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평형, 호화 마감재 ‘부의 상징’…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 외면
중소형, 판상형 등 일반아파트 장점 결합 ‘하이브리드 주상복합’ 선봬
최근 판교, 위례 등 잇단 청약 열기... 올해 5년만에 분양물량 최대
#1 봄철 부동산거래 성수기와 고속철도 개통, 여유자금 유인 등을 겨냥한 주상복합 분양 등이 러시를 이루면서 이상 과열 및 과잉 판촉전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 교민사회까지 서울 주상복합아파트 청약바람이 부는 등 투기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2004년 3월10일자 부동산 기사)
#2 뛰어난 조망권과 호텔식 부대시설 덕분에 투자자들이 몰리던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값에 나온 물건이 주인을 찾지 못하는가 하면 미분양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2009년 11월25일 부동산 기사)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경기 호황시절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상복합아파트의 시장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기사다.
부동산 호황기 시절 주상복합아파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폐쇄적인 커뮤니티, 초고층ㆍ초대형평형, 호화 마감재 등 주상복합이 선보인 새로운 주거형태는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며 최고가를 형성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소비자들은 ‘이미지’보다 ‘효율’을 중시했다. 초고층ㆍ초대형은 비효율의 대명사로, 최고급 마감재는 실용주의라는 트렌드 앞에서 외면의 대상이 됐다.
근 주상복합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공급하는 물량도 5년만에 최대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주상복합아파트의 흥망
한국 주택시장에서 주상복합아파트의 본격적인 등장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라 할 수 있다.
‘타워팰리스’가 들어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대는 원래 삼성그룹이 사옥을 짓기위해 매입한 땅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사옥 건립대신 높은 용적률에 많은 가구를 지어 분양할 수 있는 주상복합을 짓기로 하면서 ‘타워팰리스’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경기불황 등으로 미분양이 나는 등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폐쇄적인 커뮤니티, 초대형 평형, 최첨단 시설 등으로 강남권 부유층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서 대반전을 이뤄낸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격이 수십억원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주상복합이 인기를 끌자 분양시장에서도 청약 열기가 거셌다.
SK건설과 포스코건설이 2004년 분당 정자동에 1829가구 규모로 건설한 ‘파크뷰‘는 공급 2시간 만에 계약이 끝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망 좋은 고층 510가구는 평균 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상복합이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부터다.
교통 접근성과 상가, 커뮤니티 시설 이용의 편리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경기가 안좋아지자 대형 평형 위주, 관리비가 일반아파트보다 비싼 점이 약점으로 작용해 점차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통풍과 환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렇다 보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래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위기 이후 가격 하락폭도 서울 소재 일반아파트의 경우 7.09% 떨어진 반면, 주상복합 아파트는 9.22%로 하락폭이 더 컸다.
‘하이브리드 주상복합’ 변신
하지만 최근들어 주상복합 아파트 청약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전국 주상복합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05년 8.8대 1이던것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9대 1을 기록했다. 이후 2010년 1대 1, 2011년 1.3대 1 그리고 2012년 2.1대 1을 기록하다 올해 8대 1로 경쟁률이 치솟았다.
특히 지난 6월 분양에 나선 ‘판교 알파리움’은 올해 공급된 전체 물량 중에서 청약경쟁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올 가을 분양시장에서 위례신도시에서 공급을 시작한 ‘위례 아이파크 1차’도 평균 16대 1, 최고 2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송파 와이즈 더샵’ 역시 평균 16.09대 1, 최고 42.4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1순위에 마감했다.
이렇게 다시 주상복합의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에는 최근 공급되는 주상복합이 과거와 달리 실용성을 담았기 때문이다.
주거ㆍ상가시설 결합, 대형평형, 탑상형 설계에서 주거ㆍ상가시설 분리, 중소형, 판상형(일명 성냥갑 아파트) 등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반아파트의 장점과 주상복합의 장점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주상복합’이라 할 수 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주상복합 아파트의 중대형 공급 물량 비중은 소형면적 공급을 초과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그 상황이 역전, 전체 공급물량 대비 소형 공급 비중이 증가했다. 올해 공급된 물량 중 전용 85㎡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53.5%로 절반 이상이 중소형으로 공급됐다.
11월에 분양을 준비 중인 ‘송파 위례 힐스테이트’도 당초 계획보다 면적 규모를 줄이고 건립 가구수를 늘려서 분양을 준비 중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래미안 강동팰리스’와 금천구 ‘롯데캐슬 골드파크’도 중소형 물량 비중이 90% 이상 차지한다.
올해 5년만에 최대 물량
올해 주상복합 아파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최대 수치인 1만4898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전체 공급예정 물량의 51%를 차지하는 7633가구로 4분기에 집중돼 있다.
공급물량이 늘어난 것은 상반기에 공급된 ‘판교 알파리움’을 비롯해 위례신도시와 강동, 금천, 송파 일대 복합단지 개발지역에서 주상복합 아파트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신규분양 양도세 면제 혜택과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연말 밀어내기 분양도 영향을 받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지역별 주상복합 아파트 공급물량은 △서울 6687가구 △경기4860가구 △부산 1762가구 △전북 513가구 △울산 476가구 △전남 440가구 △충남 160가구 순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ㆍ경기는 2004년 이후 최대 물량인 1만1547가구가 공급된다.
4분기 예정된 지역별 물량은 △서울 4881가구 △부산 1488가구 △경기 536가구 △전남 440가구 △울산 288가구가 각각 분양 예정되어 있다.
건설사들도 주상복합아파트 용지 매입에 전향적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주상복합용지 8개 블록이 매각 공고 한달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규모 복합주상복합 단지는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평면구성과 저렴한 분양가로 무장하면 청약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new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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