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새벽에 도착해서 부석사 첫차 타기까진 몇시간이 남아
먼저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을 찾기로 했다.
중등학교 이름만 대면 찾을 수 있겠거니 해서 택시 아저씨한테
어느 중고등학교 가자고 했더니
택시 차고가 그 근처에 있으니 그냥 타라고 하셨다.
근데.....아마 몰라 보게 달라져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근에 차고라니...그럼 외곽지가 되었단 말인가 하며
속으로만 생각하고 무조건 탔다.
아뿔싸....
우리가 내린 곳은 시가 아니라 어느 시골 같았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에구...학교 이전.
어쨌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언덕배기에 있는 학교를 보니 웃음도 나고, 그 지역이
아파트가 들어 섰다고 하니 새벽에 산책도 하는데 무조건 걷자해서
걷기 시작했다.
또 못찾으면 어떠랴.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것이 행복인 것을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딸 아이와 걷기 시작했다.
뻐꾸기는 꾹꾸 꾹꾸.
길가에 활짝 핀 달맞이 꽃.
아마 햇살이 떠 오르면 기다림에 지쳐 고개 숙이겠지.
어디를 가나 개망초는 변함 없이 새벽을 맞이한다.
딸 아이는 이름을 몰라서 계란꽃이라고 불렀단다.
오호....그것 말 되네.
정말 계란 처럼 그렇네 하며 둘이서 조용한 들녁에 웃음을
흘려 놓았다.
청개구리 녀석은 지 에미와 못다한 약속때문인지 울어 재낀다.
한가지 정감있게 느낀것.
간간히 보이는 나즈막한 집엔 꽃 한그루 없는 집이 없다.
모두들 화단을 화려하진 않지만 귀퉁이에 꾸며
봉숭아, 분꽃, 쪽두리꽃(확실하진 않음),심지어
박꽃까지 피어 이슬을 머금은 꽃들이 지나가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바라 보겠끔 자아낸다.
능소화는 대문에 걸쳐 있는게 아니라 나지막한 담벼락에
한껏 폼을 내어 사랑하는 님에게 보이려는지 꽃들이 앞을 향해
있다.
한참을 걸어 한고개를 넘으니 낯설지 않은 곳이 다가 왔다.
역시나 담 밑에는 이름 모를 가지 가지의 꽃들이 피어있어
우린 하나 지루하지 않게 내가 살던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딸 아이와 꽃이름 말하기 하며 초등 학교부터 찾으니
아....살던 집은 흔적도 없고, 모 회사가 자리해 있고...
이젠 더 이상 그리워 하지 않겠끔 변해 있었다.
한참 이나 그자리에 서서 딸 아이와
내 어릴적 얘기를 하며 수다를 떨고 나니
나도 모르게 지난 날의 그리움과 보고픈이 물밀 듯이 엄습해
....
이젠 어릴 적 얘기하며 이곳을 보고파 하지 않을 것이다.
엉겹결에 이곳을 떠나 아쉬움도 너무 많이 남아 항상 오고 싶었던
곳.
이젠 추억을 노래하지 않고 내 삶의 미래를 노래하리라.
부석사가는 첫차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한다.
택시 아저씨 부석사까지 이만원, 첫차는 6시 30분이 넘어야
된다며 타기를 종용했지만 또 한순간 탈까? 하며 생각했지만
우리의 계획이 택시를 안타기였는데 (어쩔 수 없으면 모르겠지만)
그대로 계획을 지키기로 하고 정류장에 가니 첫차가 6시 10분.
그렇다면 부석사 가서 한참을 있어도
점촌 가는 기차를 넉넉히 탈 수 있지 않은가.
서로 마주 보며 안타기를 잘했다며 웃곤
시내 버스에 올랐다.
첨엔 시외 버스인 줄 알았는데 통합해서 시로 승격 되었단다.
돈이 지출 되는 것은 딸 아이가 맡아서 했고
난 그냥 말로만 서로 상의했다.
가계부도 딸 아이가 쓰고 있다.
버스 값이라든가, 차표 끊는 것도 딸 아이가 하니
상대방은 아마 날 새엄마로 생각하겠지.....
하지만 어떠랴.
아껴 쓰자고 말하는 아이가 예쁘다.
ㅋㅋㅋ 고슴 도치도 지 새끼 털은 곱다고 하던디...
첫댓글 으아리님 시골길 조심해서 다녀요 맛있는것 먹으면서.... 시골 냄새 풍기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교육이되고있겠네요 계획따로 실천따로 하는사람이많은데 시집가기전에 돈주고는 못배우는것을 알려주네요 더욱더 좋은일있길바라며 오늘같이더운날 시원한 수박이라도 한덩이 드리면좋은데 죄송
으아리님 휴가 잘 다녀오시구요 즐거운 휴가 즐기시고 다녀와서 좋은글 올려주십시요
내 어릴적 놀던 옛날추억이 담겨있는 글이고 상상만해도 아름다운 시골내음이 나는 정겨운 곳으로 색다른 여행을 떠나셨군요 가족과 함께 하는 아름답고 소박한 여행이군요. 글을 읽는 동안 그곳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군요.. 졸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나날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