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10.10~10.11 / 충북 영동 일대 / 15시간 43분(16:00~07:43:00) / 101㎞
- 9'20"/㎞ / 6.43㎞/h / K-SWISS 4756
접수연장 마감일 날(9/24) 대회신청을 한다.
좌석이 없어 출입문앞 공간에 신문지를 깔고 독서를 하며 영동의 대회장으로 이동한다. 영동 도착 열차에서 내려 무심코 운동복 입은 동료를 따라 갔으나 대회장은 보이지 않는다. 20분정도 걸었는데 이런 대회장 안내 이정표가 이제야 1.5㎞ 보인다. 역에서 횡단보드 건너 직진하면 금방 지척인데 아무생각 없이 시내쪽으로 따라간 행동이 초래한 결과다. 식사를 하려고 시내쪽으로 이동한 참가자분들을 따라 갔으니 이거야 원. 다시 빽하여 군민운동장을 찾아 갔던 길을 되돌아 온다. 운동장 위치 파악후 식사를 할려고 식당에 들어서니 밥이 없다고 한다. 먼저온 동료 참가자들이 한바탕 휩쓸고 식사를 한 탓이리라. 다시 시내쪽으로 이동하여 식당에 들어서니 밥이 없기는 마찬가지. 어렵게 밥이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빽하여 운동장으로 향한다. 영동 도착후 한 시간 반정도 왔다 갔다 진을 빼고 있다. 대회장 위치 집에서 출발전에 한번만 살펴봤어도 이런 낭패를 하지 않았을터 좀 허망하다.
비가 온다고 예보되어 있으나 운동장 인근 하늘은 푸르고 맑다. 가지고 간 여벌의 옷중 긴팔과 긴타이즈를 입고 출발한다. 출발후 이르게 비와 바람이 있는 기상이 돌변한 날씨가 다가왔을 때 옷의 선택은 탁월하였다고 생각한다.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한다. 우비를 안입을 수 없는 비의 몰아침이 있다. 17:30분경 좌측 산허리 사이에 무지개가 보인다.
1CP 기호리 보건소 앞이다. 아이스 홍시를 주고 있다. 감이 많이 나는 고장의 먹거리답다. 맛있게 먹고 충전한다. 무지개 본 것을 좋은 징조라 생각하였으나 저녁이 성큼성큼 어둠으로 다가오면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다. 하늘이 으르렁거린다. 어둠이 깔린 초저녁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변하고 있다. 천둥이 친다. 쓰르르으륵 쓰르르으윽 쾅~~ 찌이이르으 찌이이르으 쾅. 뒤이어 밝은 섬광, 달리는 내 앞에 뒤통수 뒤에서 밝은 빛이 잠깐씩 여러차레 번쩍인다. 달리다가 움찔움찔한다. 겁이 나기도 한다. 내몸에 쇠붙이가 없나 생각도 해본다.배낭에 매달린 쇠붙이를 떼어내야 하는데 어느정도 고정된 것이라 쉽게 뗄 수 없어 불안하지만 떼는 것을 포기한다.
2CP 알림의 경광등이 보이는 순간 비가 소나기 폭우로 돌변하여 쏟아진다. 다행히 비를 피할 수 있는 슈퍼 처마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한 20분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정비한다. 이 비에 뛰어야 하나의 타협을 잠시 해보지만 아직 시작 초반이다. 비가 줄어들즈음 빗길의 언덕속으로 다시 들어선다.
꾸준한 언덕을 꾸준히 뛰어서 도착한 범화리 3CP 포도와 찐고구마를 주고 있다. 포도도 달고 갓찐 고구마도 맛있다. 고개 오르기전 국화차를 따뜻하게 먹고 가라고 자봉하고 있는 곳에서 따뜻한 마음과 함께 따뜻한 차를 마신다. 도덕재로 가는 고갯길 언덕 가도가도 끝이 없다는 생각이다. 뛸때까지 뛰었으나 끝내 걷기 시작한다. 도덕재(450m)를 넘고 나서의 내리막은 오름의 수고에 대한 서비스 발이 저절로 후다닥 뛰어 내려간다.
4CP 방금 고물을 묻힌 듯한 꿀떡을 꿀물과 함께 먹고 오뎅국물도 먹는다. 앞으로 도덕재만한 봉우리를 또 넘어야 하느냐고 봉사하시는 자계리 아주머니들에게 물으니 도덕재는 봉우리도 아니라고 한다. 큰 봉우리 몇개는 더 넘어야 한다고 웃으시면서 말씀하는데 설마 뻥은 아닐테고 사실이라면 애고 난감한 일이다. 웃으시는 모습과 챙겨주심과 말씀들이 천사 같다.
언덕이 곧바로 다시 시작된다. 역시 뻥이 아닌 사실이다. 용화재(486m)로 가는 언덕을 오르고 다시 내려오고 백두대간의 추억이 있는 민주지산 인근 상촌리 5CP이다. 비가 더 내리고 있다. 미역국밥을 먹는다. 막걸리도 한 잔 먹고서 맘을 추스려 보지만 다시 출발 할 몸과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비구덩이 속으로 다시 출발한다.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도마령(800m)까지. 계속 걷는다. 도마령 정상 6CP이다. 감식초를 한 잔 먹고 전기난로 주위에 붙어서 몸을 녹인다. 가야 하는데 따뜻함에 시간을 보내며 안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내리막이 이어진다. 속도가 맞아 동료와 함께 묻어서 달린다. 60㎞ 표시를 지난다. 내리막이 80키로까지 계속된다고 알려준다. 거져먹는 느낌.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고 속도가 붙는다. 71㎞ 지점까지 11키로를 1시간만에 주파한다. 후반치고는 빠른 페이스의 속도다.
7CP 도착후 일단 환복한다. 양말도 새것으로 갈아 신든다. 그리고 컵라면을 여유있게 먹는다. 우비를 벗고 바람막이로 변환한후 출발한다. 85.8㎞ 8CP까지 페이스가 맞는 동료와 함께 와서 거리를 많이 줄이고 있다. 바나나 하나 까먹고 얼마 안남은 길 여명이 밝아오는 길로 향한다.
90~94키로 구간 졸리고 몹시 힘들어 한다.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버스정거장에 주저 앉아 숨고르기와 잠시 누워있기 그리고 일어나 다시 걷는다. 하도 졸려서 자봉 차량 문을 두드려 껌을 얻어 씹어본다. 졸음은 물러나고 훤하여 진 상쾌한 아침 도로가에는 감나무 천지다. 감도 많이 열려 있다. 익으면 이 많은 감나무의 감을 어떻게 따는지, 익어서 홍시가 되어 철퍼덕 떨어지면 지저분한 도로와 인도는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하여 진다. 도로와 인도 감나무 뒤편에는 온통 포도밭이다. 아직 수확을 못한 머루포도가 주렁주엉 까맣게 달려있고 하얗게 종이로 싼 포도밭의 포도도 지천이다.
9C에서 따뜻한 꿀 물 한 잔 먹고 마지막 힘을 내어본다. 99키로까지 그런대로 힘을 내고 있다. 거리는 줄어들고 운동장 이제 코앞인데. 99키로 지점부터 마지막 2키로 지점 달리지 못하고 걷다가 몇발작 뛰다가 힘들어 한다. 출발하였던 영동군민 운동장에 제한시간 얼마 남기지 않고 골인한다. 여유있게 골인할 줄 알았으나 막판 10키로 힘든구간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한 탓이다.
영동하면은 군 생활을 함께 했던 학산삐리라는 별명을 가진 선임하사의 고향이다. 성격도 좋고 운동도 잘하고 잘 챙겨줬던 손명주 중사, 지금 어드메에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풀코스 완주 200회 할 때의 풀코스 구간도 뛰면서 다시 보았고 넘쳐나는 인심과 수 많은 먹거리, 진정성 있는 대회 운영에 호강을 하고 온 시간이다. 빗속 언덕길에서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면 추억으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영동이다. 힘!!!
첫댓글 울트라맨 답게 여유가 느껴집니다.
수퍼맨~힘!
극한에 다다르는 그 힘겨움을 이겨내시고 무사 완주하신것 감축드립니다. 회복 잘 하시길요~ 새벽님 힘!~
무지개와 마지막사진에서 멋쟁이에 여유가 보이네.
수고많았네.힘
생각만해도 멀고 힘든 울트라를 소풍가듯 달리네...새벽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