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동물들은 어떻게 비를 피할까? 문득 경칩은 아직 멀었다만 개구리는...그것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세간에 가끔 회자되는 '개, 돼지' 이야기... 존경하는 학자 조국씨의 '붕어, 가재, 개구리' 이야기, 별로 존경스럽지 못한 윗쪽에서 호시탐탐 내려다보는 인사에 의한 '삶은 소대가리'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예쁜 시인 최영미의 시집에 등장하는 '돼지들에게'를 접하니 우리가 고달프게 지켜가는 삶의 현장이 마치 동물농장인가 여겨져 씁쓸하다.
요즘 도서관에 가면 영혼이 없는 책들이 많았다. 독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소위 팔아주는 것이다. 나는 최영미의 새로 나온 책을 읽어 보지 못했다. 그녀가 1인 출판사로 책을 낸다는 사실도, 진실된 그녀가 사악한 그들의 집단지배로부터 벗어나 있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아무튼 나는 동물보다 우선한 인간의 존엄과 진정한 자유를 원한다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시인 최영미가 오랫동안 논란이 된 시집 '돼지들에게'에 나오는 수많은 '돼지들' 중 시집을 내도록 계기를 제공한 대표적인 '돼지'가 누구였는지 털어놨다.
'돼지'의 실명을 밝힌 건 아니지만 해당 인물의 신상을 어느 정도 설명했다. 2005년 초판을 낸 이후 '돼지'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놓고 문단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계속된 지 약 15년 만이어서 주목된다.
최영미는 간담회에서 "2005년, 그 전쯤에 어떤 문화예술계 사람을 만났다. 그가 시 '돼지들에게'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인사를 만난 시기는 2004년께로, 최영미는 "그를 만나고서 개운치 않은 기분이어서 며칠 동안 기분이 안 좋았다. 불러내고서 뭔가 기대하는 듯한, 나한테 진주를 기대하는 듯한…"이라며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마라'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 "그 사람은 이런 시를 쓰도록 동기를 제공한 사람이고, 첫 문장을 쓰게 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제니는 착해
자기가 얼마나 착한지도 모르게 착해
_「착한 여자의 역습」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제발 한번만 달라고……
_「돼지들에게」
내가 완전히 잊혀진 뒤에 죽겠어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들에게
무덤에서 일어나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으니까
_「최소한의 자존심」
살아가려면 어딘가에 목숨을 거는 척이라도
무르팍에 쌓이는 먼지를 견디려면
_「알겠니? 」
이것이 진보라면 밑씻개로나 쓰겠다
아니! 더러워서 밑씻개로도 쓰지 않겠다
_「시대의 우울」
무덤 위에 고맙게도
파릇파릇 잔디가 돋아
어머니의 눈물을 덮어주었다
_「이장 移葬」
돼지의 변신/최영미,(2005)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
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
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
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
그는 자신이 실제보다
돋보이는 각도를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방향으로 몸을 틀고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청중을 감동시킬까?
박수가 터질 시간을 미리 연구하는
머릿속은 온갖 속된 욕망과 계산들로
복잡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우주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해지는
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
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
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 차지라는
변치 않을 오래된 역설이…
나는 슬프다.
최영미(58) 시인은 최근 불공정 계약에 항의하며 이상문학상을 거부한 작가들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그는 최근 신작 시 3편을 담아 시집 '돼지들에게'의 개정증보판을 출간했다. 신작 시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이후 쓴 시들이다. 11일 만난 최영미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봐 지난해 낸 시집에는 담지 못했던 시들"이라고 했다. 고 시인은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까지 지고 지난해 12월 상고를 포기했다.
1인 출판사를 설립해 자신의 시집을 낸 최영미 시인은 "아침에 서점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팩스 소리에 잠이 깬다"면서 "기계음이 그렇게 달콤한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왜 하필 (부족한) 최영미가 고발자가 됐냐'는 문단의 뒷말을 듣고 '자격'이란 시를 썼다. '좀도둑도 살인자를 고발할 수 있고/ 살인자도 살인자를 고발할 수 있어'. 최영미는 "나보다 훌륭한 문인들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떠밀리듯 나선 것"이라며 "완벽하고 깨끗한 사람만 고발할 수 있냐"고 반박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돼지가 누구냐'는 질문에 시달렸다고 했다. 시집 '돼지들에게'는 강자의 횡포와 탐욕을 돼지에 비유한 연작시들이 실렸다. '그래도 그 탐욕스런 돼지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제발 한번만 달라고…'.
한 매체에서 시집 속 돼지에 비유된 위선적인 지식인이 고(故) 신영복 교수라고 주장해 2016년 언론중재위에서 정정 보도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돼지'의 모델은 "노무현 정부에서 한자리를 차지한 문화예술계 인사였다"고 밝혔다. "그때 전화가 왔길래 혹시 나한테 일이라도 줄까 기쁜 마음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그때 나한테 진주를 기대하는 듯한, 여성으로서 굉장히 불쾌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어요."
집에 돌아와 성경을 읽다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마라'는 구절을 보고 시상이 떠올랐다. 그는 "내가 돼지에게 진주를 주었구나 싶었다"면서 "쓰면서 내 대표작이 될 것을 알았고 내가 존경하는 보들레르나 김수영 시인에게 보여줘도 부끄러움이 없겠다 싶었다"고 했다.
이 시집으로 생애 유일한 문학상을 받았다. 이수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신경림 시인은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거짓과 속임수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이라고 평했다. 수록시인 '시대의 우울'에선 "이것이 진보라면 밑씻개로나 쓰겠다/ 아니! 더러워서 밑씻개로도 쓰지 않겠다"고 진보·좌파 진영의 허위를 고발했다. "선거철에 합숙하면서 한 방에 스무 명씩 겹쳐서 자던 시절, 제 옷 속으로 손이 들어왔어요. 그때 당시 선배 언니한테만 얘기했더니 그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너 운동 계속하려면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참아야 한다.' 성추행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면서도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봤고 회의를 많이 느꼈죠."
2005년에 나온 시집이지만 지금의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시인은 "미투(Me too) 운동 이후에야 이 시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내비쳤다. "시대를 앞서간 시집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저는 부당한 일을 겪으면 잊지 못하고 계속 혼자 곱씹거든요. 그 민감함 때문에 조금 앞서나갔을지도 모르겠네요."]
* 학문은 고달프고 문학활동을 한다는 것도 들여다보면 괴롭고 냄새나는 영역이다. 서로를 배려한다면 진주가 왜 필요할까? 문학은 순수해져야 하지않나? 돈과 권력 연줄이 없으면 다가서지 못하는...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는 문학, 예술...그래서 나같은 사람은 애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옛날 우리가 한때 아이를 키우며 살던 동네도 원룸촌이었다. 그런데 여름엔 더워서 창문을 열어 젖히고 자는데 건너집 이층에서 남여학생들이 혼숙을 하는 것을보았고, 우리 아이가 눈을 더럽힐까봐 서둘러 창문을 닫곤하였다. 자다보면 숫자도 변하였고, 새벽에 눈꼽도 떼지않고 손맞잡고 방에서 나오던 꼴이란...당시엔 그들의 일탈된 많은 행동들을 보면서 시대의 아픔이고 성숙으로 나아가기를 바랬다. 그랬던 그것들이...미투라는 지금은 저속해져 버린 단어에 익숙해져 버린 그들이 지금의 그 주류세대이고, 변칙의 시작이었나? 그게 80년도 중반이었으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부문을 수상하였다고 전한다. 영화는 좋다만 기생충은 인간과 동물의 신체 일부를 빨아먹고 산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첫댓글 ㅋㅋ 꾸준히 형님 글들은 잘 읽고 있는데 아이디 도용으로 댓글을 못쓰다가 폰으로 하니 또 들어 가네요, 잘 계시지예? 코로나땜에 마라톤대회도 줄줄 취소되뿌고 합창단 연습도 떠밀려
방학,,그나마 인물 스케치는 제철만나 직장,집에서 자주 그리며 소일하고 있음다
남는 시간 연극단엘 가보까 아님 다른 소일거릴
찾아보까 궁리하고 있는데 아직 회사 붙잡고 있으니 차차 생각해볼 일입니다
가끔 사이버로나 교류 나누입시더, 진주 오시면
생탁 몇베이 같이 눕히시고예~~~
감사해요. 요즘 바깥활동을 적게하니 좀 적적하기도 하고, 지난 세월 반성도 좀 해봅니다.
살아온 흔적이나 미래엔 별로 마음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 하지만 우리 자식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건 뻔해 보입니다.
뭐든 열심히 하니 좋아보이네요. 아무래도 자신이 자신을 챙겨야 제일 낳을 것 같아요. 봄을 맞아 더 활기찬 활동 하기 바래요.
진주도 한번 가야하는데 잘 안되네요. 시간은 많으면서...담에 한번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