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누설, 바이어 발굴법
어느날 전화가 왔다. 매출이 수십억 정도는 되는 한 분야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이고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주관 기업이었는데 화동무역이 자신들이 취급하는 제품을 수출한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회사 대표가 대전에 내려오던 날 우리는 오후 한 호텔의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 사장님 저는 KOTRA, 무역협회, 중소기업공단, 시.도의 해외시장개척단 등 정부가 실시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다 이행하면서 여러 나라 전시회에 참가하고 큰 기업도 방문 했었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흔한 방법이다. 해외진출을 돕는 기관과 일부 인터넷으로 바이어를 알 선 해주는 회사들은 전화 번호부 엘로우 페이지에도 나와있는 업종별 리스트를 가지고 바이어 명단이라고 주기도 하고 구글이나 야후, 콤파스 같이 누구에게나 노출되어 있는 인터넷 싸이트에 제품 정보를 돈을 받고 뿌려준다. 물론 이런 노력은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결과로써 엄청난 양의 스팸 메일을 받아야 하며 샘플만 따가는 선수(?)들을 모으게 된다. 이것에만 의존하며 피 같은 돈으로 자신 보다 형편이 좋은 항공사,호텔, 바이어알선 기관,인터넷마케팅 회사들만 살리는 된다. 일부 인터넷 회사의 바이어 발굴 방식은 전지현의 미니 홈페이지와 팬클럽 등 이미 노출이 되어있는 싸이트 주소를 알려 주며 그 이쁜 여자에 관심이 있다면 연락을 해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얼마 전에 한 기관에서 주관하는 의약품 관련 바이어 상담회가 있었다. 일본에서 약 10 여 개 사가 왔는데 대부분 매출 5000 억이 넘는 중견 회사들이었다. 상담회에 참가한 한국 회사는 약 30개사. 그러나 성과로 이어진 것은 얼마나 될까? 이런 업체를 초청한 주관 기관은 바이어의 규모만으로 체면이 서겠지만 이들은 외국의 검증 되지 않는 중소기업의 상품은 사지 않는다. 직접 전화를 걸면 (대부분 직접 통화 시도도 하지 않지만) “ 검토 중입니다” 라는 답변 만을 들을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하나의 불량에도 엄청난 손해를 배상하게 되는데 검증되지 않는 제품을 구입하려 하겠는가? 규모가 큰 기업에게는 신제품을 소개하는 중간상들이 있는데 이들이 먼저 상품을 고르고 구매하고 안정성을 확인한 다음 메이저 회사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한다. 홍콩 거리에서 세계적인 약국 체인인 WATSON의 간판을 보고 용기 있는 자는 담당자와 면담을 신청하지만 이런 식으로 거래가 시작되는 회사는 없다.
나도 이것을 알기까지는 지구를 몇 바퀴씩 돌면서 숱한 시간과 돈을 들였다. 세계적인 기업에게 맞짱을 뜨겠다는 혈기로 직접 찾아가고 영업을 했지만 그들은 링 위에 올라오지도 않았다.
한 기관에서 소개한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홍콩으로 갔던 적이 있었다. 그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4개의 회사를 가진 그 업계의 대부로써 한국 정부에도 자문을 하고 있었다. 나를 대하는 태도는 정중했으나 거래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에게는 참으로 많은 한국 사람이 오고 갔다. 한국의 각 시 도가 시장개척단을 조직하면 그를 만나러 가게 되어있고 기관에 시장 조사 서비스를 신청하면 당근^^ 그와의 면담이 잡혀지고 바이어 초청 행사를 하면 그는 다시 한국에 초대되었다. 그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지만 점점 몰려드는 한국 사람들도 인해서 더 이상 한국이 귀한 나라가 아니었다. 이처럼 한국 행사에 오고 가는 초청 바이어는 이미 노출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실제 거래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이어도 셀러도 서로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어떻게 바이어를 발굴해야 하는가?
1.제품보다 관계가 우선이다.
우리들은 대부분 자신의 제품으로 승부를 내려고 한다. 제품이 얼마나 우수한지 설명 하면서 끝없이 사람을 찾아 다니지만 여기에서 경기는 끝난다. 그러나 제품이 아니라 우정을 만들어야 하고 사람을 사귀려면 깊이 사귀어야 한다. 제품 자체도 호감이 있어야 겠지만 이것을 매개로 오고 가면서 성실하게 믿음을 싹 틔워야 한다. 문의에 대한 응답은 즉시 하며 견본 발송은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바이어가 한국에 오면 정성껏 안내를 하며 상대국도 방문을 하며 축제에는 전화를 하고 카드나 편지를 보낸다.
이런 관계가 없을 때 예를 들어 의류 바이어에게 디자인을 떠서 옷을 가져 가면 다른 모양은 없는가? 하고 묻지만 사람으로 만나고 친해지면 내년에는 이런 것이 먹힐 텐데 당신이 만들어 줄 수 있는가? 하고 물어본다. 이 정도는 되어야 거래처라 할 수 있게 되고 성과가 알뜰하다.
2.바이어 발굴에서는 수사관이 탐문을 하듯이 조용하게 알아 본다.
여러분이 코스트코(COSTCO)와 거래하고 싶다면 해당 제품을 코스트코에 납품하는 회사를 찾는다. 벤더 또는 납품 등록업체는 반드시 있는데 코스트코 지역 본사를 방문해서 담당을 안내 받고 납품업자를 소개 받아라. 만약 알려 주지 않으면 차분하게 매장을 조사하며 그 회사를 알아낸다. 업자를 찾으면 견본을 주고 한국에 초대한다. 현지에서는 식사 대접을 하고 좋은 공연이 있으면 같이 보자고 한다. 이런 방식은 어떤 기관에 돈을 주고 하는 것 보다도 효용이 높은데 여건이 쉽지 않다면 현지 에이젼씨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3.시장개척단 활동 한번, 한번의 박람회에서 물건을 팔 겠다는 생각은 버리자.
당신 같으면 한 번 만난 사람의 제품을 사겠는가? 시개단 활동과 전시회는 판매의 기회가 아니라 만남의 기회이다. 이때 만난 사람들을 이삼년 동안 관리하고 꾸준히 정성을 들이면 그들이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회가 찾아 온다.
4.노출된 바이어는 당신의 바이어가 아니다.
컨설팅을 하다 보면 어떤 업체에서는 바이어 명단을 알려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나 말고는 어느 누구도 자신과 실제 거래하는 정보를 알려 주지 않는다. 프랑카드를 배경으로 악수를 하고 환하게 웃는 계약식 사진은 둘만의 연애를 끝내고 결혼식장에서 찍는 기념사진과 같다. 그녀는 이미 당신의 여자가 아니다.
한 기관에서 바이어 명단을 원하다 하기에 내가 직 간접적으로 거래하는 매출3조에서 5000 천억 정도의 외국 회사 명단을 준 적이 있다. 이렇게 거래선 정보를 선뜻 제공한 이유는 이정도 되는 회사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어도 낮선 사람과 거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있는 동아제약, 한미약품, 광동제약 같은 회사에 필리핀의 한 벤처기업이 인터넷으로 설명서를 보내고 ems로 견본을 보낸다 하더라도 면식이 없고 관계가 없는 그들과 거래를 할까?
5.수출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한국 사람의 장점은 많지만 성질이 급한 것이 탈이다. 한 일년 해외 마케팅 해보고 안되면 욕하고 좌절하고 포기한다. 사과 묘목을 사다 심었다고 당장 열매가 열리겠는가? 수출, 해외진출, 해외 마케팅 모두 나무를 기르는 것과 같다. 물을 주며 정성을 다하고 시간을 기다리며 과수원을 일구자.
첫댓글 유익한 정보입니다. 감사합니다.