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교통 O2O, “진짜 심판의 순간이 왔다”
카카오드라이버 업계갈등 증폭
카카오의 대리운전업계 진출, 카카오드라이버를 둘러싼 업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카카오의 O2O 전략이 점점 선명해지며 기존 플레이어와 신규 플레이어의 격돌이 심해지는 분위기지만, 나아가 이는 카카오가 현재 처한 상황을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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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뉴시스 |
카카오 O2O 전략의 큰 그림
카카오는 임지훈 대표가 이미 천명했듯이,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을 핵심으로 삼아 파생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내는 O2O 서비스를 핵심방향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파괴해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스스로를 정의했다는 뜻이다. 온라인 사업자가 오프라인 권력으로 뻗어가는 순간 발견되는 현상이다.
이 대목에서 카카오는 노련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버택시는 실패했지만 카카오택시가 성공한 장면이 단적인 사례다. 우버는 택시업계를 적으로 돌리며 자신들의 플랫폼 사업자적 측면만 고집스럽게 내밀었으나, 카카오는 기존 택시업계를 포섭해 자신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철저한 중개업자 마인드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기존 플레이어와 신규 플레이어의 격돌이 아니라 신규 플레이어가 기존 플레이어의 사업적 상생을 도와주는 방향성을 잡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콜버스 논쟁이 신규 플레이어의 혁신을 기존 플레이어가 흡수해버리는 측면에서 우려스웠다면,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자의 존재감만으로 만족하고, 판을 벌렸다. 카카오택시 성공의 제1조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는 O2O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카카오택시를 통해 교통 O2O의 기반을 마련한 후 뷰티 O2O까지 타진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기사를 카카오내비로 변신시켜 교통 O2O 전략의 큰 그림에 윤활유를 더했으며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콘텐츠적 입장에서 인수해 제2, 제3의 무기로 삼는것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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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뉴시스 |
하지만 카카오의 O2O 전략이 마냥 ‘평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O2O 사업의 특성상 쉽게 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는 연결기준 연 매출 9322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8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매출 규모는 2014년에 비해 86.9%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49.9%나 빠졌다는 뜻이다. O2O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며 재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엔을 인수하는 장면도 매우 힘겹다. 로엔의 기존 주주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을 상대로 7544억 원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한편 시장으로부터 8000억 원의 브릿지론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만기를 3년과 5년으로 나눠 총 2000억 원의 회사채를 4월 발행할 계획을 잡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집은 점점 커지는 기이한 현상이 감지된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카카오는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며 자산이 2000억 원대에서 2조768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최근에는 O2O 로드맵을 통해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모델이 일천한 상황에서 수익은 나지 않는데, 몸집은 커져 대기업 진단 분류에 따른 규제만 받게 생겼다.
업계에서 카카오택시 수익화 가능성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일단 카카오는 수익화를 전제로 한 분위기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수익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확인시켜줄 수 없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카카오택시 수익화 모델이 카카오의 선택지 중 하나라는 점이다. O2O 사업을 전개하며 쌓이는 내적인 ‘타격’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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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뉴시스 |
카카오택시 드라이버, “밀릴 수 없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카카오가 추진하는 O2O 사업이 유동성 불안과 같은 실제적 위기를 야기시킨다면, 골목상권 분쟁은 대외적인 위기로 정의될 수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침해는 정치적인 이슈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부동산을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골목상권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 문제는 카카오드라이버가 핵심이다. 대리운전 업계 진출을 선언한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드라이버 기사용 앱을 런칭하며 기사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격렬하다. 지난 23일 카카오드라이버를 반대하는 대리운전 사업자 및 일부 기사들이 모여 대리운전상생협의회까지 발족하며 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규탄하기도 하는 등, 업계의 반발은 매우 심한 편이다.
사실 이 대목은 매우 미묘한 지점이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O2O 전략을 추진하며 기존 시장에 신규 플레이어로 참전할 때 반드시 기존 플레이어와 협력하는 스탠스를 따라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택시의 경우 기존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카카오드라이버가 진출하는 대리운전업계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리운전 사업자와 대리운전기사는 택시 사업자와 택시기사 정도의 유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카카오는 상생의 대상을 대리운전기사로 규정했으며, 20%의 수수료에 보험료까지 대납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손을 내밀었다.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대리운전 사업자들의 ‘억압’에 따른 사회적 공분을 100% 활용한 전략이다.
그런 이유로 지난 23일 벌어졌던 대리운전상생협의회의 발족과 이에 따른 반발은 카카오 입장에서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대리운전 사업자들과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카카오 입장에서는 예상된 리스크라는 뜻이다. 다만 이 사항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며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대기업’ 프레임에 빠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결국 여론전이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대리운전기사와 협력한 카카오가 우위에 있어 보인다. 대리운전업계의 비합리적 운영이 부각되며 대중의 지지는 카카오에 기울었기 때문이다. 김종용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카카오의 대리운전업계 진출을 환영하며,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 긍정적인 바람이 불기를 기원한다”며 “사업자 중심의 대리운전상생협의회는 대리운전기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단체며 코스프레를 하는 것 뿐, 유령단체다”며 날을 세웠다.
이어 “대리운전상생협의회가 대리운전기사와의 뒤늦은 상생을 말하며 카카오의 시장 진입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시장 진입에 대리운전기사들은 환영의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전국대리기사협회가 지난 23일 대리운전상생협의회 발족식 직후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과 동일하다.
다만 일말의 불안감도 감지된다. 김종용 회장은 “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기본적으로 환영하지만, 카카오가 시장 진입을 위해 대리운전기사들을 이용하려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카카오가 수수료를 크게 낮추는 등 나름의 상생협력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대리운전기사에게도 진정성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카카오를 100% 믿지 못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한편, 수수료 문제 등에 있어 통 큰 결단을 원하는 뉘앙스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수수료는 업계평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으며, 앞으로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며 얼마나 공적인 영역을 커버해야 하는가?' 기준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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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뉴시스 |
종합적으로, 카카오는 O2O를 통해 승부를 건 상태에서 조금씩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한 수익화 가능성은 배제되지 않았으며,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의 미묘한 의견차이가 존재하는 가운데 카카오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일각에서는 카카오드라이버를 비롯한 일련의 진통을 두고 ‘카카오가 내수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이 인도네시아 고젝과 함께 콜라보에 나서는 등 해외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반면 카카오의 O2O 전략은 철저하게 내수용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제기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가 국내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어차피 O2O는 몸집을 불리며 판을 키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O2O의 방향성을 잡은 카카오가 고민해야할 지점으로 보인다
* 출처: EconomicReview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85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