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16) - 삽교호에서 서해대교
1. 삽교호의 첫인상은 크고 넓은 바다와 멀리 보이는 서해대교의 웅장함이다. 삽교호를 가로 막은 제방보다는 간만조의 힘으로 변하는 해안가의 전경이 더 흥미롭다. 서해랑길은 삽교호에서부터 상당히 긴 거리가 제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길의 재미는 무엇보다 출발과 함께 서해대교가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이며 그 길 중간중간에 바다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모여든 사진사들과 그와는 별개로 바다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주변 카페로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2. 사진사들은 유독 바닷가에 설치된 그물 주변에 몰려있었는데 아마도 석양이 질 때, 태양과 그물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조화를 담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사진 작품을 만들 때, 소재의 선택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어떤 곳에서, 어떤 때 찍어야만 좋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서로의 경험과 소문을 통해 공유하고 있는 정보다. 그다음은 무작정 최고의 순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그때가 오면 수없이 많은 셔터를 누른다. 어쩌면 사진은 기다림과 순간이 절묘하게 충돌하는 시점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인지 모른다.
3. 요즘에는 출발하면 반드시 회귀할 수밖에 없다. 돌아올 차량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 거리를 걸을 수는 없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경험이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는 반복을 통해 조금 더 기억나고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방향을 바꿔 바라보면 같은 장소도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갈 때의 시간과 올 때의 시간이 달라지는 점도 탐색의 느낌을 변화시킨다. 여행은 하나의 고정된 방법이 아니다. 어떤 형태이든, 떠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경험의 의미를 찾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4. 삽교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일찍 다가온 30도가 넘는 더위였지만, 저녁이 되자 바람이 시원해졌다. 멀리 서해대교의 모습도 안개와 어울려 낭만적인 얼굴을 변해가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해변을 날고, 서서히 밀물이 다가오면서 해변가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해가 지고 멀리 불이 들어오면 풍경은 더욱 매력적인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오늘은 아쉽지만 해가 지기 전에 출발했다. 다음 기회에 삽교호에서 바라보는 서해대교의 불빛을 확인하고 싶다. 그만큼 이곳은 밤을 즐기면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첫댓글 - 이런저런 여행의 즐거움 속에서 찾는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