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에 희망을 걸고.

[정해균]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 고 있으므로/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사실은 이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사색이 많으니까/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황지우 시인의 겨울 산이라는 시를 읽으며 나무들이 삭막한 겨울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진다.

겨울나무는 늦가을에 낙엽을 떨어트려 덮개로 삼고 땅속 깊이 묻힌 뿌리를 보호하며 수액을 올려 잎눈과 꽃눈을 키운다. 입어야 할 가지는 모두 벗어버리고 서리가 닿지 않는 땅속에 묻힌 뿌리의 생명 활동으로 매서운 겨울추위와 맞서 싸우며 봄을 맞이 한다.  시련의 계절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뿌리 만은 잘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나무가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생명 보존의 법칙인 것 같다.

굴곡이 많은 인생살이에서도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자신만이 간직한 잠재력의 뿌리를 잘 간직하면 시련의 계절을 극복한 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 할 수 있다는 원리가 적용 될 것 같다.

범어(梵語)에 유래한 Guru 라는 단어는 “무겁다”라는 의미로 흔들림이 없다는 뜻을 내포 하고 있으며 힌두교의 영적인 스승을 지칭한다.  근래에는 한 분야의 최고권위자, 전문가, 스승 등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Guru는 어떤 악 조건 에도 겨울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며 중심을 지키다 요긴한 때 완벽하게 필요한 역할을 하는 완숙미가 넘치는 고수(高手) 라고 할 수 있다. 고수의 힘은 시종여일(始終如一) 마음을 한군데 집중하여 천착(穿鑿)하는 WQ(the will quotient)에 뿌리를 두고 있다.

뉴톤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과들이 그의 머리 위에 떨어 졌던가.  마찬가지로 우리가 스스로 깨닫기 전에 우리생전에 얼마나 많은 계절의 순환과 변화가 일어 났던가.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을 견디면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따뜻한 봄이 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러나 봄은 오래 가지 않고 계절에 익숙해 지면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여름의 무더위를 이기면 상쾌한 가을로 접어 든다.  아 가을 인가 하기가 무섭게 사람들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고 월동을 생각 하게 하는 초겨울이 어김없이 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순환하는 계절의 마지막 단계에서 또 다른 봄을 기다리고 있다.

시즌이 끝난 프로 야구선수들에게는 겨울이 연봉 협상의 계절이요 동시에 동계훈련의 계절이다.  한때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스포츠 생태계에서 경쟁력이 떨어 지면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다.  어떤 프로 선수가 설령 오늘 많은 연봉을 받는 다 해도 동계훈련을 게을리 해 내년시즌에 팀 기여도가 떨어지거나 부상으로 전력 외로 제외 되면 다음 시즌에는 연봉을 대폭 삭감 당하기 마련이고 경우에 따라 오도 갈 때가 없는 미아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차가운 프로세계의 현실이다.  이렇게 보면 프로야구 선수의 높은 연봉은 그가 시즌 내내 실전에 출전 할 때 마다 구단주와 팬에게 나누어 갚아야 할 차용금의 분활 상환액에 해당 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높은 연봉은 높은 성과를 담보하는 직장인의 사전 약속에 대한 고용주의 반대급부이다.  약속과 달리 높은 연봉을 받고도 상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고용주의 입장에서 보면 해약해야 할 우선 순위 제1호의 불공정 고용계약으로 지목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본인의 능력을 상회하는 높은 연봉은 오히려 선수생활이나 직장생활의 수명을 위협할 악재로 작용 할 수 도 있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높은 연봉을 받으면 자만심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멈추기 마련이다.  건강과 가정생활도 좋았던 시절의 환상에 빠져 부지런하게 가꾸고 관리하지 않으면 황폐해 지기 마련이다.  직장생활, 가정생활, 건강관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일정한 고통을 수반한다.

조물주는 계절의 변화를 통하여 현실에 안주하며 재능 부족을 탓하는 사람들에게 겨울 동안 WQ(the will quotient)를 키워 새롭게 출발해보라고 힌트를 주는 것 같다. 한 사람이 동시에 다 가질 수 없다면 IQ, EQ, SQ, JQ ?(잔 머리 잘 굴리는 재주지수) 보다 WQ가 우직하게 살아 가는데 더 중요한 경쟁수단이 된다는 사실에 공감하리라 믿는다. 약삭빠르게 기회주의에 편승하는 사람이 득을 보는 것 같이 보이지만 왕왕 자충수(自充手)를 두어 스스로 활동기반을 상실하는 경우를 본다. 누구에게나 세상은 장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날이 오기 마련이다. 다만 너무 늦지 않아야 새로운 트랙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도 할 수 있다.

  Who tries, does.  Who wills, can.  Who loves, lives.-Ann McCaffrey

노력하는 사람은 실천 한다. 의지력이 강한 사람은 성사 시킨다. 사랑하는 사람은 삶을 누린다-앤 메카후리(1926-2011) 미국태생 아이랜드 작가.

春光無處不開花(봄볕이 없는 곳에 꽃이 피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지만

In a dark time, the eye begins to see(어둠 속에서 비로소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주장도 진리이다.  겨울과 같은 어두운 계절에 향기 나는 꽃은 피울 수 없지만 우리 내면의 눈은 서치라잇(Search Light) 처럼 지난날 나의 행적을 재조명 할 수 있다.  겨울은 바로 새 출발을 위한 반성과 성찰의 계절이다.

겨울 산에 죽은 듯이 보이는 그 나무 안에서 봄이 오면 피어날 생명의 수액이 흐르고 있다.  어둡고 추운 겨울에도 계절의 시계는 봄을 향하여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는 큰 위안거리이자 희망이다.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 Percy Bysshe Shelley

겨울이 오면 봄이 어찌 멀다 하리오? - 셀리

[東巖 조건일]

"건강관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일정한 고통을 수반한다"고 하는 바,,,날씨는 추워지고 뜨끈한 아랫목이 유혹을 더 할지라도
박차고 일어나 싸늘한 찬바람 두뺨으로 헤치며 운동 합시다 건강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