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서방이라고 부르는 조그만 남자
눈코입이
오밀조밀 한 군데 모여 있어
입이 웃으면
눈코는 물론 귀까지 한꺼번에
웃는 상이 되는 이 서방
대폿집 성자네
단골손님
고향
경북 영덕에서
이곳묵호로 왔는데
하는 일이 뱃일이라
고기 안 잡히는
요즘에는 백수신세나 다름없다
성자네
가게 손님은
거의가 뱃사람이라
조용할 날이 없는데
개중에
샌님 같은 이 서방이 껴서 부대끼며
지내는 걸 보면
가엾기도 하고
웃음이 날 때도 있다
그 치들은
나이가 오십 후반들이어도
어찌 그리 몸짓이 거칠고
거친 몸짓만큼
입도 쉬지 않아서
입에서 쏟아 내뱉는 것마다
한심 유치한
통속적인 것이 태반인데
때로는 현란하고
리얼리티까지 가미된
생생 따끈한
욕설과
비유성 음란한 언어들의
풍성한 보따리를 풀어
헤쳐 놓을 때면
머리에 지끈한!
두통이 발병할 지경이다
나도
한 때는
그들의 수확물 등속을 떼어다
벌어먹고 사느라
같이
웃고 싸움박질 해가며
될 소리
안 될 소리
못할 소리
거리낌 없이 살았고
제아무리
상스럽고 천박한 언어에도
눈썹 한 오라기 까딱 않던
세월을 살았었지만
이젠
몸이 늙으니
마음도 약해지고
약해진 마음에
무겁고 진득한 욕지거리에는
내가 좀
피곤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사철 시끌벅적하고
밑바닥 사람들의
한숨과 비애가 있는 가 하면
작은 희망에 기대하는 눈빛,
잠깐의 행운에
부처님 마음이 되어 버리는 진정한
인정들 ..
참으로 보잘것없는
자신의 존재를 순응하고
자기애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와 닮은 ..
내 모습이어서
날 그곳에 가게 한다
요새 성자는 자주 나를 부른다
(화투치자고 이 서방 하고..)
가게가 오래되어
깨끗지 못하고 주변이
낙후되다보니
깔끔 떠는 사람은
안 들어오는 성자네 가게
온갖 잡동사니로 쌓여진
주방과 술청
그래도 용케 자리를 잡으면
자리가 나고
저 구석에서 뭔 음식을? 하며
주방 쪽을 걱정하는 것도 잠시
의혹을
말끔히 씻어줄 찰진? 안주가
히죽이 웃는 성자 손에
하얀 김을 올리며 들려 나오곤 한다
이 서방과
나, 그리고
부두 하역하는
사내 서 넛이 둘러 앉아
화투판을 펴 놓고
단란하게 놀고 있노라면
술도 웬만하고
욕도 웬만하고
허세 넉살
다 내다 보여서
할 일 없고
외로워진
뱃 꾼 몇이
우리 곁으로 살며시 온다
그리고
군것질 좋아하는 이 서방이 먹는
과자를 날름거리면서
얌전히 판을
관람하다가
작은 소리로
훈수라고 참견도 한다
이 서방은
작고 까맣고
옴팍한 눈을 내려뜨고 (한 번도 치뜨는 걸 못 봤다 )
입으론 연신 과자를
씹어대며 (이외수 작품 고수의 계집아이같이 )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 없이
오직 화투장만 내려 친다
같은 경북 출신이라
내가 다정히 대하고
명절 음식도
따로 챙겨주고 했다고
내가 들어간 판에서는
쓰리 고!를 외치지 않는다
오징어 좀
잡으면
횟감이랑
죽은 놈은
젓으로 담 궈 먹게
갖다 준다며 벼르더라고
성자가 귀 뜸 해 준다
내가
"이 서방~ 하고 부르고부터
성자서부터
뱃 꾼들까지
“이 서방!” 하고 불러댄다
첫댓글 ㅎㅎㅎ
운선님이 앉은 자리가
그림처럼 그려지네요.
화투판이 왜이리 정겨운지~
명절음식 많이 해서
이서방까지 챙겨드렸으니
이서방이 잡아 올 오징어로
회도 먹고 젓갈도 담으시길요.
운선님 사는 모습이
너무 정겹고 인간미 폴폴 납니다.
쓰리고에 광박에 피박이면
쩐 좀 나가긋지요.ㅋㅋ
그래도 이서방 의리는 좋은데요.ㅎ
잘 챙겨주시니
운선님 들어간 판에는
쓰리고를 외치지 않으시니
말이죠~^^
찰지게 운선님이랑
고습톱 맞장 함 뜨고 싶어집니다.ㅋ
화투장 내리칠때 짝짝
맞는 소리엔 역시 군용 모포가
최곱니다.그쵸~ㅎ
글을 읽으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말랑말랑해져요~
나하고 연결고리가 전혀없던 묵호가 가보고 싶어지기까지~ㅎㅎ
"이 서방!!"
나도 괜히 한번 불러보네요ㅋㅋ
열악하고 낙후된 점방 일테고
모여든 사람들은 입 거칠고
행동 거칠은 노동자일텐데
운선님의 글 로 들여다보니
이유있는 억척인생들로
보여져 문득,
그 점방에 들어가 찰진 안주에
탁배기 한 잔 하고 싶어집니다.
거친 말 도 웬만큼 받아주고
던져가며
이런된장! 인생 별끼있나?
이러구러 살아가는기지!
핑계김에 넋두리하며 체면 던져두고
덩달아 거칠어보고 싶네요.^^
나도 '이서방'으로 불리는데....
운선님이랑 화투 한번 쳐봤으면....ㅎ
예전 울릉도에서 본
뱃사람들의 모습
거친듯 질펀한 언어들의 난무
일출을 보듯 삶의 생기 생동감을
느끼게 해 주던 생생한 몸부림이었죠
묵호항의
생의 현장이 보이듯 합니다~~~^^;
운선님은
이웃에게 관심과 사랑이 늘 함께 하는걸 느낍니다
저는 음주 화투 춤 전연 무지라 무지랭이라나요
항구의 일상..
그려지는 그림이 6-7십년대 모습 같기도한데..
하기사 시골 모습이란게 세월이 흐른들 뭐 별 진전은 없는거지요.
그래서 더 정겹게 다가오기도 하는거겠고요...
그나저나 요즘 운선님..이서방이 인간적으로다가 마음에 드나봅니다~~^^
이야기 하듯 조근조근..
참 정감어린 운선님의 글로 인해
제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를 않습니다 그려,,ㅎ
이외수의 고수에 나오는 계집아이......
오래전 읽었던....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불현듯 떠오르네요.
어린 계집아이가 어쩌면 그렇게 화투를 잘치는지...
전 화투를 안치니 잊었나봅니다.
화투치는 운선님 곁에 앉아
성자님이 만들어낸 따끈한 안주로 술 한 잔 하고 갑니다.^^
운선님이 이서방에게 풍 빠진거 같은데요~
뱃사람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부두가에서
몇년만 살아왔으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저진 일몰 보러 가서 글 읽다가
배꼽 빠졌네요~~표현력은 여느 작가들을
능가합니다~~안동 사람이라서
그런가요?
운선님의 글은... 영화 보는거같아요... ^*^
최종학력 초등학교 2학년을
누가 믿겠어요.
이렇게 찰진 글들을 보면...
운선님에 멋진 싸인이 곁들여진
"내 안에 난 참 예쁘다"
(책제목이 정확 하나요? 죄송)을
학수고대 합니다
이서방 품성이 엿보이는듯 합니다 ~~~운선님에 이서방
챙기듯이 이서방 또한 운선님
에게 의리로 베푸는듯 ㅎㅎ
성자네 가게가 그려집니다
이가을 서민들에 마음도 풍성
한 가을이였으면 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 이서방 같은 남자 없으리요. ㅎ
어쩐지 음침할것 같은 분위기의 인상인데도
운선님의 표현력으로 의리있는 뱃사람이구나 생각됩니다.
걸죽한 대화들이 오가는 성자네 대폿집의
단골 손님들이 풀어내는 사람사는 이야기가
안주에 서린 김처럼 퍼저갑니다.
그것도 분명 활기찬 삶이지요. ㅎ
처음 제목만 보고는 얼핏 사위님의 이야기일까?
하였더니 이웃 사람이야기였네요.
제 사위도 사실 이서방인데...
아직도 그렇게 불러 보지 못해서...^*^
비릿한 바닷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성자네 가계 ..
세련되지 않아도 후덕한 사람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느껴지네요.
가끔 문 닫는 소리가 드르륵 ~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