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이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제치고 백화점, 할인점에 이은 제3위의 소매업태로 부상한 가운데 조만간 할인점이 백화점 매출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과 할인점의 빠른 성장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할인점과 홈쇼핑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며 국내 소매유통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할인점이 빠르면 금년중 백화점 매출을 뛰어 넘어 제1위의 소매업태로 부상할 전망인 가운데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으로 대표되는 홈쇼핑 역시 고객들에게 신유통채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압도하고 있다.
먼저 할인점의 경우 IMF 구제금융 이후 소비자들의 저가 지향 구매가 확산되고, 국내 대형 유통기업 및 외국 할인점 업체의 점포 출점이 대폭 늘어나면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향후의 출점 입지의 한계 등으로 이러한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홈쇼핑은 케이블 TV 가입가구의 확대와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 등에 힘입어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매년 6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위성방송, 인터넷 TV 등 다양한 소비자 접근 채널의 등장으로 고객 기반이 더욱 확대되면서 홈쇼핑의 소매업태내 비중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할인점과 홈쇼핑이 어느새 고객들의 소비문화를 뒤바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매유통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거듭나고 있다.
백화점 독주 시대 마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할인점 매출은 전년대비 30% 증가한 13조 8천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상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신규 출점과 소비자들의 저가 지향 구매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진 것이다. 또한 백화점은 전년대비 9% 증가한 약 16조 4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소비심리 회복과 롯데의 울산점, 동래점 및 현대의 미아점 등 신규 점포 오픈 등에 힘입어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할인점에 대한 백화점의 매출 우위는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백화점의 성장률은 90년대 중반 이후 정체 혹은 둔화되고 있는 반면 할인점은 연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을 지속하면서 양자간의 매출 격차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 90년대 후반 백화점의 40% 정도에 머물던 할인점 매출 비중은 지난해 백화점의 8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백화점과 할인점간의 매출 순위가 뒤바뀌어 할인점 매출이 백화점 매출을 간발의 차로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매출이 금년에 10% 정도 성장한 18조원 정도에 그치는 반면 할인점은 약 31% 증가해 백화점 매출을 1천억원 정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할인점이 그간 백화점이 지켜온 소매업태 1위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93년 이마트 창동점 개점 이후 실로 9년만에 명실상부한 주력 소매업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저가 지향 구매와 다점포화가 성장 동인
할인점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핵심 소매업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 문화 정착과 기업들의 공격적인 출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자동차와 대형 냉장고 보급의 증가, 서구식 라이프 스타일의 확산 등으로 가족단위의 대량 구매가 일반화되고, IMF 구제금융 이후 소비자들의 저가 지향 및 비교 구매 문화가 정착되면서 저가격과 대용량 상품 판매를 기본으로 하는 할인점 이용 고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할인점의 경우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절감과 인력 최소화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박리다매 정책에 따른 낮은 마진률 등으로 편의점과 백화점은 물론 슈퍼마켓, 인터넷 쇼핑몰 등에 비해서도 가격경쟁력이 우월하다. 더욱이 매장 리뉴얼 등을 통한 쇼핑환경의 개선과 각종 편의시설 제공 및 상품구색의 강화 등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계속 높이고 있어 할인점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 96년의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해외 할인점 업체의 국내 진출 가속과 신세계(이마트), 롯데(마그넷)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격적인 다점포화 전략도 할인점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들 수 있다. 93년의 이마트 1호점을 시작으로 할인점 점포수는 97년에 유통시장 개방과 정부의 점포 출점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63개점으로 증가했으며, 98년 IMF 구제금융으로 여타 업태들이 매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24개점을 신규 출점해 유일하게 고성장을 이어나갔다. 특히 2000년에는 모두 45개 점포가 새로이 출점하면서 할인점 매출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마트, 마그넷, 까르푸, 홈플러스 등 상위 4대 업체를 중심으로 모두 40개가 출점되어 누적 점포수가 총 192개에 이르고 있다. 금년에도 이러한 출점 추세는 이어져 약 40~50개 정도의 추가 출점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할인점의 시장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장일로의 홈쇼핑 시장
케이블 TV, 인터넷, 카탈로그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시장 역시 시간 절약형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각광 받는 구매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홈쇼핑은 지난해 약 5조 5천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해 4조 9천억원 정도의 슈퍼마켓 시장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이 지난해 각각 70% 내외의 고성장을 기록해 홈쇼핑이 백화점과 할인점에 이은 제3위의 소매업태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보기술의 발달로 쌍방향 TV 등 대화형 멀티미디어가 상용화되고, 초고속 정보 통신망 구축이 급속히 확산되는 등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홈쇼핑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국내에 선보인지 7년 밖에 안된 TV 홈쇼핑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구매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96년 300억원에 불과하던 시장규모가 지난해에는 1조 9천억원 정도로 급성장했다. IMF 구제금융을 전후로 잠시 주춤하기는 하였으나 케이블 TV 시청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TV 홈쇼핑의 고객 기반이 크게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99년 190만 가구에 머물던 케이블 TV 시청가구는 2000년 310만 가구로 증가하였으며, 지난해에는 중계유선사업자의 종합유선방송국(SO; System Operator) 전환에 힘입어 200만 가구 이상이 증가, 시청가구가 모두 550만 정도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SO와의 계별 계약 없이 홈쇼핑을 시청할 수 있는 가시청가구를 포함할 경우 총 홈쇼핑 시청가구는 800만 가구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시청가구수 증가와 함께 고객당 평균 구매 단가와 재구매율도 함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TV 홈쇼핑 시장의 고성장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LG홈쇼핑과 CJ39쇼핑의 2개 기존 사업자 외에 현대, 우리, 농수산 등 3개 사업자가 지난해 신규로 진입한 데다 금년 3월부터 디지털 위성방송을 통한 홈쇼핑 방송이 이루어지면서 기대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 구매 확산
또한 인터넷을 통한 홈쇼핑 시장 역시 인터넷 사용 인구의 급증과 인터넷 쇼핑몰의 확산 등에 힘입어 급속한 외형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96년 데이콤과 롯데백화점이 국내에 인터넷 쇼핑몰을 처음 개설한 이래 시장 규모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96년 14억원에 불과하던 시장 규모가 99년에는 약 2,500억원 정도에 이르렀으며, 지난해에는 약 2조 5천억원을 시현해 연평균 350%에 달하는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시장 형성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빠른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는 최근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4년 14만명에 불과하던 인터넷 사용 인구가 98년 310만명을 기록한 이후, 99년에 1,0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말 현재 2,4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50% 정도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사용자 모두를 인터넷 구매자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잠재적인 인터넷 구매 인구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인터넷 사용자의 확산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 보급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가정내에서의 인터넷 사용자 저변이 크게 확대되면서 인터넷 구매가 점차 보편적 구매방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 잠재적 주고객층인 주부들의 인터넷 구매가 빈번해지면서 인터넷 쇼핑이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시장의 부수채널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깨고 새로운 구매형태로 각광 받고 있다.
또한 고객 수요 확대와 맞물려 공급측면에서도 최근 2~3년간 인터넷 쇼핑몰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98년 400개 정도이던 인터넷 쇼핑몰이 금년 1월말 현재 2,200여개로 5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특히 대기업들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대거 참여하고 대규모 투자를 전개하면서 인터넷 쇼핑몰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대기업이라는 지명도와 대규모 투자로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인터넷 구매환경을 개선하는 가운데 치열한 외형 확대 경쟁을 전개함으로써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인터파크와 삼성몰, 한솔CSN 이외에 LG홈쇼핑(LGeshop), CJ39쇼핑(CJmall), 롯데닷컴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99년 이후 신규 진출하거나 사이트 재구축을 통해 시장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객 DB를 활용한 카탈로그 사업
카탈로그 홈쇼핑도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에 비해 성장세는 낮으나 국내외 카탈로그 전문업체의 성장과 고객 DB를 활용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 강화 등에 힘입어 연평균 30% 정도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1조 1천억원 정도의 시장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시장의 미성숙과 고객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카탈로그 사업이 90년대 후반 이후 TV 홈쇼핑 업체의 가세와 Otto, JCPenny Korea 등 외국업체의 참여 및 코리아텐더 등 새로운 카탈로그 포맷의 등장 등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최근 기존의 TV 홈쇼핑 업체들이 연령, 지역, 계층별로 차별화된 카탈로그 발행을 추진하고, 신규 TV 홈쇼핑 업체들이 카탈로그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카탈로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일례로 CJ39쇼핑은 목표 고객별로 구분된 ‘Mom & Baby’, ‘Best Shoes Collection’ 등의 카탈로그를 새로이 발행하고 있으며, 신규 TV 홈쇼핑 업체들은 고객 DB가 구축되는 대로 지역 혹은 연령별로 차별화된 카탈로그를 발송할 계획이다. 또한 롯데닷컴, SK디투디 등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도 각각 ‘키친플러스’, ‘eSalim’ 등을 발행, 카탈로그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시장을 통해 확보된 고객 DB를 카탈로그 사업에 활용함으로써 채널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의 카탈로그 사업 진출은 향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며,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에 따라 카탈로그 매출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내실 강화 노력 시급
하지만 이러한 할인점과 홈쇼핑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들 업태가 주력 소매업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소매유통 시장의 변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해결과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할인점의 경우 출점 입지의 한계로 조만간 기업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할인점 적정 점포수는 점포당 적정 상권 인구를 15~20만명 정도로 추산할 때 250개 내외에 이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수 있으나 300개 정도가 최대치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지난해말의 할인점 점포수 192개와 매년 40~50개에 이르는 할인점 업체들의 출점 계획을 감안하면 늦어도 2003~2004년 경에는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중복 출점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대한상의 등의 조사에 따르면 할인점들의 수익성이 아직 취약하다는 점에서 상품력에 기반한 가격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의 도태 혹은 인수·합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즉, 튼튼한 자금력과 강력한 상품 소싱 능력을 보유한 대형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업계 재편이 이루어질 것이며, 상대적으로 외자계 기업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할인점 업체들은 무제한적인 출점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한 내실 강화에 노력하는 가운데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외 상품 공급망의 발굴 및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K마트의 예처럼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무리한 외형 확장은 기업 도산의 지름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밀착형 마케팅의 전개와 PB 상품의 개발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으로 해당 상권내에서의 입지를 보다 강화하는 한편 유통 전문 인력의 육성과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홈쇼핑의 경우도 TV 홈쇼핑을 제외하고는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할인점과 마찬가지로 내실 강화에 힘쓸 필요가 있으며, 운영의 효율성과 차별화된 제품·서비스의 개발을 통해 비용절감 및 경쟁우위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합리적인 우량 고객 관리와 수익성이 높은 PB 상품 개발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변화하는 기술적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고객 DB의 효율적인 구축과 활용을 통한 마케팅력 강화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홈쇼핑의 경우 기업규모 보다는 고객의 욕구를 얼마나 잘 충족시키고,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직접 만지거나 보고 구매할 수 없다는 홈쇼핑의 특성상 고객 신뢰도 제고를 위한 자체적인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