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방송의 홍수 속에서 산다. 이젠 채널의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웬만한 곳이면 다 TV가 돌아간다. 손안의 TV시대라서 퇴근시간이면 젊은 사람 상당수의 손에서 프로야구가 중계된다.
프로축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서 뛰는 기성용 손흥민 선수 같은 한국인 선수의 출전 경기, 프로야구는
미국의 메이져리그 추신수 강정호 등 한국 선수가 뛰는 경기...이런 경기는 거의 생방송,
그 외 한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 경기는 녹화라도 중계한다.
그도 아니면 심지어 외국에서 하는 격투기라도 중계되고, 새벽 시간에는 골프는 당연하고 당구도 중계된다. 그런데 광주에서
오늘 폐막된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중계는 없었다.
우리 방송들은 손연재가 외국 어디에서 무슨 그랑프리 대회라도 참가하면 거기까지 중계진을 보내서 중계했다.
그래도 손연재는 메달 등위에는 못 들었다. 20세이하 청소년 축구, 여자 월드컵은 최종예선도 중계하고 본선은 실시간 중계했다.
16세 이하, 18세 이하 세계대회도 우리나라가 준결쯤 오르면 그때부터 중계했다.
대구 세계육상경기대회는 거의 전경기 중계를 했다.
그런데 광주 U대회는 12일의 열전이 끝나고 우리나라가 종합대회 사상 최초로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뉴스로만 볼 수 있었다.
손연재는 금메달을 3개씩이나 따고, 남자축구는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와 만나 은메달을 땄는데 이런 소식을 뉴스로만 듣는다.
세계적 체조선수 양학선이 경기 중 부상을 당해 조기 퇴장했다는 소식, 남자 베드민턴의 이용대가 일찍 탈락했다는 소식, 골프는
전경기를 석권했다는 소식… 이런 소식들을 뉴스로만 듣는다.
왜?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퀄리티가 떨어져서 생방송으로 중계할 가치가 없어서? 국민들 관심이 없으므로 시청률이 낮아서
광고 스폰서도 안 붙고, 그러니 중계팀 파견하는 등 체류비용이 안 나오는 등 적자가 확실해서?
다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이유가 안 된다는 것은 앞서 지적한 대구세계육상대회(우리나라는 메달권도 못 가고 전종목 하위권으로 거의
예선탈락)사례, 손연재 사례를 보면 안다.
밤중에 시청률이 0%대가 나와도 중계하는 격투기나 당구 골프(물론 재방송이지만)의 예를 보더라도 안다.
오지랍 넓게 여기저기 음으로 양으로 참견하면서 압력도 넣고 사찰도 하는 정부와 청와대가 간접적으로라도 방송국이나 심지어
방통위 등에 눈짓만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역으로 눈짓을 하지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매주 월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가요무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13일 월요일 가요무대에서 김동건 아나운서는 마지막 크로징 멘트로 “이번 휴가는 되도록이면 국내로, 가능하면
하루쯤 더, 필히 현지 농산물 등 특산품을 구입하고, 휴가지 재래시장 들러서 그 시장 상인들에게 물건 하나라도 팔아주는
국민적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메르스 여파로 재래시장만이 아니라 모든 소비시장이 얼어붙어서 자영업자들이 부도 직전이라서란다.
가요무대를 보는 시청자에게 호소할 정도로 어려운 골목시장 사정, 12일의 세계적 스포츠 대제전을 치른 광주는 어렵지 않을까?
광주는 아마도 더 심할 것이다.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르기 위해 준비한 숙박시설, 음식점들의 개보수비 등, 미리 준비하면서 투자한 투자비… 이런 것만 감안해도
메르스 여파로 어려운 여타 지역보다 광주는 아마 더 타격이 클 것이다.
이런 광주에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갈 수 있도록 붐업을 시켜주면 안 되었나?
그런데 오늘(14일) 폐막식 행사는 생중계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개막식 행사는 그나마 중계도 하고 뉴스에도 비중있게 다루더니 폐막식만 비로소 중계한다.
그리고 오늘에야. ‘훈훈한 남도민심’ ‘성공한 대회’ ‘종합스포츠제전 최초1위’ ‘완벽한 준비’ ‘시민정신 훌륭’ ‘맛깔난 남도음식’ 등
모든 수사를 붙여준다. 다 끝났는데… 이제야 그딴소리를 한다.
박근혜의 100% 대한민국? 특정지역이라고 받는 차별을 없애? 만약 이 대회가 부산이나 대구에서 있었다면 이처럼 철저하게
방송이 외면했을까?
메르스 여파로 모든 골목시장이 얼어붙어서 구청과 기업들이 버스를 빌려 ‘런치투어’라는 이름으로 골목시장, 재래시장이
있는 시장 식당들 매출을 올려주러 간다고 하는 소식도 주요 뉴스로 나온다.
이처럼 각계각층에서 불경기에 허덕이는 골목시장 살리기에 힘을 보탠다.
그렇다면 잠시만 눈을 돌려보자.
세계3대 스포츠 이벤트가 12일간이나 벌어진 동안 주요경기라도 생중계를 하면서 광주 방문을 홍보라도 좀 하면 누가 때려 죽이나? 이런 스포츠 대제전을 기회로 광주의 골목경기가 좀 살아나면 안 되나?
그래서 철저하게 방송 중계를 막고 국민적 관심을 끊게 했나?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지난 12일의 방송국 행태다.
그래서다. 나는 아마도 누가 때려죽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거기 가지 마’라는 신호라도 있지 않았나 의심한다.
혹여 이 대회를 유치한 광주시가 뜨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면서 광주경제가 살아나고, 그래서 광주시장이 뜨고,
시장이 소속된 야당도 뜨고, 그 인기로 인해 차기 선거에라도 영향을 줄지 모르므로 ‘거기 가지 마’ ‘거기 가서 붐업 시키지 마’라는
눈짓이라도 있었지 않은지 의심한다.
아니길 바라지만 그런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덧붙여서 야당에도 유감이 있다.
자기네 지지지역 또는 텃밭이라고 선거때만 되면 내려와서 '호남의 아들'이니 '호남이 마음의 고향'이니 ‘호남이 민주주의의
보루이므로 호남을 지켜야 한다’느니 별소릴 다하는 문재인 대표나 야당 정치인들… 대회기간 광주를 방문하여 경기도 관람하고
지역경제도 살폈다는 소식 들은 적 없다.
그래도 또 내년 총선이면 ‘호남의 아들’이니 ‘호남이 마음의 고향’이니 ‘호남이 민주주의의 보루이므로 호남을 지켜야 한다’느니
하겠지?
‘Out of sight,out of mind’
문재인 새정연 대표… 호남을 뇌까리는 새정연 정치인들, 한경오 언론인들… 말깨나 하고 글줄깨나 쓰는 입진보들… 당신들의
‘호남’은 ‘당신들의 광주’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호남&광주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당신들에게 호남과 광주는 ‘Out of sight,out of mind’ 가 아닌가.
다시는 당신들의 입으로 호남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그래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