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숭아/봉선화(鳳仙花) ♣ 꽃말 :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홍난파 작곡 / 김형준 작사)
아마도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홍난파가 작곡한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노래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에 발표되었던 노래이다.
하지만 일제의 억지 주장에 의해, 그러니까 내용이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던 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이 노래의 가사를 이리저리 뜯어보아도 그들 말처럼 내용이 불건전한 부분은
한 군데도 없는 것 같다. 단지 일제에 짓밟힌 조선인의 슬픈 모습만이 아프게 다가올 뿐이다.
그런데, 그 당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왜 이 노래를 그리도 많이 불렀을까...?
아마도 이 노래의 가운데 구절에 있는 "길고 긴 날 여름철", 그러니까 해방의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길고 긴 날 여름철에 봉선화가 아름답게 활짝 피어나듯이 그때가 되면 우리 나라도 일제의 사슬에서
풀려나 해방된 조국에서 마음껏 놀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희망이 이 노래 속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리라..
봉선화(鳳仙花).... 그래, 표준어는 봉선화가 맞다.
하지만 당시 우리 마을에서는 수염 허연 할아버지에서부터 코흘리개 어린애까지 누구나 이 봉선화를
"봉숭아" 또는 "봉숭화"로 불렀었다. 봉숭아와 봉선화는 다른 꽃인 줄 알았었다.
이는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이 봉숭아꽃을 장독대나 울 밑에 많이 심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봉숭아는 예로부터 못된 귀신이나 질병을 쫓는 식물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어릴 적에도 봉숭아를 심어둔 그 주변에서 뱀이나 벌레 등을 발견한 일은 한번도 없었다.
우리들은 봉숭아 꽃씨가 싹을 틔워 어느 정도 자라면 봉숭아 줄기만 바라보고도 이 봉숭아가 앞으로 무슨
색깔의 꽃을 피울 것인지 미리 알았다.
봉숭아 줄기 아랫부분을 잘 살펴보면 줄기마다 여러 가지 색깔이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 줄기 아랫부분에 아무런 색깔도 없는 것이 바로 흰 봉숭아였다.
봉선화... 그래, 이 꽃에는 슬픈 전설 두 가지가 숨겨져 있다.
[ 1 ]
때는 삼국시대... 백제 땅에서 살고 있었던 한 여인이 선녀로부터 봉황 한 마리를 받는 꿈을 꾼 뒤
어여쁜 딸을 낳았다. 그 여인은 딸의 이름을 꿈에서 본 봉황과 신선이라는 글씨에서 각각 한 자를 따내서
봉선(鳳仙)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봉선이는 자라면서 거문고를 너무나 잘 뜯었다.
마침내 봉선이의 거문고 솜씨는 왕궁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임금님의 앞에서 거문고를뜯은
그날, 궁궐에서 돌아온 봉선이는 갑자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병석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런 어느 날, 임금님의 행차가 봉선이의 집 앞을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봉선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해 거문고를 뜯기 시작했다. 그 거문고 소리를 들은 임금님은 마침내 봉선이의 집으로
행차했다. 그때.. 거문고를 뜯는 봉선이의 손에서는 붉은 피가 동글동글 맺혀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임금님은 봉선이를 몹시 애처롭게 여겨 무명천에 백반을 싸서 봉선이의 손가락을
싸매주고 길을 떠났다. 그 리고 얼마 뒤, 봉선이는 결국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이듬 해, 봉선이의 무덤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빨간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빨간 꽃으로 손 톱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봉선이의 넋이 화한 꽃이라 하여
'봉선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2]
또 한가지...
아주 오래 먼 옛날, 아름다운 여인이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늘 불안해 하다가 마침내 의처증에 걸리고 말았다.
남편의 심한 의처증을 견디다 못한 여인은 급기야 남편에 대한 항거와 결백의 표시로자결을 하고 말았다.
그해 여름, 그 여인이 자결한 자리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꽃의 씨앗을 감싼 주머니가 바람만 살짝 불어도 저절로 터져 녹색 씨앗이 여기저기로
툭툭 튕겨져 나갔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 꽃 이름을 봉선화라 불렀고, 씨앗주머니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 것은
그 여인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는 그런 뜻이 숨겨져 있다고 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