈천하다가 혼인 후에 각고의 노력으로 부귀해진 경우
등이라고 합니다.
첫댓글 좋은글 잘보고가요 감사 합니다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